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대섭 May 30. 2019

보이지 않지만 넘어야 하는, 넘어서야만 하는 기준 <H2>

 아다치 미츠루의 만화 H2에서 제일 좋아하는 장면이 있다. '키네'의 갑자원이야기다. 사실 나는 이 캐릭터를 좋아하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단언할 수 있다. 참 멋지다. 그리고 자극이 된다.


 약간의 설명을 보태면, 키네는 어린 시절부터 '투수'의 꿈을 가지고 있었고, 본 주인공인 히로와 히데오의 이야기에서 조연이 되며 밸런스 좋은 야구 선수, 극의 재미를 이끌어준 선수, 팀에서 빛나는 선수를 맡았다. 야구를 피해 시작한 축구부에서 야구부를 상대하는 키네의 모습에선 그가 야구를 어떻게 생각하는지가 나타났다. 그건 애증이며, 동경이었다.


 천재 투수 '히로' 그에 상대 천재 타자 '히데오' 그 사이에서 항상 제 역할을 한 키네였다. 그리고 그의 노력과 재능과 가능성을 감독은 지켜보고 있었다.


 갑자원의 준결승전 '키네'는 주인공 '히로' 대신, 투수로 올라온다. 그는 자신의 역할이 주인공의 체력을 조절해주는 보조 투수로 생각했다. 그렇게 올라간 경기에서 계속해서 회를 거듭했고, 그토록 원하던 증명을 할 기회를 얻는다. 


 

다른 사람은 믿지 못한다, 그의 꿈이 현실이 될지


 자신의 재능을 정확하게 알고, 확실한 평가를 받을 수 있을까? 키네는 계속해서 의심했다. 망설이고. 스스로도 믿지 못했다. 오직 그의 할아버지만이 그런 키네에게 믿음을 주었다. 


키네가 감독에게 말한다

 '교대는 언제인가요? 일단 3회, 가능하면 5회, 너무 잘 풀려서 7회'


감독은 말한다

'야구는 9 회고, 한 번 올라간 마운드는 간단히 남에게 넘기는 게 아니라고, 승부가 나지 않으면 연장까지 있다고'

우리는 각자의 한계를 스스로 선을 그어 버리곤 한다.



그는 선을 넘었다. 자신의 한계를 이겨냈다. 스스로 믿지 못했지만, 결국 그 언젠가 자신이 말한 약속을 지켰다.


선에 관해서


 끝을 향해 가고 있는 상반기 취업시장에서 나는 많은 선을 경험했고, 때론 넘기도, 걸려서 좌절하기도 했다. 


 합격선, 혹은 커트라인 서류에서, 필기에서, 면접에서 다양한 기준이 존재했다. 3월이 되면서 시작한 나의 상반기는 불완전했고, 커다란 바람과 소망이 무겁게 자리 잡았다. 균형이 맞을 리 없었다. 때문에 당연한 것은 없었고, <합격, 불합격> 이 두 글자에 온종일의 기분을 움직였다. 


 결과만 놓고 보자면, 원하던, 최선이라 생각한 노력을 다했지만. 나는 그 합격선을 넘지 못했다. 내가 정한 한계도 넘지 못했기 때문이다. 무언가 감이 잡히고, 이렇게 조금 더 해보자는 생각이 들었는데, 다시 또 다른 결과들이 다가온다.


 나는 믿고 싶다. 내가 정한 나의 목표를 스스로 이룰 수 있다고. 나까지 나를 의심하고 싶지 않다. 때문에 '키네'의 입장에서 오늘을 살아보려 한다.


 우리는 살아가며, 나 조차도 나를 의심한다. 세상에 가장 믿을 수 있는 존재임에도 흔들리고 포기하고, 지쳐버린다. 나의 작은 역사조차 매번 그랬다. 적어도 한 번은 그 틀을, 그 선을, 깨고 넘어서며 증명하고 싶다. 나는 할 수 있다.



언젠가







매거진의 이전글 글, 글, 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