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바람이라면', 알도 레오폴드의 글
알도 레오폴드
십일월 옥수수에 음악을 연주하는 바람은
시간이 많지 않다.
옥수수 줄기는 웅웅거리고,
헐거워진 겉껍질은 쾌활하게 휘휘 돌다
하늘로 휙 날아오른다.
바람은 여전히 바쁘다.
습지에서는 바람에 밀려오는 긴 물결이,
풀 자란 수렁에 넘실거리며
먼 버드나무에 철썩댄다.
나무는 맨 가지를 흔들며 다퉈보지만
바람을 붙들어둘 수는 없다.
긴 모래톱에는 바람밖에 없다.
그리고 바다로 미끄러지는 강물밖에 없다.
풀포기 하나하나 모래 위에 동그라미를 그린다.
나는 모래톱을 걷다가 떠내려온 통나무에 앉아,
온 세상을 덮은 고함소리에,
물가에 살랑대는 잔물결 소리에,
귀 기울인다.
강은 활기를 잃었다.
오리도 왜가리도 회색개구리매도 갈매기도
모두 바람을 피해 숨어버렸다.
구름에서 울음소리가,
멀리서 개 짖는 소리처럼 희미하게 들려온다.
온 세상이 궁금해하며
귀를 쫑긋 세우는 모습이 낯설다.
곧 소리가 커진다. 기러기 울음소리가
보이지는 않지만 다가온다.
기러기 떼가 낮은 구름에서 나타난다.
낡고 해진 새들의 깃발이 곤두박질치다 솟구치고,
위로 아래로 나부끼다가,
함께 또는 따로 펄럭이며 전진한다.
키질하는 새들의 날개 하나하나에 바람이
다정하게 엉긴다.
기러기 떼가 먼 하늘의 희미한 얼룩이 될 무렵
마지막 울음소리가,
여름을 보내는 영결 나팔소리가, 들린다.
통나무 뒤가 따뜻해진다.
바람이 기러기 떼와 함께 떠났으니.
나도 갈 텐데-내가 바람이라면.
<천천히, 스미는> (봄날의책) 중에서
오늘 하루도 수고 많으셨습니다.
기러기 떼는 날아가고 바람은 그쳤습니다.
고요 속에서 아름다운 음악 들으시며
편안히 휴식하세요.^^
https://www.youtube.com/watch?v=NiXNY2GwDak&list=RDNiXNY2GwDak&start_radio=1
기러기떼 바람 옥수수 모래톱에 이어
오리 왜가리 회색개구리매 갈매기까지 등장하니 참 좋습니다.
마지막엔 한가로이 풀 뜯는 양 까지 합류~~ 애네들의 위로에 힘입어.
죽치고 앉아 떠날 생각 안하는 겨울 녀석.
궁둥이를
힘껏 걷어 차야 겠습니다.
피아니스트 연주가 너무 좋아서 글을 핑게삼아 올렸네요 ㅎㅎㅎ
3월이면 공식적으로 봄이지요?!
2월도 나쁘진 않은 것 같습니다^^
편안한 주말 보내세요!
올려주신 음악을 듣는 동안 봄이 저기 어디서 오고 있음을 느낍니다. 시가 좋아 다시 읽습니다. 작가님도 남은 오후 시간 따뜻하세요.^^
사실은 시가 아니라 산문인데 행갈이를 했어요^^
왠지 긴 글이 읽기 힘드네요
이 글은 바람 부는 습지의 2월 같은 느낌이 들지요
호랑님도 따뜻한 저녁 보내시길 바랍니다!
음악과 글 속에서 평온을 얻습니다.
바깥에서 불어오는 칼바람이
지금 이 순간 잦아든 기분이어요.
이렇게 봄이 오고,
새싹이 돋고 잎이 푸르를 날을
기다리며.
잠시 쉼표를 찍습니다.
@Bono기러기떼가 날아가고 바람도 따라갔다는 말과 나도 바람이라면… 하는 바람이 2월을 지나는 우리의 마음과 어쩐지 비슷할 거 같습니다^^
아닐까요??? ㅎㅎㅎ
쉼표를 찍고 주말 평온한 시간 보내시기를, 진짜로 그러시길 빌게요~!
글에서 보는, 바람이 하는 일들이 많기도 하고 아름답기도 합니다. 왠지 겨울 바람 같아요~
곧 봄입니다. 또 봄바람은 우리를 어디로 데려갈지 기대해 봅니다^^
안녕하세요!
작가님의 글 주제도 바람이었네요^^
지난 주 월출산 등산을 했는데 바람이 엄~청 불어서 날려갈 뻔 했습니다 ㅎㅎㅎ
산바람도 좋고 지금같이 스산한 2월의
바람도 좋네요
봄바람이 불어서 벗꽃잎이 날릴 때도
멀지 않았습니다
편안한 주말, 평화로운 시간 보내세요!
보리차 같은 연한 커피 마시면서 펼쳐주신 시와 음악으로
귀호강을 하는 아침입니다.
상상하는 장면이 너무 멋있어요. 감사해요, 작가님:)
커피향이 저한테까지 전달되는 것 같네요 ㅎㅎㅎ
저도 연한 커피 좋아합니다
글을 회화처럼 잘 썼죠?!
새소리 바람소리도 들리고 피부로 찬기운이 느껴지는 것 같고요
오늘 그리고 한주 내내 연한 커피처럼 편안한 시간 보내시길 바랄게요!^^
작가님도 오늘 하루 수고 많으셨습니다.
편한 밤 되세요^^
고맙습니다!^^
개울건너님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