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failit Apr 20. 2023

#9. 산전 우울증 해결 방법: 눕지 않기?!

드디어 마지막 해결 방법 편이다. 

무기력의 이유는 저마다 다르기 때문에 각자 개인이 왜 무기력해졌는지 알아보는 시간은 꼭 필요하다고 본다. 내 무기력의 여러 가지 이유 중 물리적으로 어쩌지 못하는 마지막 원인이 크게 작용하지 않았나 싶다.

이름하여 


산전 우울증


통상 산후우울증은 많이 들어봤으나, 산전 우울증은 들어본 적이 많이 없을 것이다. 

그런데 나는 산전 우울증을 앓고 있다. 


호르몬의 변화로 달라진 신체에 스스로 적응을 하지 못하고 있다.


어여쁜 아가 천사가 와준 것은 정말 너무 고맙고 감사하고 행복한 일이지만 같이 수반되는 여러 가지 불편한 상황들은 잘 알지 못했다. 


냉장고 문만 열면 나는 음식 냄새, 심지어 내 몸의 체취, 침 냄새도 역할 때가 있다. 

양치하다가도 욱욱 속에서 신트림이 올라오고, 

어느 날은 미친 듯이 배가 고파 걸신들린 사람처럼 빵, 고기, 밥, 과일, 과자 할 것 없이 한꺼번에 욱여넣기도 한다. 


통제할 수 없는 짐승과도 같은 식욕. 즉, 먹덧의 시간이 지난 다음에 몰려온 체덧

체덧은 별로 먹은 것도 없는데 엄청 체한 것처럼 명치가 아프고 속이 계속 울렁거린다. 

하루 종일 트림에 일상생활이 불가하다. 매분으로 트림이 나오기에 타인을 만나서 이야기하는 것도 눈치 보인다. 많이 먹은 것도 아니고 아침에 죽 한 그릇 다 먹지도 못해, 식빵 반 조각만 먹어도 밤에 잠들 때까지 소화를 못 시킨다.


소화불량이니 무엇을 먹고 싶은 생각도 들지 않는다. 


비 임산부가 상상하기 쉽게 말한다면,

전날 와인에 막걸리 맥주까지 섞어마시고, 4시간 잔 다음에 배를 타고 바다로 향할 때 이런 기분일까?

굽이치는 파도 위에서 뱃멀미를 하는 기분으로 일상생활을 해야 한다. 


소화가 안되기 때문에 하루 한 번 가던 화장실도 5일에 한번, 6일에 한번 겨우 간다. 

몸속에 똥독이 쫘악 퍼지는 기분이다. 얼굴에서도 여드름이 피어난다.


이렇게 몇 개월을 지내니 일상의 질이 현저히 떨어진다. 

신경질 적이고 날카롭고, 어쩔 때는 길 가다가 주저앉아 펑펑 울기도 한다. 

감정 기복의 롤러코스터도 이런 롤러코스터가 없다. 그러다 미친 사람 웃기도 하는 나를, 남편이 무서워하기도 한다;;


'대체 왜 이러지?' 싶어

병원에 갔더니 호르몬의 변화란다. 자연스러운 것이란다.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 프로게스테론과 같은 생식호르몬의 수치가 상승함으로써 

감정의 변화들이 생기게 되어 감정의 변화들이 생긴 것이 산전 우울증이고

임신 중인 여성의 10-15%가 우울 증상이나 우울 장애를 경험한다고 한다. 


예전의 우리 엄마들은 이런 순간에도 밭을 매고, 시집살이를 하고, 애들 삼시 세끼 다 챙겨 먹이고 했겠지?

위대하고 또 대단하다는 말밖에 나오지 않는다. 


배 속에 새로운 생명이 자란다는 것은 분명 숭고한 일인데, 몸이 힘드니까 자꾸 나쁜 생각이 자란다. 


'좋은 생각 해야지!' 결심해도 그때뿐이다. 


산전 우울증 증상과 해결 방법


모든 것에 무기력하고 집중하기 어렵다. 피곤하고 힘이 없다. 

불면증이 있고, 여자로서 인생이 끝났다는 부정적 생각과 식욕이 과하게 늘었다가 줄어들었다. 


 해결 방법으로는 가벼운 운동, 하루 30분 이상 햇볕 쬐기, 오메가 3 챙겨 먹기, 규칙적인 수면패턴과 생활습관 지키기 등 있다. 결국 몸을 바쁘게 움직여야 한다. 


엊그제 김미경 강사가 어쩌다 어른이라는 프로그램에 나와서 인생이 잘 안 풀리고 해결이 안 되면 일어나라고 했다. 누워서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고, 뭘 할지 모르겠어도 우선 일어나서 움직이고 밖으로 나가라고. 그 말이 딱이다. 


몸을 바쁘게 움직이면 쓸데없는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하루가 금방 지나간다. 

그래서 요즘 내 루틴 중 하나는 집에 있지 않고 출근하는 남편을 따라 밖으로 나오는 것이다. 


카페에 앉아서 놀더라도 유튜브를 보더라도, 

공유 사무실에 앉아 넷플릭스를 보더라도 그게 훨씬 생산적이다. 


최소한 눕지는 않으니까! 

내 목표에 코웃음 쳐도 어쩔 수 없다. 

그동안 나는 침대 아니면, 소파와 한 몸
아침에 일어나면, 이제 눕지 않을 테다!

작가의 이전글 #8. 일은 재미없는 게 당연하다고? 동의할 수 없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