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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중국에서

중국 QR코드 결제방식
넘겨짚기

4년의 시간을 건너뛰고 다시 중국을 보니...1탄

by Groovycat


파란색은 알리페이 초록색은 위챗페이


한국에 와보니 여러 은행의 체크카드와 신용카드가 한없이 귀찮게느껴진다. 난잡한 시장바닥이 더럽다고 투덜대는 외국인 코스프레, 어딜가나 담배 냄새 난다고 하루 종일 마스크를 하고 다니던 영락없는 한국인에게, 중국의 QR 코드 결제 하나는 참 편리했다.





작년 연말부터 약 한 달간 중국 시댁에 다녀왔다. 외면하고 있던 시월드에 입성해있는 한 달간은 죽었다 생각하고 번역일만 파고들기로 작정했다. 중국인 시어머니와의 갈등, 먹거리에 대한 불신, 그래도 모든 걸 외면할 수는 없는 상황이었다. 9살 6살 두 아이를 데리고 갔으니 가끔 나도 밥을 해야하고, 필요한 것들도 사야하고, 있는 동안 몇 번은 시장을 다녀와야했다.


남편은 오자마자 위챗페이에 돈을 충전할 것을 권유했다. 그냥 돈 내면 되지 뭐. 쿨하게 거절. 하지만 집을 나서면서부터 나는 그냥 시대에 뒤떨어진게 아니라 외계인이 되버렸다. 어딜가나 알리페이, 위쳇페이가 함께 한다. 버스, 택시, 시장, 백화점, 어느 곳에서 무엇을 하든 알리페이와 위챗페이 두 개의 QR 코드가 붙어있다. 고작 4년이다. 4년 밖에 안 지났는데 사람들도 변해버린 느낌이랄까. 시장에서 장을 보는 예순을 넘긴 할머니들이 핸드폰을 꺼내 QR 코드를 찍어 한화 몇 백원 밖에 안되는 채소 값을 결제하는걸 보고 할머니들이 처음 배웠을 때 얼마나 힘들었을까 괜한 걱정을 해본다. 자식들이 어플 깔아주고, 체크카드 정보 연동까지 해줬겠지, 몇 번은 잘못 결제도 해보고, 버스 탈 때 두 번 결제되서 기사와 말다툼도 해봤겠지… 그래도 너무나 능숙했다.



하루는 닭볶음탕이 먹고 싶다는 아들 때문에 시장에 갔다. 생닭 한 마리를 잘라달라고 해서 포장해 가려는데 100위안 짜리 지폐를 내고 거스름돈을 받기까지 5분 정도가 걸렸다. 다른 사람들이 사는 것들을 다 포장해주기까지 서서 기다렸다. 현금을 받기 위해 위생장갑을 벗고 거스름돈을 세어줄 때까지 기다린 시간이다. 내가 기다린 시간에 대한 억울함 보다는 나로 인해 번거로워진 닭집 사장님에게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다른 사람은 매대 기둥에 매달린 QR 코드로알아서 결제를 하고 가기 때문에 돈을 만질 이유가 없고, 작업하던 장갑을 벗을 이유가 없어서이다. 그렇다고 소비자에게 ‘위챗페이로 결제해주세요’라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QR 코드로 지불하면 서로 깔끔하고 좋지 않겠는가.

매대 필요 없이 이렇게 캐리어에 메추리알 구운 솥과 위챗페이 QR코드 하나면 장사준비 끝


버스를 탈 때도 마찬가지였다. 버스카드나 알리페이로 결제하면 결제 완료 멘트가 나오니 굳이 보고 있을 필요가 없는데, 아무 소리 없이 조용히 들어가니 기사 아저씨가 깜짝 놀라 쳐다본다. 그제서야 현금 투입구에 걸려있는 내 지폐를 확인했다. 그 후론 지폐를 넣을 때마다 량콰이!(2위안)라고 말하며 아저씨에게 확인을 요청했다. 귀국 날짜가 다가오면서 쇼핑때문에 나갈 일이 많아지면서 버스 타는게 귀찮게 느껴진 건 대중교통이라서 그런 것 보다는 지불의 불편함이 50%였다고 생각한다.


QR 코드 결제 방식이 한국에는 없을까. 앱카드, 카카오페이 등 여러 가지 방식으로 있기는 해도 모든 사람이 동일하게 쓰는 건 없다. 왜 중국은 다 통일해서 알리페이, 위챗페이를 쓰는 걸까. 중국인 남편과 내가 내린 결론은, ‘그래서 마윈이 은퇴를 했다’는것이다. 뜬금없는 내용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혹은 이미 알고 있는 사람도 있겠지만, 사회주의와 자본주의의 차이가 여기서 생기는 것이다. 인민들에게 편의를 주는 알리바바와 위챗을 만든 마윈, 인민을 위해 복무(서비스)해야 하는 정부, 그 정부의 역할을 한 개인이 무한정으로 할 수는 없기에, 그리고 거기서 나오는 이익을 개인이 무한정 가져갈 수는 없기에, 적정선에서 개인과 정부가 딜을 한 것이라고 대부분의 중국 사람들은 인지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통일된 QR 결제방식을 도입하면 어떻게 될까. 통일될 수가 없다. 그러면그 많은 은행들은 어떡하지? 신용카드사들은? 은행은 알리페이처럼 연동하는 체크카드를 만들기 위해, 혹은 예금 적금 등 기본적인 서비스만을 위해 존재하게 될 것이고, 신용카드는 할인과 캐시백 프로모션을 좀더 다채롭게 해야할 지도 모른다.


경제나 재테크는 1도모르는 한국 아줌마지만, 어쨌든 중국에서 QR코드 결제 하나는참 편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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