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기 어려운 말을 들을 때가 있습니다.
믿기 어렵다는 말은, 이렇게 정의할 수 있습니다. 내가 가진 상식과 경험 등을 통합해서 시뮬레이션을 돌려봐도 명확한 답이 나오지 않는 상태라고 말이죠. 가볍게 믿기 어려운 일도 있지만, 매우 무겁게 믿기 어려운 일도 있습니다. 전자의 상황은 흔하게 일어납니다. 직접 경험하기도 하고 주변 사람에게 듣기도 하지요. 후자의 일은 쉽게 일어나진 않습니다. 우리는 이것을 기적이라는 단어로 표현하기도 합니다. 많은 사람이 동의하고 공감할 때, 기적이라는 표현은 더 강력해집니다.
믿기 어려운 상황을 들으면 반응이 갈립니다.
크게는 두 가지로 갈리는데요. 하나는 ‘의심’하는 것이고, 하나는 ‘의문’을 품는 겁니다. “에이 말도 안 돼. 그게 가능해?”라고 반응하는 것이 의심입니다. 동의할 수 없다는 겁니다. 다른 증거를 대라고 하기도 합니다. 안 믿으면 그만인 것을, 말한 사람을 재촉합니다. 그렇게 서로 다투는 상황까지 벌어지기도 하지요. 뭐 하는 짓인가 싶을 때도 있습니다. 반면에 가만히 듣고 있다가, “정말? 어떻게 그럴 수가 있지?”라며 의문을 품고 물어보는 사람도 있습니다. 완전히 공감하진 않지만, 어느 정도는 귀를 기울일 만하다는 반응입니다.
이 둘의 차이는 어디에서 올까요?
믿기 어렵다는 정의에서처럼, 상식과 경험으로 도저히 설득되지 않으면 그렇게 될까요? 배제할 순 없습니다. 첫 번째 필터가 그것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보다 더 중요한 결정적인 요소가 있습니다. 메신저입니다. 누가 말을 전했느냐는 거죠. 평소 신뢰가 가고 허투루 말하는 사람이 아니라고 인식된 사람이 말했다고 합시다. 어떤 생각이 먼저 올라올까요? 의심일까요? 의문일까요? 아마 후자일 겁니다. “정말? 진짜?” 뭐 이런 감탄사부터 시작하게 되는 거죠. 그렇지 않은 사람이라면요?
“말이 돼?”부터 시작할 겁니다.
논리적으로 말이 안 되는 것도 있겠지만, ‘네가 하는 말은 일단 확인이 필요해!’라는 생각이 먼저 올라올 겁니다. 양치기 소년처럼 바라보게 되는 거죠. 평소에 작은 것이라도 신뢰를 잘 쌓아야 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평소에 하는 말에 신뢰가 가지 않는데, 중요한 일에 대해 신뢰를 보내줄 수는 없으니까요. 지나가는 말이나 농담이라도 신뢰 관계에 해를 끼치는 것이라면 주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메신저를 떠나 무조건 의심하기도 합니다.
살아온 환경으로 인해 그렇게 젖어 들었다면, 이 또한 안타까운 일인데요. 무슨 말 만하면 의심부터 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콩으로 메주를 쑨다고 해도 말이죠.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고 동의할 수 있는 일에도 버럭대고 의심합니다. 함께 대화 나누기 참 어려운 사람이죠. 언젠가부터는 이런 사람이 함께 있으면 말을 꺼내는 것부터 꺼려집니다. 의심보다는 의문을 품는 습관을 들일 필요가 있습니다. “말도 안 돼!”라며 손사래 치기보다 곰곰이 생각할 필요가 있다는 거죠.
침묵하는 겁니다.
누군가 말했다고 해서 바로 답을 해야 하는 건 아닙니다. 상대방의 성향에 따라 재촉하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생각나는 대로 말하는 게 좋은 건 아닙니다. 잠시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청할 필요가 있습니다. 중요한 사항이라면 더욱 그래야겠지요. 도움이 필요하다면 의문을 제기하는 것도 좋습니다. “어떻게 그런 일이 있을 수 있을까요?”라고 말이죠. 이는 침묵하며 생각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막연한 상태는 아니니까요. 그러고 나서 이야기하면 좀 더 깊은 대화가 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결정이라면, 더욱 그러하겠지요.
침묵에 관한 첨언을 더 하면 이렇습니다.
침묵은 의견을 내지 않는 것이 아닙니다. 다른 표현으로 의견을 내는 것이죠. 대화하는 자리에서 내가 말을 꺼내면 과속방지턱을 넘는 것처럼, 대화가 덜커덩대는 기분을 느낄 때가 있습니다. 흐름이 끊기는 느낌이 들기도 하고요. 약간 싸한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이때 해야 할 가장 좋은 자세가 바로 침묵입니다. 내가 이야기할 때가 아니라는 거죠. 특히 대화 중간에 끼었을 때는 더욱 그래야 합니다. 침묵으로 사람들이 하는 이야기를 통해 전반적인 흐름과 분위기를 파악해야 합니다. 그러고 나서 말을 꺼내는 것이 좋습니다. 파악이 전혀 되지 않은 상태에서 꺼내는 말은, 찬물을 끼얹는 꼴이 될 수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