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인왕후

블루>>>SO-SO 한 이야기

by 해 뜰 날

'주인공이 철종이야?' 내 기억 속의 철종은 강화도령으로 존재감 제로인 인물이었는데 주인공이 철종이라고? 뜨악한 드라마가 아닐 수 없지만 신혜선의 귀염 터지는 티저를 보고는 도저히 안 볼 수가 없었다. 철인왕후 역의 신혜선은 망가짐을 두려워하지 않는 배우로 차분하고 무게감 있는 연기도 넘치거나 부족함 없이 잘 소화해내는 믿고 보는 배우이다. 상대 배우인 철종의 김정현이나 최상궁 차청화와의 연기도 찰떡 호흡을 보여주며 드라마 재미를 더한다.


청와대 메인 셰프 장봉환과 김소영(철인왕후)이 몸이 바뀌면서 일어나는 시공간을 뛰어넘는 초현실 드라마로 역사적 편견을 모두 내려놓아야 이 드라마를 온전히 즐길 수 있다. 실존 인물에 모든 상상력을 데커레이션한 판타지 로맨스로 생각하면 아주 재미있게 볼 수 있다. 실제의 역사나 법도를 따지고 들면 철인왕후에 빠져들기 힘들기 때문에 고정관념과 상충한다면 평행세계쯤으로 생각하면 되겠다.

김소영이 왕을 '철종이'라고 부르거나 건들거리며 외래어를 남발하는 것이 귀엽고 배우 김정현이 차분하게 받아 주는 연기가 시청자를 웃게 만든다. 신혜선이 장봉환 역할을 천연덕스럽게 잘하기 때문에 '철인왕후'를 한 번 보게 된다면 그녀의 찐 팬이 될 수밖에 없다. 중반으로 갈수록 철종과 앞으로 그려질 러브라인이 흥미를 더하고 장봉환과 김소영은 과연 제자리로 어떻게 컴백할 수 있을지 미지수기 때문에 나도 모르게 본방을 사수하게 된다.


비록 역사 속 철종은 정치의 희생양으로 살아야 했고 자식들은 단명했으며 후세에는 조선의 25대 임금이자 요절한 비운의 왕으로 별다른 스토리 없이 남아있지만, 드라마에서 처럼 무예가 뛰어나고 식견이 높으며 자신의 처지를 벗어나기 위해 노력하는 진정한 군주였으면 하는 바람이 스멀스멀 피어난다. 대규모 민란을 수습하려는 의지도 없었다는 혹독한 역사적 평가가 있는 반면, 평민과 다름없는 삶을 살던 철종이 빈민 구호책이나 민란을 수습하기 위해 노력하였으나 세도정치의 힘에 밀려 좌절되었다는 조금 더 너그러운 평가에 힘을 실어주고 싶다. 좋은 쪽으로의 시각의 변화. 이것이 드라마의 힘이 아닌가 한다.


퓨전 사극을 사랑한다면 적극 추천

시간을 맞춰 보아야 하는 것이 역시 부담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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