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톡톡톡, 일상에 풍미를 더하다

예쁜 장식이 달린 이쑤시개로 먹으면 샌드위치가 훨씬 더 맛있어.

by 하이데어

초록초록한 로메인 위에 어린잎들을 흩뿌린 후, 고소한 향을 은근히 올려내는 올리브 오일을 흠뻑 뿌린다. 여기에 발사믹 오일을 톡톡 얹었다. 아몬드와 그래놀라를 멋 내듯 얹어내고 선물 받은 트러플 오일도 몇 방울 뿌려본다. 특유의 큼큼한 풍미로 입안이 즐겁고, 물기를 탈탈 털어 냉장고에 미리 넣어둔 야채는 아삭아삭하다. 풍미를 더한 샐러드 덕분에 마음이 풍요로워지고 즐거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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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가족은 뭘 통 몰라.

난 레이스 달린 양말을 신으면 공을 더 잘 차.

예쁜 장식이 달린 이쑤시개로 먹으면 샌드위치가 훨씬 더 맛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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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낸시는 멋쟁이, 제인 오코너)


아이들과 함께 책을 읽다 삶의 풍미를 아는 멋쟁이를 발견했다. 아, 아이 멋을 아는 아이구나. 주인공 낸시는 평범한 일상에 작은 멋과 향기를 더해 특별함으로 바꾸고 있었다.


아이들이 태어나면서, 많은 것을 바꿔야 했다. 여행이나 가까운 나들이도 아이들이 놀기 좋은 곳으로 골라야 했고, 얼큰한 맛이 먹고 싶은데도 아이들이 먹을 수 있는 맵지 않은 메뉴가 있는 식당을 찾아야 했다. 나의 옷차림도 아이들과 함께 하기 편한 옷차림으로 골라야 했다. 당연히 엄마의 삶과 '멋'은 양립할 수 없다 생각해 왔었다. 하지만, 멋쟁이 낸시를 보며 무릎을 탁 쳤다. 일상의 멋은 특별한 데서 오는 것이 아니었다. 샐러드에 얹은 몇 알의 아몬드처럼, 한 두 방울 톡톡 뿌린 트러플 오일처럼 아주 작은 더하기만으로도 삶에 풍미를 더할 수 있는 거였다.


며칠 전 맘에 드는 그림 액자를 주문했다. 주방 한 구석에 그림을 걸었더니 아이 아빠가 의아하게 묻는다.


"거기 걸면 아무도 안 보일 텐데...?"

"내가 보잖아~"


흡족했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고, 봐줄 필요도 없었다. 설거지하며, 또는 오며 가며 슬쩍슬쩍 보이는 그림만으로도 이미 내 마음이 풍요로워져 있었다. 이게 바로 내 삶에 풍미를 더하는 일이라고 혼자 되새기며 행복해했다.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집안일을 하는 것이나, 아무도 보지 않는 못생긴 발가락에 예쁜 색깔의 매니큐어를 발라보기도 한다. 내 일상에 톡톡톡 마음에 흡족한 것들을 뿌려놓는 것들이 쌓여 내 삶에 풍미를 만들어낸다.


바쁜 아침, 유치원에 가기 전 아이가 신발장 앞에서 꾸물대고 있다. 한참을 이 신발, 저 신발을 들었나 놨다 하더니, 흡족한 얼굴로 하나를 골라 신는다. 아이 나름대로 오늘 입은 옷에 어울리는 신발을 고른 모양이다. 늦을까 조급한 마음 한편으로 아이의 모습이 재밌었다. 짜식, 너도 멋을 좀 아는구나.


삶에 풍미를 더하기 위해 어마어마한 결심이나 큰돈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그저 톡톡톡, 내 마음에 흡족한 작은 것들을 하나씩 하나씩 내 삶에 더해가면 된다. 톡톡톡... 그렇게 일상은 조금씩 풍성해진다.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는 두 개의 섬 중 하나에는

침엽수를 그리고 다른 한 섬에는 활엽수만 그렸다.

풀의 모양도 두 섬이 각각 다르다.

그것을 아주 나중에야 알았다.

여전히 나는 작은 것을 발견하는 데에는

소질이 없다.

그래서 잊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우리가 먼 세계에서 떠밀려 온

저마다의 섬이라는 것을.

그리고 그 섬에 아직 내가 찾지 못한

작고 아름다운 것들이 숨어 있다는 것을.

부디 작은 것들을 지켜주는 신들이

내가 그것을 찾아낼 때까지

떠나지 않고 내 곁에 머물러주기를 바랄 뿐이다.

('이상하고 자유로운 할머니가 되고 싶어' 무루 지음')


(202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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