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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ravelMaker Feb 21. 2019

시간이 수집된 공간(feat. 동묘구제시장)

사람들의 시간을 모으다

시간을 모아 본 적이 있는가? 황당한 질문이라고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무형이면서 담을 수 없는 시간을 모으다니! 하지만, 시간이 다른 형태로 녹아들어 있음을 생각해본다면, 불가능하지만도 않다는 것을 알게 된다. 기록의 형태로, 손길의 형태로, 흔적의 형태로 시간은 물건에 녹아들어 있다. 그것들이 수집되어 모여있는 곳. 동묘구제시장이다.


동묘의 공간은 시간으로 가득하다. 동묘는 그 시간을 수량으로 전환 평가하여 가격으로 제안한다. 이것을 우리는 구제, 빈티지, 골동품이라고 칭한다. 사람들은 왜 이런 개념에 열광하고 모이는 것일까?


시간은 유한하다. 개념은 무한할지 모르지만, 사람이 갖는 시간은, 물건들이 갖는 시간은 유한하다. 유한함에서 희소성을 느끼는 것이다. 블록체인 기술에서의 비트코인이 채취되기 어렵듯이 말이다. 비트코인은 대량의 그래픽카드와 채굴기를 투입하면 얻을 수 있으나, 시간은 그런 도구가 없다.


브랜드들이 만들어낸 제품들도 시간이 지나면 시장에서 사라진다. 누군가의 옷장에, 집에 있게 되지만 이 또한 사용년수에 따라, 사용자의 습관에 따라, 아니면 불의의 사고로 인해 버려지고 없어진다. 결국, 시장에 얼마 없는 과거의 상품도 희소성을 갖게 되면, 가치가 올라간다. 동묘에서도 브랜드의 제품은 그 가치가 상대적으로 높다. 아이러니하게도 버려진 것들도 브랜드 빨을 받는다는 것. 함부로 버렸다가는 후회가 될 것이라는 것.


과거에 사용해본 결과 좋음을 경험한 사람들과, 현재의 것에 실증을 느낀 요즘애들, 그리고 그런 것과 상관없이 그냥 수집이 좋은 사람들, 싸게 물건을 사고 싶은 사람들 등, 수많은 시간이 모인 동묘는 다양한 사람들을 만족시킨다. 모아놓았다는 것만으로도 사람들을 만족시킬 수 있다는 것은 매우 의미가 있다. 경험, 새로움, 저렴함, 취미들이 동묘에서 원하는 가치를 찾는다. 그리고 그 가치는 거래된다.


시간이 지났음에도 관리가 잘 되어있음을 살피며, 관리가 소홀하여 상처가 있어도 사용자의 흔적이 색다른 매력이 된다. 동묘는 쓰다 버린 상품이 모인 곳이 아니다. 시간과 경험이 가치가 되어, 2차적인 가치가 거래되는 곳이다. 이는 내가 모처의 브랜드샵보다 동묘시장을 선호할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우리의 시간과 경험이 소중함을 자부하자. 나의 그것이 다른 사람에게도 소중하게 느껴질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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