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아이와 엄마)는 같은 공간에서 성장하는 개인이에요"
어느 오후, 다른 일로 메일창을 열었는데 brunch를 통한 제안 메일이 와 있었다. 평소 내가 브런치에 써오던 글들 - 일과 육아를 병행하며 겪는 소소한 일상과 그 속에서 발견하는 작은 깨달음들에 대한 이야기 - 에 대해 독자들의 격려와 공감 메시지는 종종 받아왔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코리아헤럴드에서 온 인터뷰 제안이었다.
"한국의 엄마들의 이야기를 다루는 특집 기사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천꼬르륵 작가님의 글에서 육아를 통한 성장이라는 새로운 관점을 발견했습니다."
방송사에서 일하는 나도 타사의, 그것도 영자 신문사의 제안은 신선했다. 설렘 반 긴장 반의 마음으로 인터뷰에 응했다. 위치와 시간 여건상 전화로 진행된 30여 분간의 인터뷰.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이내 편안한 수다처럼 이어졌다.
그리고 며칠 후, 기사가 발행되었다. 'By caring for my children, I grow too'라는 내용의 기사는 내가 아이들을 통해 배운 가장 소중한 깨달음을 담고 있었다. 엘리베이터 버튼 하나를 누르는 일상적인 순간에서 시작해, 직장에서의 인간관계까지 이어지는 이야기. 기자는 내가 말하고 싶었던 바로 그 지점 - 육아가 단순한 돌봄이 아닌 상호 성장의 과정이라는 점을 정확히 포착해주었다.
[기사 주요 발췌]
Her first child is highly proactive. She usually insists on pressing elevator buttons wherever they go. One day, Cheon, feeling pressed for time, hurried to press the button herself. Her daughter burst into tears.
“In the past, that would have been very hard for me. I tried to explain that we were running late and might miss the kindergarten bus. But for her, it wasn’t about logic. She was hurt emotionally, regardless of the reason.”
"This skill, which I learned from my children, has naturally carried over to my work. Now, I try to pause and wait one moment longer when dealing with colleagues, ensuring I don't cause unnecessary emotional harm.
She no longer sees her children as beings who simply require her unconditional support. “By caring for my children, I grow too. Over time, our relationship has become less one-sided. We are individuals sharing the same space, living and growing together under one roof.”
첫째 아이는 굉장히 능동적이다. 어디를 가든지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르겠다고 고집하곤 했다. 어느 날 시간이 촉박해서 버튼을 스스로 누르려 하자, 아이가 갑자기 울기 시작했다.
“예전이라면 그 상황이 정말 힘들게 느껴졌을 거예요. 우리는 너무 늦어서 버스를 놓칠 수도 있다고 설명했지만, 아이에게는 그것이 논리적인 이유가 아니었어요. 그저 감정적으로 상처받은 것뿐이죠.”
이런 이해는 그녀의 직업 생활에도 잘 적용되고 있다. “아이들에게서 배운 기술이 자연스럽게 제 일로 이어졌어요. 이제 동료들과 일을 할 때도 불필요한 감정적 상처를 주지 않으려고 한 순간 더 기다리게 되었습니다.
천 씨는 더 이상 자녀를 단순히 자신이 무조건 지원해야 하는 존재로 여기지 않는다. “아이들을 돌보면서 저도 함께 성장하는 느낌이에요. 시간이 지나면서 우리의 관계가 덜 일방적이게 되었죠. 우리는 같은 공간에서 함께 살며 성장하는 개인들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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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말미에 기자는 뜻밖의 말을 건넸다. "처음 한국 엄마들을 소개하는 기획을 시작했을 때는 가열된 교육열, 과도한 육아스트레스 이야기가 주를 이룰 거라 생각했어요. 그런데 생각보다 그렇지 않은 엄마들도 많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건강하게 육아를 하고자 하는 어머님들 이야기를 들으며 놀랐어요. 천꼬르륵 작가님도 그런 것 같아요."
그녀의 말에 가슴이 따뜻해졌다. 하지만 그녀는 알까? 깔끔하게 정리된 그녀의 기사를 보며 나 역시 그녀를 '프로는 프로구나' 하고 생각했다는 것을. 내 이야기를 통해 많은 워킹맘들과 소통할 수 있게 해준 기자님께 깊은 감사를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