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Ryumiverse Jul 25. 2021

T11_시즈오카#2-여정의 시작

살포시 정신없지만 그래도 간다

시즈오카로 여행지를 정한 것은, 거기에 후지산이 있기 때문이었다. 후지산은 은근 나에게 "미션 장소" 같은 곳인데, 이전 일본에 살 당시에 등반을 하려고 했지만 실패한(늦잠을 잤) 이후, 여러번 등반을 시도했기 때문이다. 아직도 그때를 위해 산 등산 스틱이 집에 있 아무래도 '후지산'이라는 곳이 일본이라는 나라에 있어 상당한 의미를 가지고, 큰 영향력이 있다보니 등산까지는 아니더라도 한 번 정도는 좀 더 가까이 가고팠던 것이다.


"일본"하면 흔히 나오는 이미지 중 하나(출처 - https://www.fun-japan.jp/en/articles/1289)


그리고 캠핑에 관심을 가지면서 본 가장 멋진(!) 캠핑장의 모습이 바로 후지산이 보이는 캠핑장, '후못토파라(홈페이지 : https://fumotoppara.net/campsite)'였다. 물론 캠핑을 본격적으로 알게되면서 얼마나 힘들까 생각도 들지만(...) 그래도 멋지잖아?


멋지잖아 ;ㅁ; (출처 - https://www.instagram.com/p/CRkEO7WNFVu/)




그래서, 이전 글(https://brunch.co.kr/@ryumiverse/53)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후지산도 좀 더 가까이 보면서, 도쿄도 들르고 오가는 길에 가능하다면 하코네라던가, 아타미 등도 들를 수 있을 거 같아 일주일이라는 긴 시간을 들여 렌트카까지 빌린 것이다.





커피 한 잔과 함께 출발. 토요일임에도 비행기는 한산했다.


토요일 아침, 드디어 출발길. 주말임에도 생각보다 한산한 비행기, 내가 앉은 열이 다 비어있었다!


이 비행기는 후지산 시즈오카 공항(FSZ)에 도착합니다.


다시 떠올려보는 "계획" - 계획이란...없는 것이다! (이때는)


시즈오카. 렌트카로 이동하는 덕에 흔히 갈 수 없는 곳도 가보기 위해서 시즈오카 관광청 한국사무소에도 다녀오고, 수많은 여행기들을 보면서 어디를 갈지 대략 찝어는 두었지만, 위 계획처럼 첫 날은 계획이 없었다. 물론, 일본에서 면허증을 가지고는 있었지만 그렇게 운전을 자주했던 것은 아니라 정말 오래간만에 우핸들의 운전에 익숙해져야 하고, 새로 빌릴 렌트카에 익숙해져야 했기에 엄청나게 빡빡한 계획을 넣을 수도 없었다. 무엇보다 너무 빡빡한 계획이란 내 여행에 존재하지 않


무려 다 달리고 난 뒤에도 5,000km도 안달린 신차 / 조심스레 시즈오카시로 가는 길


조심스레 호텔에 도착해서는 일단 동네탐방에 나셨다. 호텔이 시즈오카역 앞 번화가에서 바로 약간 떨어진 곳이라, 딱 동네 산책(?)하기 좋은 위치.


나름 번화가(?) / 아직 내 통장에 잔고가 있다!


나름의 번화가를 둘러보고, 갑자기 생각난 김에 통장 잔고도 확인해봤다. 아직 63엔이나 있네(...)


요 언저리가 주요한 번화가였다. 지도 위쪽이 순푸성(駿府城)인데, 들러보진 못했다.


그리고 일본에서의 첫 식사는- 그냥 돌아다니다가 들어간 식당. 뭔가 딱히 끌리는 식당이 눈에 띄지는 않았는데, 배도 고프고 뭔가 오래된 식당의 느낌이 좋아 그냥 들어가봤다.



"岩久食堂"인데, 지금 찾아보니 오므라이스 맛집인듯. 할머니가 운영하시던 곳인데, 이야기를 나누기도 어려울 정도로 정말 고요한 분위기에 맛도 제법 괜찮았다. 가격도 제법 저렴. 쇼와 갬성의 맛인가 그냥 배가 고파서인가


쇼와(昭和) : 일본 연호 중의 하나로, 1926년부터 1989년까지를 말한다. 가장 긴 연호의 시기기도 한데, 초기 쇼와 시기는 일본 제국의 시기로 45년 패망 이전까지를 말한다. 이후 50년대 이후 '일본의 기적'이라 불리는 고속 성장을 한 시기도 여기에 포함되는데, 그래서 이 '(고속 성장 시기의) 쇼와 시대'를 그리워하는 일본 사람들이 많다. 우리나라에서 '레트로'라고 하면 마찬가지로 우리나라가 고속 성장을 이룬 70년대 후반부터 90년대 유행했던 것들을 의미하는 것처럼, 일본에서는 '쇼와 시대'라고 하면 고속 성장 시기 부족함이 없던 시기를 말한다. 물론 '버블 경제'의 시기로 보고, 그런 버블을 의미하는 것으로 쓰이기도 한다. '쇼와 갬성'이란, 그 당시의 감성을 말한다. 마치 우리나라에 찾아온 '레트로' 같은 느낌이랄까.

* 출처 : https://en.wikipedia.org/wiki/Sh%C5%8Dwa_(1926%E2%80%931989)




식사를 마치고는, 두뇌 언어 설정을 일본어로 맞춰가며 다시 찬찬히 둘러보다가, 호텔 체크인을 완료하고 다시 밤의 거리로 나섰다. 이젠 조금 여유가 생긴.


시즈오카 필수 코스, 나나야(ななや) 녹차 아이스크림.


아이스크림도 한 입먹고 밤의 목적지는 바로 오뎅 거리. 시즈오카의 오뎅이라니...? 하는 생각을 나도 처음했었는데, 시즈오카의 오뎅 거리는 제법 유명했다. 특히 시즈오카 특산 오뎅인 "쿠로한펜(黒はんぺん)"은 한번 먹어봐야 하지 않겠어...?


쿠로한펜(黒はんぺん) : 등푸른 생선을 껍데기째 갈아만든 어묵의 일종.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오뎅보다 약간 더 퍽퍽하면서 기름진 맛이다. "한펜(はんぺん)"이라는 것이 우리가 알고 있는 '돗자리 오뎅'이나 '반원 모양 오뎅'과 유사한 아이인데, 일반적인 오뎅보다 좀 더 폭신폭신한 느낌이 있다. 얼핏 보면 약간 두부같이 생김(...)

* 출처 : https://ja.wikipedia.org/wiki/%E5%8D%8A%E7%89%87


오뎅 거리 입구 / 오뎅에 맥주 / 역시나 여기도 '쇼와 갬성'


(지금은 불가능 하지만) 어깨 맞대고 먹는 작은 가게. 그리고 담배를 피우며 오뎅을 건네주는 걸걸한 목소리의 주인. 처음엔 낯설고 '이게 뭐야' 싶었지만, 한국에서 왔고 오뎅 먹으러 왔다고 하니 신기해하며 이런저런 얘기를 나눌 수 있었고, 은근슬쩍 옆 자리의 사람들과도 이야기를 나눠가며 시간이 흘렀다. 물론 분위기나 퀄리티에 비해 가격이 좀 있어서 많이 먹진 못함


밤거리를 지나, 호텔에서의 만찬.


오뎅을 신나게 먹고, 다시 번화가를 산책하듯 구경하면서 지나와 호텔에서 한 잔. 당연히 안주는 편의점이다 그렇게 첫날이 간다. 뭔가 그렇게 많이 한 것도 없고, 뭘 특별히 보거나 가본 것은 아니지만, 내일부터는 본격적인 드라이브도 시작되니. 그리고 무엇보다, 일주일이라는 긴 시간이 남아있으니까.


그래도- 내일부터의 장시간 운전은 괜찮겠지...? 일단 모든 것을 접어두고, 소주를 한 잔- 그렇게 시즈오카의 첫날 밤이 지나갔다.


To be continued.


♬ T Series - https://brunch.co.kr/magazine/tseries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