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달에 사원에서 대리로 승진했다. 내 나이면 대부분 과장급인데 나는 이제 겨우 사원 딱지를 떼었다. 근데 뭐 상관은 없다. 사실 사원인지 대리인지는 나한테 별로 중요하지 않다. 회사에서 나를 부르는 호칭도 직급이 무엇이든 그냥 '노무사님'이다. 뭐 일을 잘해서 승진한 것도 아니고 그냥 연차가 돼서 승진한 것뿐이니까. 호칭도 하는 일도 바뀌는 건 하나도 없다. 바뀐 점은 개미 코딱지만큼 오른 월급으로 투자금액에 조금 여유가 생겼다는 것뿐이다.
승진도 이직도 개업도 관심이 없다. 직장은 그저 나중에 하기 싫은 일은 안 하기 위해 돈을 벌기 위한 것일 뿐이다. 재미도 성취감도 보람도 없는 그냥 해야 하는 일을 하는 것이다. 대신에 나는 피아노 치고 글 쓰고 책 읽고 운동하고 새로운 것들을 배우는 것에서 재미와 성취감을 느끼고 있다.
다들 승진을 축하한다고 하는데 나는 왜 축하하는지 모를 어리둥절한 상황이 되었다. 승진했다고 나에게 별로 달라질 게 없으니.. 월급 오른 걸 축하해 주는 걸까. 개미 코딱지만큼이라도 월급 오르는 건 좋긴 하지. 월급이 100만 원 정도 올랐으면 감흥이 남달랐으려나.
이번 달에 수영도 중급반으로 승진(?) 했다. 만년 초급반에서만 어푸어푸 할 줄 알았는데 드디어 나도 중급반에 간다. 나도 저 신기한 오리발을 쓸 수 있는 기회가 온 것이다!! 오리발을 신고 접영을 하면 날아가는 기분이라던데... 너무 설레서 오리발 이것저것 검색해 보고 내가 다니는 수영장 사람들이 쓰는 오리발들도 곁눈질로 모두 스캔했다. 그리고 설레는 마음으로 오리발 인터넷 주문 완료!
새벽수영을 화목반 다니고 있는데 월수금반이나 매일 반으로 옮길까 고민 중이다. 초급반은 너무 못해서 상급반은 너무 잘해서 실력이 더디게 늘지만, 중급반은 하는 만큼 실력이 쑥쑥 는다고 한다. 또 욕심이 마구 솟구친다..!
회사에서 승진한 것보다 수영 강습반에서 승진한 걸 더 좋아하는 나란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