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접시, 첫 이야기
첫 식탁에서 나눌 음식과 이야기입니다. 2016년 스페인 여행 중 돈이 떨어져서 외식을 할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여행 중 일어난 사고 때문에 예상했던 예산을 훌쩍 넘긴 후 상황이 좋지 못해 졌기 때문입니다. 더군다나 예측과 다르게 가격이 비싼 교통료 때문에 사정은 더 악화되었습니다.
바르셀로나의 모 호스텔은 한국인들이 많았습니다. 다행히도 투숙하는 사람들과 친해졌고, 타인을 위해 식사를 대접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1인당 5유로씩 모으고, 저는 그 돈으로 장을 보고, 식사를 대접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이른 아침 그라시아 거리의 위 바르셀로나 현지인들이 사용하는 시장으로 발걸음을 재촉했습니다.
보통 여행에서 음식을 해 먹는 사람은 많았지만, 처음 보는 혹은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과 식사를 나누는 게 저 또한 쉽지 않은 일이었습니다. 우리가 굳게 믿는 영어는 전 세계인이 쓸 것이라는 믿음을 가볍게 무시하는 시장에서 손가락으로 표현하며, 홍합과 모시조개를 구입했습니다. 약간의 향신료와 1유로짜리 화이트 와인과 함께.
호스텔로 돌아와 인터넷을 통해 배운 해감을 시도합니다. 공용으로 쓰라고 남겨둔 소금을 넉넉히 넣어두고, 차가운 물과 어두운 환경에서 인생 첫 해감은 성공을 알 수 없는 방향으로 흘러갑니다.
자주 가던 식당에서 가장 좋아했던 메뉴. 조개 스튜 파스타. 식사와 함께 와인을 마시고 나면 꼭 먹었던, 그 음식을 바다와 대륙을 건너가서 도전합니다.
재료
모시조개, 홍합
올리브유
마늘
양파
소금
후추
페퍼론치노
화이트와인
1. 올리브유를 두른 팬에 마늘, 페퍼론치노, 양파 챱을 볶은 후, 소금 후추를 세게 간을 하고, 화이트 와인으로 글레이징하고, 뚜겅을 닫는다
3. 불은 '중불' 조리하면서 팬을 흔들어주는 게 포인트.
4. 조개 스튜에 토마토를 넣고, 5분간 삶은 면을 넣고 함께 3분 끓여준다.
스페인에서 먹는 고추 구이와 옆 호스텔 투숙객들이 준 고기, 와인까지 곁들이니 잊을 수 없는 식사였다. 그릇 가득 담긴 조개껍질이 상당한데 그만큼 푸짐했다. 강한 바다의 맛에 육지의 신선함이 더해지니 비록 미식의 도시 바르셀로나의 레스토랑과 견주어도 손색없는 25유로짜리 만찬이었다.
여기서 끝난다면... 이 이야기를 쓰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
우리 엄마, 아빠 생각이 짙게 났다. 내가 요리를 했다는 말에 그것도 5명이 넘는 사람을 한 번에 먹이기 위해. 놀라셨다. 외국에 혼자 떨어진 아들의 걱정을 하시던 분들에게 내손으로 요리를 했다는 사실은 알아서 잘 먹고 있고, 잘 지내고 있다는 말을 대신 전할 수 있는 방법이었다.
재료: 홍합, 토마토, 가지, 쥬키니
양파, 마늘, 청양고추, 샐러리
1. 재료를 준비합니다.
양파는 챠핑 하고, 토마토는 4등분,
다른 채소는 슬라이스
2. 올리브유를 두른 팬에 양파와 마늘 그리고 고추
소금 후추 간을 세게 하여 볶아냅니다.
3. 남은 채소를 넣어서 강한 불로 익혀냅니다.
4. 홍합(조개)을 넣고 뚜껑을 닫고, 끓여줍니다.
중불에서 팬을 중간중간 돌려줍니다.
5. 소스에 면을 넣고 볶아냅니다.
6. 면은 후 조리까지 생각해서 5분 삶습니다.
여러모로 첫 도전이었습니다. 한국에 돌아와서 만든 파스타는 스페인의 것 보다 더 많이 채소를 사용했는데. 그 이유는 우리 부모님은 채소를 잘 드시지 않아서 또 익숙한 맛을 내기 위해서였습니다.
부족한 게 많았습니다. 당시 면을 익히는 시간과 후에 조리되는 시간을 고려하지 못해서 푹 삶아진 면은 칼국수가 생각나는 맛이었는데. 그래도 맛있게 드셔주셨죠. 처음으로 우리 부모님을 위해서 만든 음식. 미리 예고했던 파스타. 아들이 여행에서 해 먹었던 음식을 먹으며, 나눈 유럽여행 중 한국에서 가족의 이야기를 나눈 첫 식탁이었습니다.
먹는 사람을 생각하며 만든 음식. 우리 가족이 먹을 음식. 그 안에 들어간 의미까지. 처음으로 의미를 부여한 음식입니다. 매주 주말마다 우리 가족은 제 손으로 만든 요리를 먹습니다. 더 이상 기름 냄새를 맡기 싫은 우리 엄마, 양식을 좋아하고 싶으신 우리 아빠가 기다렸으면 좋겠는, 첫 요리 조개스튜입니다. 입에 들어가는 순간 행복이 전해지는 맛이었습니다. 첫 접시에는 가족의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오늘, 혹은 이번 주말 조개 스튜와 파스타 어떠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