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선생님 말처럼 마음을 담아서 보니 진짜 다르게 보이던데요."
지난 주 <아동의 행동 관찰하기>라는 전략으로 중재를 받으신 워니 어머니가 오늘 하신 말씀이다.
며칠 전 워니가 볼풀텐트에서 놀다가 텐트 속에 있는 공을 하나씩 밖으로 던지기 시작했다.
워니 엄마는 평소처럼 “공 던지면 안되지!”라고 말을 하려다가
지난 시간에 배운 <아동의 행동 관찰하기> 전략이 떠올랐다.
그래서 잠시 워니의 행동을 관찰했다.
가만히 워니를 보니 처음에는 하늘색 공만 꺼내다가 하늘색 공이 없어지니 분홍색 공을 꺼내더란다.
분홍색 공이 없어지니 노란색 공만 골라서 꺼내더란다.
워니 엄마는 이날 처음 워니가 색깔을 구분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지난 회기 <아동의 행동 관찰하기>전략은 아이가 또래 아이들과 다른 행동을 할 때
‘맞다. 틀리다' 또는‘이상하다, 괜찮다’의 관점이 아니라
"왜, 저렇게 할까?"라는 마음을 담아 전후의 상황 속에서 잘 관찰해 보는 것이었다.
한자로 ‘보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는 여러 개가 있다.
見(견), 觀(관), 視(시)
영어도 watch, look, see...
‘보다'라는 단어가 이렇게 다양하다는 것은 ‘보는 행동'의 차원과 깊이가 다르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아이를 볼 때도 어떤 차원의 눈을 가지고 보느냐에 따라 같은 행동도 다르게 볼 수 있다.
또래 아이들과 다른 행동을 할 때 색안경을 끼고 보면 다른 행동은 문제행동으로 해석이 된다.
하지만 다른 행동을 하는 아이의 모습을 전후 상황과 연결해서
‘이해하려는 마음'을 담아서 보면 문제행동으로 보이지 않는 경우가 더 많다.
그저 스스로 색깔을 분류하는 놀이로 공을 밖으로 꺼내고 있는데
마음을 담아서 보지 않으면 공을 밖으로 집어던지는 것으로 보일 수밖에 없다.
그러면 엄마는 “공 던지면 안 돼!”라는 금지를 할 수밖에 없다.
워니를 잘 관찰한 이후 엄마의 반응은 달랐다.
워니 옆에서 적극적으로 원이가 골라내고 있는 색깔의 공을 같이 골라주게 되었다.
그리고 워니의 웃는 얼굴을 보게 되었다.
마음을 담아 바라보지 않으면 아이의 행동을 판단하고 지시하고 제지하게 된다.
마음을 담아서 바라보면 아이와 함께 그 순간을 즐기게 된다.
마음을 담아서 바라본 엄마와 아이의 시간은 강요나 지시가 없는
짧지만 반짝반짝 빛나는 시간으로 아이에게 기억될 수 있다.
문득 대학시절 경서강독 시간에 배웠던 문구가 떠올랐다.
심부재언이면 시이불견하며 청이불문하며 식이부지기미니라
마음이 그곳에 없으면
보아도 보이지 않고
들어도 들리지 않으며
먹어도 그 맛을 모르느니라
아이와 반짝반짝 빛나는 따뜻한 시간을 보내고 싶다면
마음을 담아서 아이의 행동을 바라보세요.
그리고 함께 시간을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