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모 심기-딸기의 선물
* 일상 너머 책읽기 책 동무들과 5주 동안 <향모를 땋으며> (로빈 월 키머러 지음, 노승영 옮김, 에이도스, 2019) 매일 한 챕터씩 읽어 가기로 했다. 시나브로 사라지는 글귀와 생각을 잡으려 한다. 소소하고 느리지만 꾸준한 기록. 기록은 힘이 있다. 일상은 반짝인다.
우리는 선물을 제 힘으로 얻을 수 없으며 자신의 것이라고 부를 수 없다. p.45
사유 재산 경제의 관점에서 '선물'이 '공짜'인 것은 대가를 치르지 않고 무료로 받기 때문이다. 하지만 선물 경제에서 선물은 공짜가 아니다. 선물의 본질은 관계들을 창조한다는 것이다. 선물 경제의 바탕에 놓인 화폐는 호혜성이다. 서구적 사유에서는 사유지를 '권리'로 이해하지만 선물 경제에서는 재산에 '책임'이 결부된다. p.52
상품 경제는 400년간 이곳 거북섬에서 흰 딸기를 비롯한 모든 것을 집어삼겼다. 하지만 사람들은 입안의 신맛에 신물이 나기 시작했다. 거대한 갈망이, 선물로 이루어진 세상에서 다시 살고 싶다는 바람이 우리에게 다가왔다. 냄새로 알 수 있다. 산들바람에 실려 오는 익어가는 딸기의 향기처럼. p.57
저 산은 언제부터 누구의 것이었나
저 들은 왜 돈을 주고 사고 파는가
그것의 권리를 누가 주었는가
산은 산이고 물은 물이고 땅은 그저 땅으로 거기에 있었건만
하늘, 바다, 땅, 산은 그 자체로 존재할 뿐 누구의 것도 아니다.
멋진 그림책 <국경> (구돌 글, 해랑 그림, 책읽는곰, 2021)을 보며 임의로 그어 놓은 땅의 선들을 자유로이 넘나들며 날아 다니는 새가 부러웠다. 인간은 어쩌면 우주의 어떤 것까지도 소유를 주장할지 모른다. 권리만 주장하고 책임은 없는... 끔찍하다.
향모를 땋으며
향모 심기
딸기의 선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