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자들은 고지방 식이와 심장건강과의 관계를 밝히기 위해 토끼를 가지고 실험을 했다. 매일 토끼들에게 고지방 음식을 제공하고, 일정 기간이 지난후 토끼들의 혈관상태를 확인했다. 고지방식이로 토끼혈관 상태가 악화될 것이라는 가설에 부합하는 토끼들이 있었지만 특정 토끼들에게선 건강에 전혀 문제가 없었다. 다른 모든 변인들을 똑같이 맞췄기 때문에 특정 토끼들에게서만 이렇게 다른 결과가 나오는 것을 이해하기 어려웠다. 고지방식이를 하고도 건강한 혈관을 유지한 토끼들의 유일한 공통적인 특징은 같은 연구원에 의해 관리되고 있다는 것 하나였다. 다시한번 모든 조건을 똑같이 하고 실험했지만 같은 결과가 나왔다. 다른 연구원들과 다르게 이 연구원은 토끼 한마리 한마리마다 고지방 음식을 줄때 말을 걸고, 쓰다듬어 주는 등 애정을 주고 있었다. 연구자들은 이런 "친절"이 토끼들의 건강에 영향을 주었다고 결론 지었다.
이 연구는 1978년 수행되어 유명과학잡지인 <사이언스>지에 실렸으며 2019년 뉴욕 컬럼비아 대학교 정신과 의사인 Kelli Harding의 책을 통해 다시금 소개되었다. 그리고 나는 바로 오늘, 내가 다니는 예수그리스도 후기성도 교회 지도자인 게리 이 스티븐슨 장로님의 말씀을 통해 이 연구와 책을 알게 되었다.
우리가 서로에게 사랑과 친절을 표현하는 것이 우리의 건강에 어떤 영향을 줄 수 있는지 보여주는 놀라운 이야기라 생각했다. 우리의 건강은 단순히 세포와 체내 물질들의 상호작용 이상의 것으로 결정된다. 가족, 일, 인간관계, 지역사회 등등이 다 영향을 줄수 있다. 비대면이든 대면이든 결국 인간은 혼자사는 존재는 아니며, 서로 친절을 표할수 있는 집단에 속한다는 것은 소중한 일이다. 사람을 보고 종교활동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결국 사람들의 행위가 종교활동을 특징짓는다.
모든 것을 입법으로 해결할수 있다고 보지 않는 입장에서, 최근에 올라오고 있는 속칭 <친절한 의사법>은 절대 바람직하다고 생각하지 않다. 하지만 진료실에서 보다 친절해지는 것(가식이 아니라 정말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친절을 표하는 것)은 환자의 순응도와 건강 그리고 내 자신의 직업만족도와 내 건강을 위해서 중요하다고 느낀다.
이는 물론 경험담이기도 하다. 교정시설에서 군복무 대신 진료를 보면서, 의사 된지 1,2년차엔 많이 틱틱대기도 언성을 높이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은 훨씬 부드러워졌다. 처음엔 말 안듣는 환자는 혼내서라도 말을 듣게 해야 된다 생각했다. 의사의 권위를 내세웠다. 하지만 진짜 환자를 위하는 것 환자가 나아지게 하는 것은 친절이 아닌가 싶다. 나그네의 옷을 벗긴 것은 결국 바람이 아니라 따뜻한 해였다.
<잃어버린 치유의 본질에 관하여>에서도 이를 지적하고 있다. 의사와 환자와의 신뢰관계가 약해지고 환자의 말을 듣는 대신 의사는 검사장비에 의존하면서 치유가 처치로 대체되었다는 것이다.
의사로서 그리고 한 개인으로서 우리는 보다 따뜻하고 친절한 사람이 될수 있을것이다. 표현 양상이 사람마다 조금 다를 순 있어도 진정 이 마음을 갖고 있다면 서로 느낄 것이다. 우리 모두 좀더 친절해지자. 그리고 건강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