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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스나 Dec 24. 2020

알게 되었다. 나는 똥손이라는 것을.

요새 나의 일과는


눈 뜸

화장실 다녀오기

다시 누워서 폰 보기

거실로 나와 소파에 누워 폰 보기

티브이 켜기

점심식사

소파 혹은 침대에 누워 폰 보다가 낮잠 자기

티브이 보기

저녁식사

소파에 누워 티브이와 폰 보기

취침


이러한 패턴의 반복이다.

열심히 일을 하다가 가끔씩 주어지는 휴일에는 이렇게 하루를 보내도 된다.

하지만 나는 열심히 일을 하지 않기 때문에 매일매일을 이렇게 보내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물론 돈을 벌지 않기에 돈나가는 일을 하기에는 좀 어려움이 따른다. 그렇기에 집에만 콕 박혀있는 것은 돈을 아끼기에는 꽤나 괜찮은 방법이다. (하지만 결국 인터넷 쇼핑과 배달 등으로 실패하게 됨)


그래도 위와 같은 패턴의 일상은 좀 문제가 있다고 판단이 되어 뭐라도 해보자는 생각으로 두 개의 원데이 클래스를 들었다.


첫 번째는 라탄 공예.

라탄으로 만들어진 소품들이 내 눈에 예뻐 보여 한번쯤 꼭 해보고 싶었다. 분명 어렵지 않은 난이도의 작품이었을 텐데 나는 왜 그리도 어렵고 힘들던지.


인내와 고통의 시간을 견디고 완성품을 손에 쥐니 꽤나 큰 성취감도 함께 다가왔다. 내 성격상 난 또 이것을 전문적으로 할 정도의 노력은 하지 않을 것이다. 분명 재미 삼아 몇 번 하다가 흐지부지 되어버릴 것이다. 하지만 그래도 한 번은 더 해보고 싶다. 수강료를 또 내며 배우기에는 부담이기에 집에서 유튜브를 보며 해볼 생각이다.


그리고 두 번째는 금속공예.


십여 년 전 아이들 가르치는 일을 했을 때 같이 일했던 언니가 있다. 1년을 같이 일하고 그 후에 따로 만난 기억은 없었지만 sns를 통하여 다시 연이 닿게 되었다.

sns로 알게 된 그 언니의 근황. 금속공예 공방을 운영 중이었다. 전공이기도 했고 워낙 손재주가 뛰어난 사람이라 정말 잘 맞는 일을 하고 있구나 싶었다.

대단하다는 존경스러움과 부러움이 느껴졌다.

그러다가 이렇게 시간이 난 김에 그 언니의 공방에 가서 반지를 만들어 보았다.

은으로 된 커플링을 만들었다. 금속공예는 재료뿐만이 아니라 작업을 위한 도구도 많이 필요하기에 내가 집에서 또 해보지는 못하겠지만 이것 또한 라탄 공예처럼 성취감과 뿌듯함이 엄청났다.


어쨌든 이 두 번의 원데이 클래스를 통해서 내가 느낀 건

난 정말 똥 손이라는 것이다. 물론 초보자가 잘하지 못하는 건 당연하지만 센스라고 해야 하나? 그것이 부족하다. 기술은 연마하면 늘겠지만 센스는 그렇지 못하다. 내가 생각했을 때 센스는 타고나는 능력이라고 생각한다.

센스도 약간은 늘 수 있다. 하지만 흉내로 인한 어느 정도 학습이 가능한 딱 그 정도의 발전일 뿐이다.


그 부족한 센스를 커버하기 위해선 곱절로 더 노력을 해야만 할 텐데 나는 그런 열정 또한 부족하다 못해 없다.

늘 이렇게 재미 삼아, 취미삼아 해보고 말 뿐이다.

내가 돈과 시간이 동시에 넘쳐나는 사람이라면 이 세상 모든 것을 재미 삼아 누려도 되겠지만 난 현재 시간만 많다.


얘기가 또 이렇게 암울하게 흘러버렸지만 이 두 번의 경험은 나의 게으른 일상에 큰 활력이 된 것만은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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