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인해 보니 내가 <변비송>이라는 짧고 웃기고 유치한 노래를 만들어 유튜브에 올린 게 2019년 2월이다. 그로부터 5년 3개월가량이 지난 오늘, 2024년 5월 26일에 드디어 첫 곡을 팔았다. 이것을 기록하고 기념하기 위해서 글을 쓴다. 그동안 지인들에게 무상으로 곡을 만들어 준 적은 몇 번 있었지만, 공식적으로 인맥이 1도 없는 완전한 남에게 곡을 팔기는 처음이다. 대중가수에게 곡을 판 것이 아닌 로고송이긴 하지만 혼자서 감개무량해하고 있다. 작곡은 어떤 자격증이나 학위가 필요 없고 오로지 곡이 좋으면 된다는 점이 마음에 든다.
여전히 부족한 실력, 직장 스트레스, 방치된 오토바이(부업을 위해 팔지 않고 둔 배달 라이더용)와 동거동락하고 있지만 가능성의 문을 열었다. 아니 문이 열린 걸까. 아무튼. 그동안 주먹구구식으로 배웠던 작곡기법도 이제 모르는 것이 나올 때마다 충실히 기록을 해 나가고 있다. 작년 말에 만든 명함의 효과일까? 나 스스로 작곡가라고 생각하니 책임감 때문에 '작곡'이라는 '일'에 더 체계를 갖추려고 노력한다. 적은 연봉 때문에 부업을 하지 않는 것에 대해 늘 가책을 느끼지만, 음악을 핑계 삼아 - 음악이, 미래가 중요하다고 스스로를 세뇌하면서 - 오토바이를 안 탄지 꽤 오래됐다. 그 시간에 조금이라도 더 음악 공부와 피아노 연습을 하려 한다.
일로써의 작곡은 여타 다른 세상일과 마찬가지로 만만치 않다. 고객과 스케줄을 조정하고, 고객의 요구에 제 때, 빨리 응해야 한다. 하지만 배달 라이더를 할 때나, 생계를 위해 마지못해 낮은 수준의 기술직을 수행해야 할 때보다는 확실히 자존감은 유지가 된다. 수입은 당연히 (현재는) 작곡이 비교도 안 될 만큼 적지만 말이다.
확실히 사람은 돈을 원동력으로 살아가는 건 아닌 것 같다. 인정과 사랑과 자아 정체성 이런 게 중요하다.
올해 안에 내 싱글을 한 장 발매하고, 가수에게 곡을 하나 파는 것을 목표로 삼아 본다. 내년쯤에는 한 달에 두 곡씩, 차곡차곡 내 컴퓨터에 곡들을 쌓아나갈 수 있는 작곡가가 되었으면 좋겠다. 명색이 작곡가라면 미공개 곡이 50곡 정도는 돼야 되지 않을까. 초라하게도 나는 현재 저장해 둔 미공개 완성곡이 없다.
소설 쓰기도 작곡과 마찬가지로 욕심이 생기는데, 소설 작법 관련 책을 몇 권 읽어보니 이건 더 산너머 산인 것 같다. 그래도!!! 졸작이라도 완성이 중요한 법. 어떻게든, 아무도 읽지 않더라도(전자책 에세이를 한 권 출간해보니 역시 거의 아무도 읽지 않는다. ㅎㅎ) 한 권 완성해 볼 것이다.
인간에게 주어진 고통을 기꺼이(억지로라도) 수용한다면 삶에는 또 새로운 기회와 운들의 문이 열려 있는 것 같다. 애인의 눈곱 낀 얼굴이 싫은 사람은 진정한 마음의 교류는 하지 못할 것이다. 삶은 결코 깨끗하지만은 않다. 칼로 절단한 깔끔한 단면처럼 매끈하지 못하다. 그래도 살아가는 자, 살아가고자 하는 자에게는 햇빛이 비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