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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상엽 Jan 13. 2022

바람개비 목걸이

어디선가 들어본 음악이라고 생각했는데 존 레넌이 imagine 부르고 있었다. 식은 우즈와 인사하고 한쪽 손에 핫도그를 받아 든 채 무대 쪽으로 걸어갔다. 소시지를 직접 만든 것처럼 보이는 먹음직스러운 핫도그였다. 식은 얼른 한입 베어 물었다. 당연하게도 아무런 맛도 느껴지지 않았다. 냄새만 코안에 가득해서 식의 입에 침이 고였다. 식은 메타에서 음식을 먹지 못하는 것은  괴로움이 될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도 버릴 수는 없어서 입안에 마저 밀어 넣었다. 


무대 가까이로 가니 정말로 영상이나 사진에서 보던 존 레넌이었다. 무대 밑에서 사람들은 열광하고 있었다. 식은 예전에 뉴스에서 본 것도 같다고 생각했다. 죽은 유명인을 살리는 데에 성공했느니 하는 내용이었는데 그저 시답지 않은 마케팅쯤이라고 생각하고 넘겼다. 하지만 이 정도면 보는 사람 입장에서는 살아 있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AI 기술을 이용해 살려낸 허상에 불과하겠지만 식의 눈앞의 존 레넌은 진짜 존 레넌처럼 말하고, 노래하고, 행동했다.


식은 얼른 사람들 무리에 섞여서 공연을 함께 즐겼다. 사람들은 중간중간 식을 힐끗힐끗 쳐다보기도 했다. 식은 분명히 수가 선물한 옷 때문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식은 어깨에 달린 커다란 보라색 레이스를 조금 눌러보려고 손으로 꾹꾹 눌렀다.


“그 옷은 거기가 포인트인데 왜 그래?”

식은 눈이 휘둥그레 져서 말한 사람을 쳐다보았다. 처음엔 수가 귓속에 대고 말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 말을 한 사람은 온몸에 형형 색색의 깃털이 나 있는 것 같은 옷을 입고 있었다. 머리에는 비행기 조종할 때나 쓸 법한 고글 달린 모자를 쓰고 있었다. 특이한 생김새였지만 주변에 너무 특이한 사람들이 많아서 평범하게 보였다. 목에 바람개비 모양의 펜던트가 달린 목걸이를 하고 있다는 것이 특이했다. 그 바람개비가 양쪽 쇄골이 만나는 쯤에서 팽팽 돌아가고 있었다.


식은 다짜고짜 반말을 하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혹시 저 아시는 분인가요?”

“아니? 여기서 처음 봤는데?”


“그런데 왜 보자마자 반말을 하시는 거예요?”

“여기는 나이 같은 것 없어 그러니까 반말을 하던 존댓말을 하던 자유야. 너도 반말해”

식은 어처구니가 없었지만 원래 그렇다는데 어쩔 수가 없었다.


“알겠어. 그런데 이 부분이 안 이상하다고?”

식은 자신이 누르고 있던 어깨의 레이스 부분을 가리키면서 물었다.


“그래, 그 옷 멋있어. 그런데 너 메타에 온 지 얼마 안 됐지?”

“응, 어떻게 알았어?”

“너처럼 현실에서 잘생긴 얼굴에 근육질 몸을 한 사람이 있나 찾아봐.”

식은 그 말에 주위를 한번 돌아보았다. 동물처럼 생긴 사람이나 현실의 기준에서 못생긴 사람은 많았다. 우스꽝스럽게 생겼다고 하는 게 맞을 정도로 과장된 외모가 많았다. 당장 눈앞의 바람개비 목걸이도 그랬다. 얼굴에 주근깨가 가득했다. 눈은 가늘었다.

정말 현실에서 보던 잘생기고 예쁜 사람이 없었다. 그렇지 않지만 그러기 위해 꾸민 사람도 없었다. 식은 그전까지 은근히 자신의 팔 근육과 복근을 드러내 보이고 싶어 했는데, 이제는 숨겨야 할 몸의 결점이 된 것처럼 창피하게 느껴지기까지 했다.


“아무도 없지? 여기는 미의 기준이 다른 곳이야. 누구든 원하면 너처럼 소위 말하는 잘생기고 예쁜 얼굴을 할 수 있어 그래서 여기서는 그게 촌스럽다고 생각해. 반대로 진짜 자신의 색깔을 드러내는 것이 더 멋지다고 생각하지. 종종 너와 같은 모습을 한 사람들이 있는데 열이면 열 메타에 처음 온 사람들이야.”

“그럼 어떻게 바꿔야 해?”

“하하하하, 그런 거 없어. 그냥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하면 되는 거야. 대신 자신의 외모를 바꾸는 것도 돈이 들어. 성형 수술을 한다고 생각하면 되는 거지.”


“그건 그렇고, 나는 선이야.”

선은 손을 내밀었다. 선이라는 이름이 식에게는 썬이라고 들렸다. 식은 선과 악수하면서 말했다.

”썬, 반가워 나는 식이야”


“반가워 식, 그나저나 공연 끝나고 친구들이랑 같이 사냥 갈건대 같이 갈래? 끝나고 뭐 할거 있어?”

“사냥? 사냥이라고? 사냥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는데?”

식은 사냥이라는 단어조차도 생소하게 느껴질 만큼 도시에서만 생활했다. 무언가 모험처럼 느껴지는 부분이 있는 단어였지만 식을 머뭇거리게 할 만큼 어렵게 느껴지기도 했다.


“걱정 마, 배우면 되는 거야 우리가 다 알려줄 수 있어. 실제 동물을 죽이는 것도 아니니까 그런 점이라면 더 걱정 안 해도 되고 말이야. 어쨌든 가는 거다?”

“그래 좋아!”

식은 새로운 모험을 한다는 것에 약간의 흥분감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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