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힘으로 부족한 부분을 채워달라고 요청하는 것이지, 책임을 떠넘기는 것은 아님
<미스터 션샤인>이라는 드라마가 있다.
많은 사람이 인생 드라마라고 극찬을 해서 틈틈이 봤었는데, 한동안 보지 못하고 있다. 다시 봐야지 하면서, 계속 미루고 있다. 아직 절반도 보지 못했다. 10화 정도까지 본 듯하다. 꾸준히 그리고 집중하고 보지 않아서 그런지, 나는 아직, 그다지 매력적인 부분을 찾지 못했다. 횟수가 좀 더 지나면 어떨지 모르겠다. 사람들이 격찬하는 이유는 있을 테니 말이다. 아무튼.
지금, 한 장면이 떠오른다.
어떤 아이가, 길을 지나가는 주인공에게 달려와 코트를 붙잡고 애원하는 장면이다. 주인공은 미 해병대 장교가 된 한국인 ‘유진 초이’라는 사람이다. 자신의 누이가 일본 군사들에게 죽게 생겼다고 도와달라는 청이었다. 그런 아이의 요청을 순수히 들어줬을까? 처음에는 자기 코가 석 자라며 귀찮아했다. 하지만 애원하는 아이의 모습에서, 자신이 과거 주인집 자제에게 애원했던 장면을 본다. 노비의 자식이었을 때, 자기 아비가 맞아 죽게 생기자 도움을 청했었다. 하지만 도움을 받지 못했다. 그래서 아버지는 죽었다. 아들만이라도 살리기 위한 어머니의 도발로, 주인공인 아이는 무사히 탈출했다. 하지만, 어머니는 결국 우물에 몸을 던져 죽고 말았다.
계속 애원하는 아이를 바라보다, 아이와 눈높이를 맞추며 말한다.
“이건 네 싸움이야. 난 돕는 거고. 알았어?” 그리곤 아이를 데리고 간다. 아이는 커다란 돌을 들고 일본 군사에게 달려가 머리를 내려친다. 일본 군사의 머리에는 피를 흘리며 쓰러졌지만, 분노하며 일어났다. 주인공은 아이를 뒤로 무르고, 자신이 상대해서 간단하게 이들을 제압했다. 감사 인사를 거듭하는 아이를 바라보면, 주인공은 이렇게 말한다. “앞으로 네 싸움은 네가 하는 거야! 방금 아주 잘 했어!” 그리고 격려하는 듯 아이의 볼을 살짝 건드리고 자리를 떠난다. 아이의 표정은 처음과 달리 자신감이 묻어났다.
“우는 아이 떡 하나 더 준다.”
간절히 원하거나 적극적으로 요구하는 사람에게, 뭐라도 하나 더 준다는 의미의 속담이다. <미스터 션샤인>에서 아이가 주인공의 도움을 받을 수 있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몇 번 도움을 청하다 들어주지 않는다고 등을 돌렸으면, 아이와 누이는 아마도 가진 것 빼앗기고 몸도 상했을지 모른다. 여기까지는 일반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다. 하지만 속담만 언급하지 않고, <미스터 션샤인>의 한 장면을 소환한 이유가 있다.
주인공은 단순히 아이를 도와준 게 아니다.
하도 떼를 쓰니, 동정하듯 도와준 게 아니라는 말이다. 두 마디의 대사를 통해 명확하게 알 수 있다. “이건 네 싸움이야! 난 돕는 거고.”, “앞으로 네 싸움은 네가 하는 거야!” 자기 싸움은 자기가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다만 자신은 도울 뿐이라고 한다. 여기서, 도움을 청하는 사람의 자세에 대한 좋은 아이디어를 얻는다. 자신의 힘으로 역부족이라는 생각이 들면, 누군가에게 도움을 청할 수 있다. 단, 모든 것을 알아서 해결해 줄 거라는 마음으로 마냥 기대서는 안 된다.
“물에 빠진 사람 구해 주니 보따리 내놓으라 한다.”
마냥 기대는 사람은 자기 성에 차지 않으면 이렇게 반응한다. 기껏 도와줬더니 이것밖에 안 되냐는 식으로 응대한다. 이런 사람을 보면, 참 기가 찬다. 누구도 예외일 순 없다. 표현하지 않을 뿐, 그렇게 생각할 수 있다.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으니, 마냥 기대면 그렇게 된다. 그래서 자기 싸움은 자기가 한다는 마음으로 임해야 한다. 자기가 짊어져야 할 몫은 자기가 책임진다는 마음으로 문제와 마주해야 한다는 말이다. 도움을 받는 것이지, 떠넘기는 게 아니다. 착각해서는 안 된다. 떠넘기면 아무것도 얻을 수 없다. 책임지고자 하는 마음으로 도움을 청하는 사람만이 뭐라도 얻을 수 있다. 그리고 그렇게 돼야 한다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