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밤새 Apr 12. 2024

관종의 삶의 계속 살아보기로 했다

구독자도 늘지 않고 방치한 지 오래된 유튜브 채널을 계속해야 할지 접어야 할지를 두고 한 달이 넘게 고민과 실험을 계속하였다. 유튜브 관련 공부를 하고, 유튜브 스튜디오 분석 내용을 꼼꼼히 확인할수록 내가 그동안 얼마나 허투루 채널을 운영하였는지 뼈저리게 알 수 있었다.


'유튜브, AI, 포털, OTT... 콘텐츠 전쟁이라고 할 수 있는 이 시대에 음악을 좋아하는 아마추어인 내가 굳이 넘치고 넘치는 이 콘텐츠 마당에 내용을 더 보태야 하는가? 최근 가수 비와 청하도 은퇴를 고민해 봤다는데, 그들에 비해 인지도가 발톱의 때만큼도 안되는 내가 굳이 뭘 만들고 그것을 대중이 알아봐 주시를 애타게 기다리는 해바라기 신세를 자처할 필요가 있나?' 이런 고민을 안 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 봐도 대중의 관심을 먹고 사는 대중예술이 아니더라도 인간은 타인의 인정을 받지 못하면 행복한 삶을 살아갈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가정, 직장, 취미... 어디에서 어떤 형태로든 사람은 타인에게 인정을 받아야 하고 받을 필요가 있다. 물론 도가 지나쳐서 자기중심과 자존감을 잃어버리면 문제가 되지만. 성공적인 직장 생활이나 잘 되는 자영업은 당연히 직장 동료나 고객의 인정을 받아야 하고, 행복한 가정을 위해서는 배우자, 부모, 자식에게 좋은 가족 구성원으로 인정받아야 한다. 관심을 받고 싶어 하는 사람. '관심종자'의 준말인 관종은 비하하는 뜻이 내포돼 있지만 어쨌든 성공하기 위해서는 관심을 받아야 한다.


내 유튜브 채널의 어떤 콘텐츠에 사람들이 구독을 누르나 확인해 보니 거의 다 자작곡이었고, 그중 슬픈 노래의 비중이 확실히 높았다. 내 채널에는 웃기고 재밌는 노래도 꽤 있지만 아무래도 내 유머 감각이 시대에 뒤떨어지거나 유머 쪽은 워낙 센스 있고 재밌는 다른 채널의 콘텐츠가 많아서 내 콘텐츠가 경쟁 상대가 안 되는 모양이다. 유명한 작곡 유튜버가 자기 채널에 신곡을 먼저 공개하고 후에 음원으로 발매하는 것을 보고, 완전 무명인 내가 음원이 유출될까 봐 공개를 꺼릴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피아노로 스케치만 한 미완성곡들을 쇼츠로 만들어 계속 올려 봤다. 그 외에 공포 음악, 웅장한 음악, 재밌는 노래도 올려 봤다.  그 결과 다른 장르의 음악으로는 구독자 1명을 모으기가 힘든데 비해 진심에 호소하는 애잔한 노래는 비교적 수월하게 구독자가 - 1명씩이긴 하지만 - 늘었다. 대중에게 어필하는 데 있어서 내 감성과 목소리가 이런 장르에 잘 어울리는 모양이다.


유튜브 수익 창출은 구독자 500명과 1년간 3000시간의 시청 시간이 확보되어야 한다. 완전 졸병 유튜버인 나로서는 멀고 먼 여정같이 느껴진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별로라고 했던 이전에 만든 노래를 이번에 다른 영상에 입혀서 업로드한 결과 나름 알고리즘을 타서 1200회의 조회수를 얻어보기도 하는 등 여러 가능성을 경험하였고, 영상을 만들 툴이 미드저니, 달리3(DALL·E 3), Canva, 소라 등 엄청나게 편리해졌고, 편리해질 것이므로 음악에만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어 간다는 점과 상상력과 창의력을 표현해 줄 도구가 넘쳐나고 있다는 점이 창작자로서는 고마운 이 시대의 장점이다.


그래서... 조급함을 버리고 해보기로 했다. 구독을 누른 사람은 분명 내 콘텐츠에서 뭔가를 느꼈을 것이다. 나는 그것을 공유하고 싶다. 사실 음악은 고향 친구, 가족과도 완벽한 공유는 안 된다. 그 음악을 느낀 사람과만 감정을 공유할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팬을 만드는 일이 소중한 것 같다. 부지런히 활동해서 팬을 모으고 그들의 응원과 후원으로 계속 활동을 이어나가는 선순환을 만드는 일 말이다. 이전부터 예술가들에게는 후원자가 있었고, 형태만 다를 뿐 현대도 다를 바 없다.


나는 음악가로서 투 트랙 전략으로 나아가기로 마음먹었다. 첫째 유튜브를 통해 내 음악을 하며 팬을 모으는 것, 둘째 작곡가로서 완성도 높은 곡을 써서 가수나 회사 등 상업적으로 세일즈 하는 것이다. 일이란 게 잘 풀리든, 안 풀리든 항상 계획대로 흘러가는 것이 아니므로 안된다고 너무 기죽지 말고, 잠깐 잘된다고 너무 기세등등할 필요도 없다. 그냥 평정심을 유지하고, 내 음악을 찾아주시는 분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으로 꾸준히 하는 게 제일 중요한 것 같다. 늦은 나이지만 꾸준히, 사랑하는 마음으로 음악을 한다면 제2의 장사익이 될지 누가 알랴. 


다행인 것은 1년간 꾸준히 피아노를 쳐서 연주자가 아닌 작곡가로서는 피아노가 이전처럼 두렵지 않다는 것, 화성학도 아직 많은 연습이 필요하지만 대중음악을 작곡하기에는 해 볼 만하다는 것, 나의 감성이 사람들에게 어느 정도 지지를 받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내가 음악을 해보겠다고 처음 마음먹은 2019년에 비해서는 기반이 많이 마련된 것이다. 


조급함은 뜸 들어가는 밥에 재 뿌리는 격밖에 안된다. 최백호 님처럼 여러 세대에 걸쳐 두루 사랑받는 나이 든 뮤지션도 있지 않나. 나도 아예 할배 뮤지션을 목표로 삼고 천천히 - 대신 성실히 - 음악을 해도 될 것 같다. 지치지 않는 게 중요하니까.


그래서 결론은!!! 유튜버 뮤지션으로서도, 작곡가로서도 계속 나아가 볼 것이다. 나만의 콘텐츠, 음악을 계속 만들 것이며 대중의 반응에도 귀 기울이며 소통할 것이다. 그 안에서 보람을 찾고 재미난 인생을 살 것이며, 또 생계를 해결할 것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AI 작곡, 저도 해봤어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