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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로가 될까 해서-2

'내가 바람이라면', 알도 레오폴드의 글

by 스프링버드 Feb 20. 2025



내가 바람이라면

알도 레오폴드



십일월 옥수수에 음악을 연주하는 바람은

시간이 많지 않다.

옥수수 줄기는 웅웅거리고,

헐거워진 겉껍질은 쾌활하게 휘휘 돌다

하늘로 휙 날아오른다.

바람은 여전히 바쁘다.

습지에서는 바람에 밀려오는 긴 물결이,

풀 자란 수렁에 넘실거리며

먼 버드나무에 철썩댄다.

나무는 맨 가지를 흔들며 다퉈보지만

바람을 붙들어둘 수는 없다.

긴 모래톱에는 바람밖에 없다.

그리고 바다로 미끄러지는 강물밖에 없다.

풀포기 하나하나 모래 위에 동그라미를 그린다.

나는 모래톱을 걷다가 떠내려온 통나무에 앉아,

온 세상을 덮은 고함소리에,

물가에 살랑대는 잔물결 소리에,

귀 기울인다.  

강은 활기를 잃었다.

오리도 왜가리도 회색개구리매도 갈매기도

모두 바람을 피해 숨어버렸다.

구름에서 울음소리가,

멀리서 개 짖는 소리처럼 희미하게 들려온다.

온 세상이 궁금해하며

귀를 쫑긋 세우는 모습이 낯설다.

곧 소리가 커진다. 기러기 울음소리가

보이지는 않지만 다가온다.

기러기 떼가 낮은 구름에서 나타난다.

낡고 해진 새들의 깃발이 곤두박질치다 솟구치고,

위로 아래로 나부끼다가,

함께 또는 따로 펄럭이며 전진한다.

키질하는 새들의 날개 하나하나에 바람이

다정하게 엉긴다.

기러기 떼가 먼 하늘의 희미한 얼룩이 될 무렵

마지막 울음소리가,

여름을 보내는 영결 나팔소리가, 들린다.


통나무 뒤가 따뜻해진다.

바람이 기러기 떼와 함께 떠났으니.

나도 갈 텐데-내가 바람이라면.


<천천히, 스미는> (봄날의책) 중에서



오늘 하루도 수고 많으셨습니다.

기러기 떼는 날아가고 바람은 그쳤습니다.

고요 속에서 아름다운 음악 들으시며

편안히 휴식하세요.^^



https://www.youtube.com/watch?v=NiXNY2GwDak&list=RDNiXNY2GwDak&start_radio=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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