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불안을 동력으로 살아온 사람이에요.'이걸 하지 않으면 큰일 나겠다' 하는 불안감에 미리 준비하고, 연습하고, 대비해 왔고, 그래서 늘 상위권의 성적을 받았고, 좋은 대학을 나왔어요. 그런데 이제는 그 불안이 너무 지치고 힘들어요. 버겁다는 생각. 더 이상 아무것도 하고 싶지가 않아요. 이렇게까지 해서 뭐 하나 하는 생각에 그냥 다 놓고 싶어요.
진료실에서 나눈 대화의 일부이다. 불안을 동력으로 삼았다는 것은 생각보다 많이 듣는 이야기이다. 불안하니 공부하고, 불안하니 미리 대비하고, 준비하는 것이다. 위 사례처럼 불안에 압도되어 그냥 다 놔버리는 경우도 있지만, 불안 속에 계속 자신을 올려두고 분명 회사에서 좋은 평가를 받음에도 불구하고 혹여나 뒤처지는 존재가 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며 살아가는 케이스도 있다.
꼭 불안을 동력으로 삼아야 하는 것일까? 낭떠러지에 매달려 떨어지지 않으려고 발버둥 치며 살아가는 삶은 생각만 해도 조마조마하다. 불안해서 열심히 살아가고 있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핵심은 내가 하는 일을 꽤 잘 해내고 싶다는 마음이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내가 이루고 싶은 것을 갖기 위해 달려갈 수는 없을까요?" 조심스레 묻는다.
놀랍게도 이 질문에 대한 꽤 많은 답은, '저는 한 번도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이 없어서 그게 어떤 느낌인지 모르겠어요'였다. 성취감을 느껴본 일이 언젠가는 분명 있었을 텐데, 오롯이 그것만을 위해 열심히 무언가를 해본 적이 있을 텐데 희미해져 버린 거 같다.
불안을 동력으로 삼는 것이 어느 정도 조절가능한 불안 수준에서는 나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지속하기에는 분명 좋은 방법은 아니다. 내가 공부를 열심히 하고 일을 열심히 하는 것이 남들에게 나쁜 평가를 받을까 불안해서, 남들보다 뒤처질까 봐 불안해서 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원하는 것을 이루기 위해서, 회사에서 한 사람의 몫을 잘 해내기 위해서라고 바꿔서 생각해 보자. 조금 더 즐겁게 신나게 주어진 일을 해나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