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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숲섬타로 Jan 20. 2024

한라산을 향하여

셀프 라이프코치 3

  


  서귀포에 살면서 가장 좋은 점은 고개만 들면 장엄한 한라산이 눈에 들어온다는 사실이다. 옛 제주인들이 한라산을 보며 할망신화를 만들어낸 건 결코 우연이 아니다. 장군처럼 크고 뚜렷한 할머니의 옆얼굴 모습이 서귀포에서 보는 한라산의 실루엣이다. 아들을 무려 500명이나 낳은 여신이라 할만한 모습인 것이다. 한라산은 제주인들의 무엇보다 든든한 백그라운드다. 간혹 마음이 답답하고 힘들 때도 한라산을 보고 있자면 이런들 저런들 다 어때, 넌 괜찮아, 하는 음성이 들리는 것만 같다. 그 한라산에 가본 지가 너무 오래되었단 사실을 얼마 전 생각하게 되었다.

  



  재작년 연말쯤, 스트레칭을 하다가 왼쪽 다리 햄스트링에 부상을 입었다. 근육통이 심해서 좀 쉬면 낫겠지, 란 생각으로 시간을 보냈는데, 문제는 다리 찢기나 스트레칭을 할 때마다 통증이 있어 그 동작들을 점점 피하게 되었다는 사실이다. 재작년부터 작년 2월까지 나는 책상 앞에만 앉아 몰두해 있었지 점점 몸을 움직이지도 운동을 하지도 않게 되었다. 그 결과 너무나 처참하고 힘겨운 시간이 다가왔다.



  작년 2월 중순, 자다가 왼팔이 저린 현상이 생겼다. 곧 다리까지 저리기 시작했다. 자주 급체를 하게 되었고, 한번 체하면 몸 어딘가가 꽉 막힌 듯 숨쉬기도 힘들어 온몸을 따주거나 침을 놓아야 했다. 아직 그럴 나이가 아닌데 몸은 갱년기가 시작된 것처럼 상체에만 열이 오르고, 훅 올랐다가 가라앉기를 반복했고 발은 차갑고 시리고 심지어 저렸다. 온몸에 통증이 생겨나고 목과 허리 움직이는 게 불편했다. 작년 3월 척추전문병원은 물론이고 제주시부터 서울까지, 갱년기 증상인지 알기 위해 산부인과까지 총 여섯 군데의 병원을 다니며 검사를 하고, MRI를 찍고, 각종 진단을 받았다. 결과는 경추와 요추의 디스크 팽윤 혹은 근막통 증후군. 즉 디스크가 살짝 부었거나 근육을 싸는 근막에 문제가 생겼다는 것인데, 디스크 팽윤으로 그렇게까지 통증이 있지는 않다는 것이 또 다른 의사의 소견이었다. 어깨가 아프다는 말에 X-레이까지는 찍어봤지만, 어느 한 군데서도 내 어깨가 왜 이상한지 말해주는 곳이 없었다. 난 무척 실망했다. 자기 분야에만 신경 쓰느라 내 몸 전체의 순환장애에는 어느 누구도 관심이 없었다. 이렇게 갑자기 늙어가나 보다, 이러다 죽는 게 인생인가 보다 싶었다.



  하던 일을 대부분 중단했다. 병원에 가서도 방법이 없었으니 혼자 살 길을 찾아야 했다. 사우나를 다니고, 수영을 일주일에 한두 번씩 다녔다. 하루 한 번 이상 한 시간 이상 걸었다. 한의원에 자주 가서 침을 맞았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며 힘들어도 움직이고 걸어야 하는구나, 몸이란 게 안 쓰면 굳는구나를 알게 되었다. 봄, 여름이 지나며 어깨 통증은 더욱 심해졌고, 이제는 오른쪽 어깨까지 아파져 양쪽 어깨를 모두 쓰기 힘든 상태가 되었다. 양팔을 앞으로 들어 올리면 100도 이상은 올라가지 않았고, 그 이상을 올리려고 하면 상체가 모두 뒤로 젖혀졌다.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내 증상은 흔한 오십견 증상과 같았다. 정형외과를 가보긴 해야지 하며 시간이 지났다. 9개월이 지난 11월 중순, 안과에 검진하고 내려오던 길에 2층의 정형외과에 들렀다. 간단한 X-촬영과 초음파검사를 하기도 전에 의사는 오십견이 맞다고, 그 많은 병원에서 오십견을 몰랐다니 본인이 화를 많이 내셨다. 이상한 병원과 의사들이 너무 많다고, 의사가 잘 모른다고 하니 내 입장에서는 병원에 가서 적극적으로 치료할 생각도 못 했을 거라고 본인이 더 안타까워하시면서.



  증상이 오래돼서 치료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릴 거란 예상과는 달리, 어깨는 금방 차도가 있었다. 11월 중순부터 딱 3주간 일주일에 두 번씩 여섯 번 치료를 받자, 왼쪽 어깨는 수직으로 170도까지 올라가게 되었다. 오른팔도 매번 함께 운동한 덕분에 빠르게 나아졌다. 한 대의 스테로이드 주사가 감사하게도 왼팔의 통증을 덜어주었고, 덕분에 통증을 참으며 수월하게 운동을 해낼 수 있었다. 매일 하루에도 네댓 번씩 스트레칭을 하였다. 병원에 갈 때마다 충격파 치료를 받았는데 통증은 참을만했고 처음 통증이 시작된 왼쪽 어깨의 굳어진 부분이 풀리자 거짓말처럼 열이 오르내리던 증상, 즉 갱년기 증상인 줄 알았던 안면홍조현상이 어느 순간부터 완전히 사라졌다. 소화도 잘 되었고 몸이 차차 정상적으로 순환하고 있었다. 몸 전체의 이상증상과 통증들이 서서히 사라지고 있었다.



  요즘은 책상에 앉아있다가도 몇 번씩 벌떡 일어나 스트레칭을 한다. 매일 한 시간 이상 한 두 번은 걸어야 한다. 좋은 음식을 챙겨 먹고, 모든 일에 몸의 편안함과 유연함을 유지하는 일을 일 순위로 챙기고 있다. 자다가 어깨가 아파서 깨는 일도, 급체하는 일도 사라졌다. 생각해 보면 그렇게 오래 몸을 방치했는데도 이렇게 빨리 치유되었다는 사실이 참으로 감사하기만 하다.

  



  나 스스로도 믿기 어렵지만, 2018년에 스페인 까미노 순례길을 완주했던 적이 있다. 그때도 너무나 대단한 목표 설정 때문에 한 달 정도의 시간을 갖고 매일 108배를 두 번씩, 시내까지 걸어 다니기를 생활화했었다. 최소 한 달 이상은 미리 준비해야 몸이 고장 나지 않고, 순간순간을 즐길 수 있다는 예감은 사실이었다. 문제는 언제나 몸이다. 내 몸이 건강해야, 내 인생길도, 모험이나 위험마저도 즐길 수 있는 마음과 용기가 생기는 것이다.


내 안의 나를 찾아 떠나는 산티아고 순례길


 

  다시 한라산에 가고 싶다. 그래서 계획을 세웠다.


  올해 한라산에 간다. 세 번 간다.
처음엔 영실 코스, 다음엔 다른 코스로 백록담까지 가본다.



  매번 바라보며 힘을 얻는 한라산에 올라, 건강한 몸과 마음으로 야호, 외쳐보고 한라산의 기운을 직접 느끼고 싶다. 이제 몸이 편안해지니 오랜만에 무언가를 하고 싶어진 것이다. 그러려면 체력이 좋아야지, 잘 걸어야지, 끈기도 있어야지! 그럼!



  매일 줄넘기를 어제보다 10개 이상 더 해보기로 결심했다. (오늘로 헉헉거리며 370개다)
  매일 가까운 400m 높이의 오름 오르기를 해보기로 했고, 일주일 후부터는 하루 두 번 이상 올라가기로 결심했다. (3일 열심히 올랐고 3일째 지금은 비가 내려 아쉽지만 쉬고 있다.)
  아침 저녁 플랭크를 10초씩 늘여가며 해보기로 했다. (이제 2분 20초를 책 읽으며 거뜬히 버틴다)
  아침 저녁 햄스트링 스트레칭을 10분 이상 41일째 이어가는 중이다.



  매일매일의 힘이란 참으로 무섭다. 이토록 하찮고 미약한 시작이지만 시간이 가면서 거인 같은 힘을 가질 수 있도록 돕는 놀랍고도 간단한 시스템이니 말이다. 매일 하는 일의 힘을 이제는 안다. 매일 스트레칭해서 내 몸과 마음이 조금씩 펴지고 편안해지듯이 매일 조금씩 늘어난 체력만큼 내게 도움 되는 것도 없을 것이다. 자기 전 플래너에 내일 할 일 몇 가지를 미리 적어둔다. 다음날 최대한 그대로 해내려고 애쓴다. 9개월의 고생스러웠던 통증 기간 동안 난 내 몸을 잘 움직이도록 단련시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를 (온몸으로) 깊이 깨닫게 되었다.

  



  곧 한라산에 갈 것이다. 지금은 겨우 줄넘기 370개를 넘고 있지만, 스트레칭을 하며 다리와 옆구리, 어깨만을 늘이고 있지만, 지금 하는 이 일이 무얼 위한 것인지를 나는 안다. 목적이 있다면, 목표가 확실하다면 그 과정 또한 얼마든지 즐거울 수 있다. 생각해 보면 무언가를 하고 싶지만, 걱정만 하고 아무것도 하지 않을 때 내 마음은 불안하고 몸은 삐걱거렸다. 당신에게도 지금 당장, 해야 할 일을 적어두고, 지금 그 일들을 해치우길, 하루하루 그 일을 반복해 보길 추천한다. 혼자 하기 어렵다면 PDS다이어리를 쓰며 단톡방에 가입해 활동해 보거나 <퓨처 셀프> 같은 책을 먼저 읽어볼 것을 추천한다. 삶이 바뀌길 원한다면 지금 이 순간 무언가를 하고 있어야 한다. 너무 당연해 보이는 이 문장을 요즘은 계속 입에 달고 다닌다. 이 글을 읽으시는 당신의 몸도 마음도 최상의 상태이길, 어제보다 더 건강해지는 중이길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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