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어떤 대기업의 인사담당자가 쓴 글을 읽었다. 신입사원 채용 면접을 많이 진행했던 그 인사담당자는 본인의 수년간의 경험을 토대로 '합격하는 신입사원들의 공통점(불합격하는 취준생들의 공통점)'을 발견하셨다고 했다. 오~ 이것은 모든 취준생들이 귀를 쫑긋하고 세울만한 중요한 내용이다!!! 합격자들의 공통점이 있다면 그걸 따라 하기만 하면 바로 취업성공이다!!!
그 비결은 바로!! 합격자들은 밝고 긍정적인 기운을 뿜고, 불합격자들은 어둡고 부정적인 기운을 뿜는다는 것이다. 그러니 면접에서 밝고 긍정적이고 자신감 넘치는 기운을 뿜뿜해라!! 이런 멋진 교훈을 주셨다.
그걸 읽고 나는 웃음을 뿜었다.
물론 면접도 사람들이 만나는 자리이니 밝고 긍정적인 분위기를 내는 사람들에게 더 눈길이 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장수 취준생은 억지로라도 그런 분위기를 뿜을 수가 없다. 처음에야 자신감 넘치고 긍정적인 모습으로 무장했겠지만 한 번, 두 번... 열 번, 스무 번을 떨어지다 보면 긍정적인 모습은 서서히 사라진다. 긍정적인 분위기를 내뿜는 사람에게 사람들이 끌린다는 걸 모르는 사람은 없다. 다만 긍정적이고 싶어도 긍정적일 수 없는 상황에 있는 사람들은 많다.
신입 채용 경력이 많으신 그분은 20대 때 실패해 본 적이 없을 가능성이 크다. 아마 괜찮은 대학 나와서 괜찮은 회사 무난히 들어가서 열심히 일하시면서 인사 쪽 경력을 쌓으셨을 거다. 만약 20대 때 실패 경험이 있다면 너무 오래되어 그때를 잊어버리신 걸 수도 있을 것 같다.
20대는 특히 실패에 취약하다. 물론 3,40대처럼 잃을 건 많이 없더라도 마음이 단단하게 다져져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흔히 젊어서 실패는 사서도 한다고 한다. 맞는 말이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다. 실패를 해보고 다시 일어나면서 단단해질 수는 있지만, 그건 몇 번의 실패와 성공을 경험해 보면서 스스로 깨닫는 것이다. 20대는 그전까지는 실패를 해본 적이 거의 없고 성공해 본 적도 없다. 그러니 난생처음 맞는 실패의 충격은 훨씬 크다. 젊다고 크게 아프지 않고 금방 극복해 낼 수 있을 거란건 큰 오산이다.
취준생 시절 수백 군데의 기업에서 떨어졌었다. 물론 처음 몇십 개 정도 기업까지야 '뭐 다들 취업이 어렵다는데' 했다. 수십 개가 백 개가 되고 수백 개가 되고 똑같은 채용 과정을 몇 년씩 반복하다 보니 스스로도 뭔가 점점 어두워져 가는 것을 느꼈다.
그때는 '왜 이렇게 부정적이야?'라는 말을 자주 들었다. 나는 참 의아했다. 단지 힘든 상황에 몸과 마음이 지쳤을 뿐이지, 내가 부정적인 사람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정말 신기하게도 겨우 몇 년 지난 요즘엔 긍정적이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나는 긍정적이라는 말을 들을 때에도 부정적이라고 들었었을 때처럼 의아하다. 나는 내가 긍정적인 사람이라고도 생각해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나는 긍정적인 사람도, 부정적인 사람도 아니다.
긍정적인 상황과 부정적인 상황이 있을 뿐이었다.
누구에게나 불행은 본인의 의지나 선택과 상관없이 예기치 않게 찾아온다. 불행은 잠깐 들이닥쳤다가 사라질 수도 있지만, 대부분의 불행은 연달아 불행 친구들을 계속 데려온다. 부정적인 상황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계속 이어지는데도 계속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까? (있다면 좀 무서울 듯..) 사람마다 부정적인 상황에서도 긍정적으로 생각하려는 성향의 정도, 긍정적인 상황에서도 부정적으로 생각하려는 성향의 정도 차이가 날 순 있겠지.
나는 부정적인 상황에서는 실컷 부정적이고 싶다. 저 바닥끝까지 내려가 부정적인 감정들을 똑바로 마주하고 다시 올라갈 수 있도록. 긍정적인 상황에서는 있는 힘껏 더욱더 긍정적이고 싶다. 날아다니듯이 긍정적인 상황을 신나게 즐길 수 있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