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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돌문어 Sep 20. 2023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

신이 당신을 사랑하는 법은 꽤나 거칠다

질리도록 불렀다. 교회학교 좀 다녀본 사람들은 한 번쯤은 불러봤을 이 노래.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

지금도 그 사랑받고 있지요


결국 이 노래는 신의 빅픽쳐로 이 땅에 태어난 당신은 신의 사랑 안에서 이 세상에 좋은 영향력이 되고 그렇게 당신은 신의 기쁨이, 우리 모두의 기쁨이 된다는 아름다운 이야기를 그린다.


그러나 인생 좀 살아본 신앙인들은 알겠지만 우리를 향한 신의 사랑은 우리의 상식을 종종, 아니 거의 대부분 벗어난 방식을 통해 실현된다. 그렇게 "당사태사"의 현실은 나의 상식과 헤아릴 수 없는 신의 계획이 끊임없이 충돌하고, 수많은 고난을 겪고, 자기 자신을 계속해서 부인해야 하는 지독한 인생이 펼쳐지는, 그런 그림이 그려져 나가게 되는 것이다.


당신은 죄인이지만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났어요

하지만 그 사랑은 당신이 알던 방식과는 좀 다를 거예요

당신의 자아를 죽여야 해요

지옥과도 같은 시간이 찾아올 수도 있어요

그렇게 당신은 신의 사랑 안에서 온전해질 거예요


이것이 현실판 "당사태사"가 아닐까.


불과 10여 년 전 길거리에서, 초등학교 앞에서, 그렇게 복 복 복 거리며 전도를 하면서 이런 현실적인 이야기를, 적어도 목회자 자녀로 태어난 나는 그렇게 많이 들어보지 못했다. 그렇게 직접 몸으로 부딪혀가며 조금씩 더 알게 된 신의 방식은 꽤나 거칠고, 어떨 때는 꽤나 유쾌했다. 그중에서도 거친 쪽의 기억이 더 선명히 남았기에, 나는 신을 믿지 않는 사람에게 신을 믿으면 행복해질 거라는 둥, 모든 게 해결될 것이라는 류의 말을 절대 꺼낼 수가 없었다.


아무리 기다려봐도 "성경 시즌3: 마라나타"는 언제 방영되는지 알 수도 없고, 세상은 계속 지옥 같아지고, 사람들의 부정부패와 악독함은 사그라드는 느낌은커녕 갈수록 정도가 더 심해져 가는 모습을 보면 나는 세상을 살아가고자 하는 의지가 자꾸 꺾여 나갔다. 이런 답도 없는 세상, 돈도 없고 재미도 없는 세상 살아가는 것이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신은 세상을 그렇게 사랑해서 자기 자식까지 죽여가며 사랑했다던데, 나는 세상이 너무나도 미웠다.


그러나 나는 이미 이 세상에 태어났다.


어떤 영화에서도 그랬다. 우리는 신이 각자에게 준 삶에 책임을 끝까지 다해야 하는 것이라고. 그래서 생각했다. 아 정말로 내 삶에 대한 결정권은, 내 목숨에 대한 결정권은 나에게 있는 것이 아니구나 하고...


그래서 나는 주어진 내 삶을 열심껏 살아내 보기로 했다. 지독하디 지독했지만, 나만이 걸어온 길이기 때문에 나만이 볼 수 있고 발견할 수 있는 것들이 있을 것이라고. 정의와 공의가 사라진 세상이지만 그래도 뭐가 틀려먹었는지 알고 고쳐나가야 하는 것이 나의 몫일 거라고. 긴 시간 끝에 정리가 되었다.


이렇게 길게 구구절절 늘여놓은 이유는 일종의 선언을 하기 위함이다. 제목과는 동떨어진 결론과 목적의 글이 되겠지만, 뭐 어떠한가. 내가 쓰겠다는데. 


건축학도인 내가 다니고 있는 학부의 슬로건이 있는데, 바로 "이웃을 위한 공간환경설계"이다. 탄탄하지 못한 커리큘럼환경에서 배워 정작 이웃을 위한 공간환경설계는 어떤 것인지 깊이 공부하진 못한 것이 아쉽지만, 앞으로 내가 걸어갈 인생에서 이 문구를 푯대로 삼아 나아가기로 했다. 그것이 어떤 길이 될지, 어떤 방식으로 이뤄질지는 아직 모른다.


내가 공부하고, 하고 있는 일이 이 세상의 작은 자들을 포용하지 못하는 공간을 만들고 있게 된다면 정말 슬픈 일이 될 것 같다. 비록 지금 당장에 처한 상황도 버거워서 작은 것에도 분노하고 펄쩍 뛰는 상황이지만, 이 시간이 지나고, 또 다른 시간을 지나 미래의 내가 이 마음을 잃지 않고 살아가길 바라며 글을 마무리해 본다.


그래도 신이 나를 사랑하고 있음을 아니까, 신이 이 세상을 사랑하고 있음을 아니까.

조금 더 힘을 내서 나아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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