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1글 일상기록 시작_24초녀의 탄생
제일기획을 퇴사를 한지, 이제 6개월의 시간이 지났다.
더 이상 번아웃 후유증의 행동이라 말하기에도 민망한 시간이 도래했다.
매일 유튜브나 넷플릭스를 보며 시시덕 거리다가 배고프면 배달 음식을 시켜 먹고 하루를 마감한다.
1년 동안 살은 7kg 쪘고, 삶에 아무 재미가 없다.
지-인-짜 무료하다.
내가 여든이나 아흔이 된 나이도 아니고, 고작 30대 중반에 삶에 대한 회의감이 드는 이유는 무엇일까?
한창 일할 나이에 집에서 히키코모리처럼 생활하는 나 자신이 한심하다.
예전의 나는 어땠지?
작년 한 해만 하더라도 과연 이 모든 일을 할 수 있나, 생각들 정도로 인생의 사건들을 해치웠다.
"2022년의 사건들"
1월 <채식의문> 독립 책 출간
2월 과장 승진
3월 결혼, 공간 공사 시작, 생애 최초 차 구입+운전
4월 서울에서 5시간 거리의 목포로 이사 (연고 아무도 없음)
5월 교통사고
6월 (주)서울밖 창업, 법인설립
7월 <스테이 카세트플레이어> 가오픈, 베트남 여행
8월 개업, 일하는 하숙집 프로그램 오픈
9월 covid19, 퇴사
10월 맹장염 수술, 7일 입원
11월 전주, 제주도 여행
12월 연말 마무리
책도 만들고, 결혼도 하고, 이사도 하고, 운전도 교통사고도 처음, 수술해서 입원해 본 것도 최초였으며
2년 6개월 동안 피해 다니던 코로나에 걸리고, 창업과 퇴사까지 겪었으니 내가 생각해도 어마 무시한 스케줄이었다.
작년에 모든 에너지를 몰아서 쓴 것인지, 아니면 새롭게 바뀐 환경에 적응하느라 그런 건지
요즘의 나는 과연 동일 인물인가 싶을 정도로 하루하루가 참 잉여롭다.
1분 1초도 버리기 싫어서 계획하고 약속 잡고 사람을 만나던 인간은 사라지고,
24시간을 24초처럼 여기는 24초녀가 탄생했다.
이제 유튜브나 넷플릭스에 보지 않은 콘텐츠도 없고, TV도 재미가 없다.
삶이 이토록 재미없게 느껴진 적이 있나?
원인을 찾아보기로 결심하고 1일 1 글 프로그램 신청을 했다.
엄청나게 글을 잘 써보겠다가 목표가 아니다.
한 달 동안 어떤 글들을 쓸지 모르겠다.
내가 왜 창업을 하게 되었는지, 잘 나가던 대기업을 때려치우고 연고도 없는 목포로 오게 되었는지를 써볼까도 고민해 보았는데,
우선은 너무 거창한 계획은 내려놓고 일상을 기록해 보기로 한다.
일기장 같은 역할만 하더라도 요즘의 내게 큰 수확이겠지.
무료한 나의 삶에 글 쓰는 습관이라도 만들고 싶다.
무엇보다 이 지긋한 삶에서 벗어나고 싶다.
일상이라도 기록해야지. 뭐든 기록하다 보면 나아지겠지.
무기력이 무기력해지지 않도록, 뭐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