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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대섭 Dec 12. 2018

건강하게, 채소 라자냐

두 번째 접시, 두 번째 이야기.

 엄마에게 기분 좋은 채소 요리를 해드리고 싶었습니다. 우리 엄마는 떡, 빵, 고구마 등 탄수화물을 무척이나 좋아합니다. 운동도 많이 하시는 편이 아니라 건강에 부담이 될 것 같아서 티가 나지 않게 탄수화물 섭취를 줄이고 싶었습니다.


영화 속 요리


 라따뚜이라는 타지의 음식을 제대로 먹어본 기억은 없습니다. 하지만 픽사의 라따뚜이를 보고 해보고 싶고, 먹어보고 싶어 졌습니다. 


 어떤 라따뚜이가 더 익숙하신가요? 저는 영화를 통해서 '라따뚜이'를 접했기 때문에 왼쪽에 있는 요리가 라따뚜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좌측 콘피 비얄디 스타일 라따뚜이  우측 가정식 라따뚜이 - 출처 위키피디아-


 당시에 영화에서 본 '라따뚜이'가 준 인상처럼 기억 속에는 요리의 모습을 저 모양을 가지고 있었고 궁금증을 자극했습니다. 기존의 라따뚜이는 우리가 영화에서 본 스타일은 아니라고 합니다. 가지 등 채소를 토마토소스에 던져놓고 먹는 가정식입니다. 영화 속 주인공인 천재 쥐 레미는 후각만큼이나 섬세한 센스를 가지고 있었고, 제작진도 익숙했던 요리를 셰프의 손에서 재탄생한 작품으로 불러오기에 '라따두이'가 적당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영화 '라따뚜이'의 천재 쥐 '레미' 출처 - Pixar -

 영화 속 '레미'는 요리에 천재적 재능만 있었을까요? 제 생각은 요리를 만드는 과정에 마음을 담았다고 생각합니다. 위의 라따뚜이는 좀 더 섬세한 과정과 정성이 들어갑니다. 이 요리를 먹을 사람을 생각하고 만드는 것. 그 중심에 존재하는 행복을 불러오는 결과, 때문에 과정도 순서가 반대로 됩니다. 필연적으로 행복을 불러오는 맛. 그게 '레미'가 만든 '라따뚜이'아니었을까요?


 제가 만든 채소 라자냐는 여러 가지가 복합적으로 섞였습니다. 보통 라자냐 파스타를 써야 하지만, 우리 엄마 채소를 맛있게 드시게 하기 위해 '가지'와 '애호박'을 사용했습니다. 얇게 채 썬 채소로 만든 라자냐. 



채소 라자냐


재료. 소고기, 가지, 애호박, 양파, 샐러리, 토마토소스, 치즈, 소금, 후추, 허브


1. 가지와 애호박은 얇게 썬다 (0.5센티 두께면 o.k)

2. 양파, 애호박, 가지, 샐러리를 잘게 썰어준다.

3. 팬에 올리브유를 두르고, 양파-샐러리-애호박, 가지 순으로 볶아준다.

4. 양파가 투명해지면 고기를 넣어준다.

5. 고기가 갈색을 띠면, 와인, 토마토소스를 넣고 끓여준다.


* 소스를 일정량 덜어낸다 (레이어 만들기 위함)

6. 소스-가지, 애호박-치즈 순서로 층을 쌓는다.

6번의 과정을 반복한다.

* 층이 많을수록, 더 식감이 좋다

7. 뚜껑을 닫고, 약불로 치즈를 녹여낸다.

완성 채소라자냐


 제법 손이 가는 요리였다. 호기롭게 도전했던 메뉴인데. 아직 칼질도 서툴렀던 과거기 때문에. 하지만 따듯하고 푸근했다.



한 덩이 먹으면 배부른데... 족히 6명은 와야하는 양이다.

 푸근한 맛이 났다. 우리의 가정식과는 다르지만, 넉넉했다. 푸짐한 고기와 채소. 바깥에서 먹어본 적 없는 편안한 맛과 향이 나는 한 접시의 요리였다. 소고기의 풍미가 채소와 어울리고, 토마토소스가 중심을 잡아줘서 씹을수록 입안에 여러 맛이 터졌다. 가지와 애호박이 층층이 쌓여 식감을 더하고, 채소의 신선함은 새어 나온다. 이 모든 맛이 한 곳에 어울리며 집에서 먹을 수 있는 맛이라는 생각이 났다.



 우리 엄마는 요리를 잘하고, 조리사 자격증도 있다. 나를 임신하시고, 틈틈이 다니셨다고 한다. 하지만 기름 냄새에 취약하고, 채소보다 탄수화물이 가득한 빵과 떡을 좋아하는 아이러니의 인물이다. 아빠는 반대로 과일을 너무 좋아하시고, 때문에 둘의 식사가 잘 어울리지 않는다.


 뜬금없이 나온 '레미'의 이야기와 엮어본다면. 나는 화려한 기술을 가지지도 않았고, 대단한 요리사도 아니다. 픽사가 영화에서 하고 싶었던 말을 내 멋대로 해석한다면, '하고 싶은 마음만 있다면, 누구든 할 수 있다'라고 생각한다. 나는 우리 부모님을 위해 따듯한 한 끼 식사를 만들었고, '레미'는 타인을 위해 셰프가 되어 일을 한다. 그가 요리평론가에게 선사했던 '라따뚜이'와 내가 만든 '채소 라자냐' 공통점은 먹는 사람을 생각하는 '마음'일 것이다. (가지를 쓴다는 점도 공통점이지만)


 추워지는 요즘, 따듯한 라자냐는 어떠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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