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밤새 May 26. 2024

드디어 첫 곡을 팔다

확인해 보니 내가 <변비송>이라는 짧고 웃기고 유치한 노래를 만들어 유튜브에 올린 게 2019년 2월이다. 그로부터 5년 3개월가량이 지난 오늘, 2024년 5월 26일에 드디어 첫 곡을 팔았다. 이것을 기록하고 기념하기 위해서 글을 쓴다. 그동안 지인들에게 무상으로 곡을 만들어 준 적은 몇 번 있었지만, 공식적으로 인맥이 1도 없는 완전한 남에게 곡을 팔기는 처음이다. 대중가수에게 곡을 판 것이 아닌 로고송이긴 하지만 혼자서 감개무량해하고 있다. 작곡은 어떤 자격증이나 학위가 필요 없고 오로지 곡이 좋으면 된다는 점이 마음에 든다. 


여전히 부족한 실력, 직장 스트레스, 방치된 오토바이(부업을 위해 팔지 않고 둔 배달 라이더용)와 동거동락하고 있지만 가능성의 문을 열었다. 아니 문이 열린 걸까. 아무튼. 그동안 주먹구구식으로 배웠던 작곡기법도 이제 모르는 것이 나올 때마다 충실히 기록을 해 나가고 있다. 작년 말에 만든 명함의 효과일까? 나 스스로 작곡가라고 생각하니 책임감 때문에 '작곡'이라는 '일'에 더 체계를 갖추려고 노력한다. 적은 연봉 때문에 부업을 하지 않는 것에 대해 늘 가책을 느끼지만, 음악을 핑계 삼아 - 음악이, 미래가 중요하다고 스스로를 세뇌하면서 -  오토바이를 안 탄지 꽤 오래됐다. 그 시간에 조금이라도 더 음악 공부와 피아노 연습을 하려 한다. 


일로써의 작곡은 여타 다른 세상일과 마찬가지로 만만치 않다. 고객과 스케줄을 조정하고, 고객의 요구에 제 때, 빨리 응해야 한다. 하지만 배달 라이더를 할 때나, 생계를 위해 마지못해 낮은 수준의 기술직을 수행해야 할 때보다는 확실히 자존감은 유지가 된다. 수입은 당연히 (현재는) 작곡이 비교도 안 될 만큼 적지만 말이다.


확실히 사람은 돈을 원동력으로 살아가는 건 아닌 것 같다. 인정과 사랑과 자아 정체성 이런 게 중요하다.


올해 안에 내 싱글을 한 장 발매하고, 가수에게 곡을 하나 파는 것을 목표로 삼아 본다. 내년쯤에는 한 달에 두 곡씩, 차곡차곡 내 컴퓨터에 곡들을 쌓아나갈 수 있는 작곡가가 되었으면 좋겠다. 명색이 작곡가라면 미공개 곡이 50곡 정도는 돼야 되지 않을까. 초라하게도 나는 현재 저장해 둔 미공개 완성곡이 없다.


소설 쓰기도 작곡과 마찬가지로 욕심이 생기는데, 소설 작법 관련 책을 몇 권 읽어보니 이건 더 산너머 산인 것 같다. 그래도!!! 졸작이라도 완성이 중요한 법. 어떻게든, 아무도 읽지 않더라도(전자책 에세이를 한 권 출간해보니 역시 거의 아무도 읽지 않는다. ㅎㅎ) 한 권 완성해 볼 것이다. 


인간에게 주어진 고통을 기꺼이(억지로라도) 수용한다면 삶에는 또 새로운 기회와 운들의 문이 열려 있는 것 같다. 애인의 눈곱 낀 얼굴이 싫은 사람은 진정한 마음의 교류는 하지 못할 것이다. 삶은 결코 깨끗하지만은 않다. 칼로 절단한 깔끔한 단면처럼 매끈하지 못하다. 그래도 살아가는 자, 살아가고자 하는 자에게는 햇빛이 비춘다. 

매거진의 이전글 크몽에 작사 작곡 서비스를 등록하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