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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싸라 Feb 09. 2024

노는 데 얼마나 쓰면 적당할까

온라인게임과 적절한 지출

 논다는 건 도대체 뭘까? 이렇게 아무 기준 없이 막 던져 놓으면 사람마다 제각각 일 테고 너무 복잡해질 듯하다. 그래서 나만의 정의를 내려본 적이 있는데 그 과정이 이렇다. 예전에 '게임'은 도대체 우리 인생에 무슨 의미가 있을까를 고민하다 우리 인생을 크게 네 가지 범주로 나눌 수 있겠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 하나는 잠자기 그리고 생존(?)을 위한 먹고 마시기, 그다음은 각자의 맡은 바 역할을 이행하는 것, 마지막으로 이 세 가지를 제외한 나머지 모든 것을 인생의 entertainment를 위한 자기만의 활동, 즉 놀이로 구분했다.


 근데 이 놀이는 너무나도 다양하다. 과연 이걸 어떻게 범주화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다 '자극의 수준'에 따라 나눌 수 있지 않을까로 이어졌다. 물론 같은 놀이라 할지라도 각 개인에게 주는 자극 수준이 다를 수 있기에 단 하나의 객관 지표를 만드는 건 어려울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어디 논문으로 제출해 누군가의 리뷰를 받아야 하는 것도 아니니 보다 편한 마음으로 그대로 생각의 끈을 이어갔다. 그랬더니 놀이를 이렇게 범주화할 수도 있겠구나 싶었다.


 합법적인 콘텐트라는 가정하에 자극의 수준을 0에서 100까지 나눌 수 있다면 '책'은 0에 가까을 것 같고, '술'이나 '담배' 등은 100에 가깝지 않을까? 그렇다면 '게임'은 그 사이 어딘가에 있을 것 같은데 누군가에게는 중간보다 왼쪽에, 다른 누군가에게는 오른쪽에 위치에 있을 거다. 근데 자극의 수준은 어떻게 수치화할 수 있을까? 자극이 높다는 건 보다 많은 사람들이, 더 자주 찾는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지 않을까? 그럼 각각의 놀이에 돈을 얼마냐 쓰느냐에 따라 자극의 수준을 구분하더라도 크게 무리가 없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까지 이어졌다. 쉽게 말하면, 많이 쓰면 쓸수록 대중적으로 자극이 높은 놀이라고 봐도 무방할 것 같다가 나만의 결론이었다.


 지나치게 단편적일 수도 있겠지만, 몇몇 산업의 규모를 살펴보면 고개가 끄덕여질 수 있다. 출판산업실태조사에 따르면 일반 인쇄 도서 부문의 매출은 이미 하락세에 접어들었고, 그 규모도 1조를 조금 넘길 정도로 그리 크지 않다. 이에 반해 연간 콘텐츠산업 동향 분석 보고서에 나온 온라인게임의 경우, 지금도 계속 성장 중이며 그 규모도 20조 이상일 정도로 엄청나다. WHO 통계에 따르면 2015년 이후 조금씩 줄고는 있지만 여전히 한국의 술 소비는 세계적인 수준이다.    


 노는 데는 돈이 든다. 산책이나 도서관에서 책 읽기 등과 같이 돈이 거의 들지 않는 놀이도 있다. 하지만 우린 경험적으로 알고 있다. 노는 덴 돈이 든다는 것을. 초등생들이 친구랑 마라탕을 먹으며 얘기를 나누려고 해도 돈이 든다. 중학교 언니 오빠들이 '인생 네 컷' 사진을 찍으려고 해도 몇 천 원의 돈이 든다. 고등학교 친구들이 겨우 1시간 짬을 내 PC방을 가더라도 적어도 천 원+a는 써야 한다. 사회생활 초년생들이 퇴근 후 친구들과 맥주 한잔에 각자의 스트레스를 쏟아 내며 시원한 배설의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그 순간에도 돈이 든다. 40, 50대 아저씨들이 '위기의 중년'을 온몸으로 체험하며 자신이 얼마나 거대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지를 친구들과 나누기 위한 그 저녁 자리에도 비용이 든다.


 노는 데 쓰는 돈은 그리 아깝지 않다. 만약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정도의 지출과 에너지를 쓴다면 말이다. 하나 우린 역시 알고 있다. 생각보다 많은 지출로 인해 그다음 날 머리를 감싸 쥐며 "이 바보, 왜 그랬어"를 외친 경험이. 그렇다. 결국 문제는 지나치게 많이 썼을 때 생긴다. 하지만 우리는 믿고 있다. 이런 쓴 경험이 미래의 약이 될 거라고. 만약 이를 무시하고 계속 그렇게 쓴다면 진짜 큰일 날 수도 있다는 걸. 인생의 깊은 수렁에 빠지는 큰일이.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계기는 앞서 얘기한 '게임'은 우리 인생에 어떤 의미가 있을까가 그 시작이었다. 내가 몸담고 있는 온라인게임 산업이 꾸준히 성장하는 것도 참 좋긴 한데, 사랑받으면서 컸으면 하는 이율배반적인 마음이랄까. 하지만 현실은 산업이 커가는 만큼 이용자도 늘고 또 쓰는 금액도 늘고 있어 이와 연관된 이슈들이 자꾸만 커져 간다. 산업이 커지니 예전에 없었던 일이 생기는 건 당연할 수 있다. 하지만 이로 인해 게임을 떠올릴 때 '긍정적'인 이미지보다는 그 반대를 떠올리는 경우도 점점 많아진다면 문제일 거다.

  

 이를 시스템으로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곳도 있다. 어떤 국가에서는 청소년이 쓸 수 있는 금액을 정해놓기도 한다. 일본의 경우 비록 법은 아니지만 CESA라는 협회가 낸 가이드라인과 큰 기업들 스스로 15세 미만에게는 한 달간 5천엔(약 5만 원), 18세 미만에게는 한 달간 1만 엔(약 10만 원) 정도를 쓸 수 있게끔 모바일 게임을 대상으로 설정을 해 놓은 곳도 있다. 한국의 경우, 비록 등급분류기관을 통한 경우에만 한정돼 있긴 하지만 PC온라인에 대해서는 청소년의 결제액이 월 7만 원까지만 허용된다.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적당한 금액을 쓴다면 더없이 좋을 것 같다. 이를 위해 각종 플랫폼(모바일, PC 및 콘솔 등)에서 제공하는 시스템으로 적당한 금액을 설정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하나 이 시스템을 '알람'으로 잘 설정하기 위해서는 자기 스스로가 생각하고 마음먹는 것도 필요할 것 같다. 그렇지 않으면 이건 아마도 기대로 그칠 가능성이 높을 테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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