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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희 May 15. 2023

<끈기의 말들>을 읽고

   



유유 출판사의 책은 얇고 작다. 만듦새에 힘을 쫙 빼서 책날개조차 없다. 그렇게 비축한 에너지를 콘텐츠와 문장에 모두 쏟아붓는다. 명확한 콘셉트는 골라 읽는 재미를 주고 깨알처럼 촘촘한 문장은 독자에게 묵직한 공감을 남긴다. 이렇게 믿고 읽는 출판사와 좋아하는 작가님이 만났으니 그것만으로 읽을 이유는 충분했다. 심지어 ‘끈기의 말들’이라니, 나를 위한 책 아닌가.      


그즈음의 나는 지지부진한 투고 준비에 몹시 지쳐가고 있었다. 한계와 부족함이 고스란히 드러난 초고를 어디서부터 어떻게 고쳐야 할지 몰라서 막막했다. 투고를 출판사에 해야 할지 아무도 모르는 내 마음속에 해야 할지 매일 고민했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갔다는 생각에 그간의 노력이 모두 무의미해진 것 같기도 했다.      

포기 쪽으로 기우는 마음을 돌이키려고 이 책을 집었다. 강민선 작가가 만난 끈기의 말들을 함께 나누는 동안 어떻게든 끝은 봐야 하지 않겠나며 나를 북돋았다. 그 끝이 무엇이 될지 알 수 없지만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데까지는 가보자는 마음 덕분에 부족한 내 원고를 마주할 힘을 얻었다.

              

이 책엔 ‘외부의 의뢰 없이도 자기 삶을 이어 갈 수 있는 사람이 진짜 예술가’ P17 라는 문장이 나온다. ‘예술’은 너무 거창하고 ‘예술가’는 지나치게 멀어서 한 번도 내 것이라 여긴 적 없다. 다만 아무도 요청하지 않았지만, 아무리 봐도 고칠 것 투성이지만 모인 원고가 ‘또 다른 나’ 같아서 함부로 팽개칠 수가 없다. 그 마음 하나로 끝을 향해 조금 더 걸어보련다.  


‘이 일을 왜 하느냐’는 질문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하던 일을 멈추게 하고, 적절한 답이 나올 때까지 고민하게 하는 질문이다. 게다가 이런 질문에는 대체로 ‘쓸데없이 힘만 들고 남들이 알아주지도 않고 돈도 안 되는 일’이란 전제가 깔려 있다. 질문하는 사람은 ‘그런데도 계속하는 이유’가 궁금하겠지만 솔직히 말하자면 특별한 이유는 없다. (...) 이 질문은 때론 상처가 되기도 한다. (...) 내가 하는 일이 세상에 쓸모 있고 가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면 굳이 궁금하지 않았을 텐데. 다른 누군가도 이런 쓸쓸한 생각을 하느라 묵묵히 잘하고 있던 일을 멈추게 될까 봐, 나는 누구에게도 ‘왜 하는가’라는 질문은 하지 않는다. 그 질문에 누구보다 오래 고민하는 사람은 당사자일 테고, 기나긴 고민의 결과를 단숨에 가져갈 권리는 아무에게도 없다. P 25     


#끈기의말들 #강민선 #유유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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