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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정숙 Apr 03. 2022

오래된 이메일을 지우며

시작은 환경이지만, 끝은 그리움으로


며칠 전 친구가 써 놓은 글 ‘작지만 노력하는 것’에서 흥미로운 사실 하나를 발견했다. 우리에게는 이제 너무나도 익숙해져버린 넷플릭스, 유튜브 등의 영상들을 그저 보는 것만으로도 지구를 오염시킨다는 것. 그리고 더 놀라운 것은 받은 메일함을 그저 쌓아두고 방치하는 것만으로도 마찬가지로 오염시킨다는 것이다.


친구는 '이메일 1통에 4g 정도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되기 때문에 주기적으로 이메일함을 정리하면 이산화탄소를 줄이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우리가 미처 신경 쓰지 못하고 있는 사이에 쌓인 메일들이 지구를 더 아프게 한다는 사실을 이제야 깨달은 것이다. 환경에 관심이 많은 친구의 이야기를 듣고 이제라도 관리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것에 감사하며.








묵혀둔 메일을 하나씩 지우기 시작했다.

세상에.. 10년도 더 된 메일이 아직까지 남아 있었다니.


대학에 다닐 때 같은 과목 조원들과 주고받은 PPT 자료들이 눈에 띄었다. 그 당시에는 학점에만 신경 쓰느라 함께 뭔가를 이루어가는 과정에 크게 즐거움을 느끼지 못했었다. 휴학을 하고 다시 학교에 돌아왔을 땐 그게 열심히 사는 것이라 확신했었다. 지금 돌이켜보니 고독하게 얻은 학점만큼이나 관계의 즐거움을 누리는 것도 기나긴 인생에서 봤을 때 훨씬 풍요로운 인생이 되지 않았을까.


지난 메일들을 하나씩 지워가며 예전 생각이 많이 나는 건 어쩔 수 없나보다. 수정에 수정을 거듭해 여러 기업에 보냈던 자기소개서들, 학교 선배들에게 취업 조언을 나눈 이야기들, 마냥 행복해 보이기만 했던 전 인연과의 대화들까지.

새록새록 피어나는 청춘의 추억들이 내게 다가와 안겼다.


세금계산서 발행 메일, 결제된 내역들, 예약 확인 메일들이 주를 이루는 요즘의 ‘받은 메일함’을 무심코 보면서, 문득 과거의 내가 그리워졌다. 카카오톡이란 앱이 없었던 그때의 시절에 오히려 더 많은 사람들과 다양한 대화를 나누곤 했으니까.

다시 돌아간다면 그때의 특권을 더 충분히 누리려고 노력했을 것이다.


다시 오지 않을 소중한 하루하루를 열심히 기록하고 충분히 즐기려고 노력하는 삶이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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