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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aul Jan 26. 2024

나는 현재도 꿈을 꾸고 있었을까

학생들이 보내준 질문지를 읽으며 많은 생각이 스쳤다. Paul 제공

모교로부터 한달 전 강연 요청이 들어와 준비를 하고 있을 때였다. PPT 맨 마지막에 Q&A 문구를 넣었는데 현장에서 바로 질문을 받으면 아무도 손을 들 것 같지 않았다. 이에 강연을 듣는 무리 가운데 대표 역할을 하는 학생에게 질문을 미리 받아줄 것을 부탁했다. 이후 몇일이 지나 그 학생은 내게 질문지를 보내줬다.


받은 질문지를 천천히 보다가 눈에 들어오는 질문이 있었다. 그것은 다름 아닌 "미래 꿈은 무엇이냐"였다. 이제 N년차에 접어든 직장인에게 꿈을 묻다니. 그것도 나름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는 사람에게 말이다. 도대체 무슨 뜻을 갖고 이 질문을 했을까 싶었다. 그러다 점점 해당 질문을 두고 깊은 고민에 빠지게 됐다. 나에게도 꿈이 있나 하고 말이다.


언젠가 주변 지인들과 나눈 이야기에 이런 내용이 있었다. 원하는 직업을 갖거나 직장에 들어가게 되면 그 다음은 무얼 해야 하냐고. 막상 오래 전부터 세워둔 목표에 도달하고 나면 이후 나아가야 할 방향을 갑자기 잃어 끝을 알 수 없는 무기력에 빠진 사람들이 많다고 덧붙이면서 말이다. 당시 난 이 주제에 대해 그냥 웃어 넘겼었다. 원하는 일을 하고 있는데 이런 매너리즘에 빠지는 게 정상인가 싶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웬걸, 내가 딱 그 모습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었다. 다채로운 이슈를 매일 마주한다고 하여 삶 또한 그렇게 활기찰 것이라고 생각하겠으나 그렇지 않다. 취재란 정해진 틀 안에서 이것들을 다루면 되니 타자를 빠르게 누르는데 익숙해진 난 '또 무슨 일이 일어났네' 하며 무표정으로 처리란 작업을 하면 된다. 그래도 일이란 행위를 했다고 진이 빠지니 퇴근하면 곧장 씻고 침대에 누워 다음날을 기다리기 바빴다. 나는 절대 안 그런 직장인이 될 줄 알았는데 나 역시 평범한 여느 직장인이란 걸 증명하고 있는 셈이었다.


그런 내게 지금도 미래 꿈이 있냐는 질문이 들어오다니. 그 다음 질문은 더 뛰어났다. 미래 계획에는 어떠한 것이 있느냐는 것이었다. 성인이 된 대학생들은 때가 묻었다 종종 말하는데 전혀 그렇지 않은 것 같았다. 원하는 꿈을 향해 나아가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귀함을 질문지로부터 전달 받게 됐다. 별 뛰어나지 않는 나에게라도 무언가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싶은 기대가 곳곳에 묻어있음을 알아차릴 수 있었기에 그렇다.


내가 뭐라고 답했는줄 아는가. 학생 때 이런 꿈을 가졌다고 했다. 향후 어떤 직업인의 모습으로 살아갈지 모르겠지만 최종적으로는 여러분들과 같은 꿈 많은 청춘들을 만나 경험을 공유하는 강연자로 서는 것. 그리고 감사한 기회들이 닿아 오늘도 그 꿈을 이룰 수 있었다고 했다. 또 한가지 매일 밤 입 밖으로 꺼내는 말이 있다고 덧붙여 알려줬다. 이 일을 하게 된 건 온전히 내 힘이 아닌 걸 알기에 나를 필요로 하는 곳이 있다면 기꺼이 내어주겠단 다짐 말이다.


예상치 못하게 마주했던 질문으로 지나온 삶을 곱씹게 됐다. 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까 살펴볼 수 있었다. 사실 멋드러진 계획을 세우거나 결론을 내린 건 아니다. 당장 내일 일도 알 수 없는데 어찌 보기 좋고 듣기에 행복한 미래를 마음대로 상상할 수 있겠는가. 다만 오늘 이 일과 주어진 하루를 해낼 수 있음에 다시 감사를 말해보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오늘을 감사하게 곱씹는 미래에 도달하지 않을까 싶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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