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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둑이 제 발 저리는 이유는?

자기 것이 아닌 것을 가졌기 때문이다.

by 청리성 김작가

장기 대여 차량이 많이 늘어났다.

예전에는 ‘하’, ‘호’, ‘허’ 등의 번호판을 달고 다니는 것을 선호하지 않았다. 자기 것이 아니라, 빌렸다는 것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지금은 아무렇지 않게 다닌다. 길이나 주차장에서 보는 차량의 30% 정도가, 장기 대여 차량이다. 선호하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는 거다. 회사 법인 차량도 장기 대여를 선호한다. 여러 가지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보험료 신경 쓰지 않아도 되고, 때가 되면 정기 점검도 알아서 해준다. 단점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운전을 험하게 하는 사람이 많다.

실제로 체감한 적은 거의 없는데, 누군가가 그랬다. 험하게 운전하는 사람을 보면, 대부분 대여 차량 운전자라고. 얼마나 많은 경험을 했는지는 모른다. 어느 날 몇 번 경험한 것을 그렇게 단정 지었는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하니, 그런 차들이 눈에 더 띄었는지도 모른다. 사실관계를 확인하긴 어렵다. 하지만, 짐작은 된다. 대여 차량 운전자가 험하게 운전한다는 것 말이다. 험하게 운전한다는 걸 다른 말로 하면, 소중하게 다루지 않다는 거다. 자차와 대하는 자세가 달라지는 건, 사실이다. 자가와 대여 차량 모두를 경험한 나는 그렇다.


차이가 뭘까?

자차와 대여 차량을 대하는 자세가 달라지는 이유 말이다. 소유 여부다. 자차는 내 것이다. 내 것이니 소중하게 다뤄야 한다고 생각한다. 모든 것을 내가 다 책임져야 하기 때문이다. 대여 차량은 어떤가? 내 것이 아니다. 기한이 되면 반납해야 한다. 문제가 생기면 차량을 대여한 회사에서 처리해준다. 일정 부분 비용은 들어가겠지만, 내가 책임져야 하는 건 아니다. 자차와 대여 차량을 대하는 자세를 도덕적 가치관으로 보는 건 곤란하다. 사람의 본능이기 때문이다. 둘 다 소중하게 여기고 다뤄야 하는 건 맞지만, 자기 것에 더 마음이 쓰이는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내 것이 아니면, 집착하지 않는다.

소중하게 다루는 것이 지나치면 집착이 된다. 차를 예로 들면 이렇다. 심한 사람은 매일 차를 닦는다고 한다. 세차도 그렇다. 비용이 저렴하고 빠른, 자동 세차를 하지 않는다고 한다.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하고 비용도 비싼 손 세차를 한다고 한다. 자동 세차는 타 차량에서 묻어난 모래 알갱이 같은 것들이 자기 차에 흠집을 낼 수 있다는 게 이유다. 대여 차량이라면 이렇게까지 할까? 어쩌다 한 번쯤은 그럴 수 있지만, 계속 그런 정성을 들일 가능성은 작다. 내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내 것이 아닌데 집착하는 경우가 있다.

소유할 수 없는 것을, 소유하려고 하는 거다. 보이지 않게 가지려는 사람을 도둑이라고 하고, 대놓고 가지려는 사람을 사기꾼이라고 한다. 둘 다 옳지 않지 않다. 내 것이 아닌 것에 집착하고 소유하려고 하는 것은 옳지 않다. 여기서 질문. 그렇다면 내 것은 무엇인가? 내가 현재 머무는 집이나 차량인가? 가방에 들어있는 물건들인가? 지갑이나 통장에 들어있는 돈인가? 내가 언제든 내 의지에 따라 사용하는 모든 것을, 자기가 소유했다고 말한다. 잘못된 소유욕으로, 자식도 자기 소유라고 여기는 사람이 있는데, 참 안타까운 일이다.


정말 내 것이 있을까?

가만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인생은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가는 거라고 말하는데, 내 소유가 있을까? 간단하게 봐도 그렇다. 태어날 때 벌거벗은 맨몸으로 온다. 갈 때는 어떤가? 아무것도 가져가지 못한다. 누군가가 관 속에 넣어주는 물건 정도? 그것도 가져간다고 말하긴 어렵다. 정말 인생은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가는 거다. 삶에서 잠시 사용할 뿐이다.


내 것이란 없다.

엄밀하게 따지면, 세상에 내 소유는 없다. 굳이 꼽으라면, 자기 마음 정도일까? 자기가 자기 마음을 모를 때도 있으니, 이것도 온전히 내 것은 아닐지 모른다. 내 것이 아닌 것에 집착하고 가지려 할 때, 마음이 혼란스러워진다. 불편해진다. 마음이 불편해지는 이유 중 하나가, 소유하려는 집착 때문인지도 모른다. 물건뿐만이 아니라 사람도 그렇고 상황도 그렇다. 내 것은 없다. 그러니 가지려고 집착할 이유도 가져야 할 이유도 없는 거다. 이런 마음일 때 진정 평화를 얻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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