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내 생일이었다. 생일이니까 특별한 날이어야 한다며 챙길 나이는 이제 지난 것 같다. 학생 때는 내 생일이 항상 여름방학이었던 게 너무 싫었고, 연애할 때는 남자친구가 생일 이벤트를 멋지게 챙겨주지 않으면 서운해했고, 친구들이 내 생일을 잘 챙겨주지 않으면, 생일 축하 연락이 별로 안 오면 우울해지곤 했다.
그런 감정들도 다 한때인가 보다. 이젠 생일이라고 꼭 많은 사람들에게 축하받아야 한다거나, 뭐 특별한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없다. 다들 사는 게 바쁘니 가족이 아니고서야 친구 생일 챙기기는 힘들고, 생일은 그냥 수많은 똑같은 날들 중에 하루일 뿐이니까. 그동안 카톡에 생일인 친구 목록에 내가 뜨도록 해놔도 축하 연락이 그렇게 많이 왔던 건 아니지만, 이제는 꺼두기로 했다. 생일마다 기프티콘 서로 주고받기하는 것도 좀 지치는 느낌이 들기도 하고. 올해 생일의 목표를 '생일 축하 기프티콘 하나도 안 받기'로 정했다.
생일 당일 오전부터 은행, 카드사, 쇼핑몰, 음식점, (안 간 지 무려 10년도 넘은) 미용실 등등에서 'OO님 생일축하 00% 할인 쿠폰 보내드립니다'같은 문자만 한 열댓 개 왔다. 이번 생일은 이렇게 기계들의 자동문자로만 축하를 받겠거니 하고 있었다.
그런데 결론적으로 목표는 실패(?) 했다. 카톡 내 생일 보여주기 기능을 꺼놔서 생일 축하 카톡이 하나도 오지 않을 것이라는 내 예상과 달리 무려 두 명한테서나 생일 축하 기프티콘이 왔다. 한 명은 나의 중학교 동창으로 알고 지낸 지 가장 오래된 친구다. 피자 기프티콘을 보내면서 무심히 생일 축하 메시지를 보내왔다. 놀라서 내 생일을 어찌 알았냐 하니, 달력에 저장해놨다고 한다. 내 생일이 뭐라고 달력에 저장까지 해놓았냐고 어이없어서 웃음이 났다. 물론 감동적이었고 고마웠다.
두 번째는 매우 의외인데, 글쓰기 모임을 함께하는 분 중에 한 분이었다. 글쓰기 모임에 나가 그냥 가볍게 '오늘 제 생일이라 저녁 약속이 있어서요~'라고 했더니, 그날 저녁에 개인 톡으로 설빙 기프티콘을 보내주셨다. "모임 만들어주신 덕분에 요새 즐겁게 글 쓰고 있어요. 감사하고 생일 축하드려요~"라는 메시지와 함께. 너무 의외라 놀랐고, 그다음엔 감사한 마음이 들고, 내 덕분에 글쓰기가 재밌어지셨다고 하니 뿌듯한 마음도 컸다.
앞으로도 카톡 생일 알림은 계속 꺼둘 생각이다. 과연 내년 생일에는 '생일 축하 카톡 하나도 안 받기'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까. 막상 진짜 하나도 안 오면 예상한 듯이 아무렇지도 않을 수 있을까.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