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글을 써서 올리겠다는 목표가 정말 문자 그대로 작심삼일이 되어버렸다. 알고 있었지만 생각보다 더 힘들다는 것을 깨달았다. 하지만 이 실패의 문턱에서 무릎 꿇고 싶지는 않다. 이 실패를 밟고 일어서 더 적은 에너지와 시간을 쓰고도 이 일을 할 수 있는 순간을 맛보고 싶다.
가장 큰 실패의 요인은 글쓰기 시간을 밤 11시에 정한 것이라 할 수 있겠다. 밤 11시는 내 하루 일과에서 핵심 시간이기도 하고, 12시가 되기 전까지 글쓰기 시간의 압박을 받는 시간이기도 해서 이 시간을 글쓰기 시간으로 잡았으나, 오히려 글을 써야 된다는 압박감이 글을 못 쓰게 했다. 따라서 글쓰는 시간을 밤 11시로 정해놓는 실험은 잠시 멈추고자 한다.
어떤 사람들은 내가 실패와 좌절, 상대적 박탈감 없이 승승장구 하고 잘 살고 있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모든 것은 상대적인 것을 감안하고, '내가' 개인적으로 생각하기에 난 객관적, 주관적 실패와 좌절들을 경험하고 있다. 특히 지난 3년간은 풍랑은 거셌다. 실패와 좌절 자랑하기, 다른 말로 하면 신세한탄하기를 조금 해보고자 한다. 보통은 이런 부정적인 에너지를 주는 글을 잘 쓰지 않으려 하는데, 오늘 하루는 예외로 해주시라.
대학원 박사과정에 지원했는데, 떨어졌다. (풀타임이 아니라는 것이 컸던 거라 자기위안해본다. 지금은 다른 과정으로 지원해서 다니고 있다.)
결혼을 바라보고 있다고 생각한 연애가 엎어졌다.
자세한 얘기를 쓰지는 않겠고, 현재는 엄청 심각한 것 까지는 아니지만 평생 관리해야 되는 건강상 문제를 알게 되었다.
보이스피싱으로 그 당시 내 전재산을 잃어버렸다.
돈과 시간을 들여 공부한 시험을 코로나 때문에 보지도 못하게 되었다.
남과 비교하기 시작하면 더 끝이 없다.
가까운 누군가는 적절한 타이밍에 결혼에 성공해서, 마침 신혼집을 샀고 그 이후로 부동산 값이 폭등했다.
가까운 누군가는 코인에 눈을 빨리 떴고, 평생 일하지 않아도 되는 돈을 벌었다.
나도 이미 7-8년전에 알고 있던 머신러닝의 가치를 가까운 누군가는 빨리 알아봐 좋은 논문을 썼다.
나만 아내와 자녀가 없는 것 같고
나만 돈이 없는 것 같고
나만 좋은 연구를 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이렇게 다 써놓고 보면 자뭇 유치하다.
이런 실패와 좌절 속에서도 좋은 일들도 있었고, 좋은 사람들을 만났으며 서로 사랑하고, 행복을 느꼈다. 육체를 가진 인생의 여정에서 정말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죽음이 다가왔을 때 결국 내게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우리가 결국 무엇을 바라보고 사는지와, 그 종착점을 향해 우리 인생을 자기 스스로 조율하며 사는 것 아닐까. 그 여정에서 사랑하고 행복을 느끼며 이를 공유하는것 아닐까.
이 여정에서 실패와 좌절, 박탈감이라는 장애물에 산만해지보단 하나의 발걸음을 내딛는 것이 결국 더 값지다. 어지러진 집을 핑계삼아 여행을 떠나기 주저했던 빌보 배긴스에게 간달프가 한 말을 나 자신에게도 던진다. "Whenever are you going to come?” - <호빗>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