다시 글쓰기를 시작하며
"지금 쓸 게 세 개는 밀려있어. 일요일 아침에 일단 한 편 써야지."
오랜만에 만난 친구는 서른이 되기 전에 에세이를 한 편 내는 게 목표라며 글을 모으고 있다고 했다. 그러기 위해선 주말이라도 시간을 쪼개 글을 써야 한다며, '일요일 오전 글 한 편'을 말했다.
일요일 오전, 글 한 편. 대화 중 자연스레 지나가버린, 이 말이 내겐 머릿 속에 자꾸 뱅뱅 돌다 새겨져서 이렇게 글자가 되었다. 종이 위에 적어두고 고민하게 만드는 글자. 친구와 헤어진 뒤 내내 붙잡고 바라보게 만든 그런 글자.
글자가 된 것은 내게도 아주 오랫동안 글을 쓰고 싶다는 갈망 한 켠에, 고작 '한 편'이라고 해도 무얼 써야 할 지 모르겠다는 망설임, '일요일 아침'이면 응당히 더 누워있거나 여유를 부리고 싶다는 게으름이 말과 글의 경계만큼 모호하게 또 끈질기게 이어져왔기 때문이다.
다행히 나는 일요일 아침에 책상에 앉았다. 어젯밤 미리 맞춰둔 알람을 끄며 "오늘은 뭘 쓸까" 고민한다. 아직 내가 '쓸 것'은 모르겠다. 매일 일상을 살며 감정을 느끼고, 생각하며 보고 듣는 것들이 있는데 쓸 거리가 없을 수는 없다.
다만 글을 쓰지 않으면 그것들을 천천히 곱씹어보고 헤아려보며 정리하지 않으니 쉬이 흩어진다. 말이 그렇듯이. "쓸 거리가 밀려있다"던 친구, 쓰는 행위가 이미 습관이 돼버린 듯 보이던 그 친구를 따라 나도 이제부터 다시 쓰는 사람이 되려고 한다.
김영하 표현처럼 글쓰기가 내게 그간 해방이었던 것은 지겹고 두려운 일상을 살아내면서도 그 일상 속에서 내게 평안과 용기를 주는 글감을 찾아내는 모순, 그렇게 몰입해 쓰면서 잠시나마 일상에서 벗어날 때의 자유때문이었다.
새 소리가 들린다. 아침 해가 방 안으로 쏟아져들어온다. 이런 아침에, 또 아직은 상상 못 할 어느 날 밤에 글을 쓸 것이다. 내게는 심리적인 해방인 글쓰기로, 나아가 일상 경계 밖의 이들과 다시 소통할 수 있다면, 더 할나위 없을 것 같다.
기자를 준비하던 때, 매일 글 한 편을 쓰겠다며 '100일 프로젝트'를 했었어요. 직장인이 된 지금부턴 주 1회 꼭 글 한 편을 쓰겠다는 의미로, 일요일에 시작한 김에 '주일 프로젝트'를 해보려합니다. 눈길을 붙잡는 표현, 생각해볼 만한 일상의 통찰, 누구나 머릿속에 그려볼 수 있는 순간들에 대한 묘사... 그 무엇이든 글이 주는 즐거움을, 쓰는 저도 읽는 당신도 함께 나눴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