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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리성 김작가 Nov 11. 2024

건강한 관계를 위한 불편한 이야기

말을 건네기 어려운 사람이 있습니다.

그 사람이 불편해할 것 같은 말이면, 더 건네기 어렵습니다. 이후에 벌어질 상황이 머릿속에 그려지기 때문입니다. 학습된 경험으로, 머릿속에 그려집니다. 한두 번 각인된 경험은, 말을 건네기도 전에 말문을 막아버립니다. 마주하고 싶지 않으니까요. 이런 관계는 비단 윗사람만 해당하는 건 아닙니다. 비슷한 또래한테 그러기도 하고, 심지어 아랫사람에게 그러기도 합니다. 엄마가 아이한테 그렇게 느끼기도 합니다. 짜증 내는 아이의 모습을 보고 싶지 않기 때문입니다.     


‘짜증’이라는 반응이 그렇습니다.

상하를 막론하고 불편하게 만들죠. 짜증 내는 사람에게 조심하게 되는 이유입니다. 잘잘못을 떠나서 짜증 내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게 됩니다. 자연스레 눈치를 보게 되고, 어떻게든 맞추려고 합니다. 올바른 방향으로 흘러가지 않더라도 말이죠. 도저히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면, 그제야 말을 꺼냅니다. 감정 조절에 실패하게 되면, 같이 짜증을 내거나 화를 내기도 합니다. 부풀었던 풍선이 터지듯, 참아왔던 불편의 숨이 터지는 거죠.  

   


짜증을 잘 내던 후배가 있었습니다.

본인이 잘못한 일도 짜증을 내며 이야기했습니다. 어이가 없었지만, 잘하려는 마음에 그런 거라 여기며 넘어갔습니다. 금방 괜찮아지기도 했으니까요. 시간이 갈수록 짜증 내는 횟수가 많아지기 시작했습니다. 본인의 잘못과 무지에서 온 결과임에도 짜증을 냈습니다. 인내는 고갈된다고 했던가요? 인내의 한계 능선에 다다르고 있음을 직감했습니다. 자칫, 맞불을 놓을 것 같다는 생각에. 심장이 요동치기 시작했습니다.    

 

호흡을 가다듬고, 회의실로 불렀습니다.

하나하나 이야기를 풀어놓았습니다. 예전에 했던 말을 먼저 꺼냈습니다. “감정을 먼저 드러내지 말라고 했는데, 최근에 보니 계속 감정을 먼저 드러내는 것 같네?” 처음이 아니었던 겁니다. 일전에도 감정적으로 반응했던 거죠. 문제가 생기면 감정을 먼저 드러내지 말고 설명하라고 했었습니다. 그 말을 상기시켜 준 겁니다. 설명을 이어갔습니다. 짜증을 낼 이유가 없었던 이유와 그래서는 안 됐던 이유를 말이죠. 후배는 가만히 들었습니다. 무슨 말을 하는지 그리고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알아차린 눈치였습니다. 조용히 경고했던 것을 잊은 자신을, 되돌아보는 듯했습니다. “제가 감정적으로 반응했던 게 맞습니다. 잘못했습니다. 앞으로 조심할게요.”     


생각 외로, 이야기가 잘되었습니다.

또 짜증을 내면 어떨지 걱정됐는데, 잘 이야기되었습니다. 이후에는 감정이 올라와도 스스로 절제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감정을 드러내지 않고 차분하게 이야기하게 된 거죠. 이런 모습을 보면서 다짐한 것이 있습니다. 혼자서 앓지 말고, 일단 이야기하자는 거죠. 불편하게 반응할 것으로 단정 짓지 않기로 했습니다. 단정 지으면, 자신만 속앓이하게 됩니다. 문제가 해결되지도 않습니다. 당사자는 자신이 잘못하였는지도 모릅니다. 불편한 관계를 피하려고 말하지 않으면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말입니다.      


내일의 걱정은 내일에 맡기라는 말도 있죠?

벌어질 상황이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예상했던 반응이 나올 때도 있지만, 전혀 다른 반응이 나올 때도 있습니다. 확실한 건, 말하지 않으면 알 수 없다는 겁니다. 해결되지 않고 마음에 불편한 감정만 품게 됩니다. 이 감정은 안에서 점점 부풀어 오릅니다. 불편하게 여기는 상대에 대한 감정이 점점 안 좋아집니다. 내 마음만 더 불편하게 됩니다.      


나를 위해서 해야 합니다.

아니, 서로를 위해서 해야 합니다. 불편한 관계가 싫어 피하면, 더 불편해집니다. 그 사람을 알아갈 기회도 잃게 됩니다. 사람에게 불편함을 느끼는 이유가 무엇인가요? 그 사람을 잘 모르기 때문입니다. 잘 모르니 나만의 생각으로 판단하게 되는 거죠. 제대로 알면 제대로 볼 수 있습니다. 해야 할 필요가 있는 이야기가 있다면 해야 합니다. 건강한 관계를 위해 꼭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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