켜켜이 쌓아가는 소중한 일상과 기록 그리고 한 권의 책
무언가를 시작할 때마다 항상 따라오는 장애물이 있다. 작심삼일. 늘 그렇듯 마음을 굳게 먹고 뛰어들더라도 습관으로 자리 잡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한 법이다. 인생에 공짜가 없다고 단언하기엔 현실이 가끔 애매할 때도 있지만, 대체로 맞는 말이다. 결국 뭔가 새로운 것을 내 삶의 일부로 만들려면 일정 기간 꾸준히 에너지를 쏟아야 한다. 하지만 이 단계를 거치고 뭔가를 꾸준히 해본 사람이라면 알고 있다. 진짜 장애물은 이제부터 온다는 것을. 어느 정도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기고, 습관이라는 달콤함에 젖어들 즈음, 불현듯 고개를 내미는 녀석이 있다. 바로 “이 행위를 언제까지 이어갈 수 있을까”라는 두려움이다. 끝없이 반복해야 한다는 막연함이, 때때로 이런 질문을 떠올리게 한다. “이거, 언제까지 해야 하지?”
아무도 강요하지 않았지만, 글을 쓰며 나 역시 이 두 가지 장애물을 마주했다. 더불어 브런치라는 플랫폼에서 ‘작가’라는 호칭이 따라붙는 것도 처음에는 낯설고 민망했다. 내 경우, 닉네임을 쓰는 이유는 그저 민망함에 대처하는 소심한 방패가 필요해서다. 그런 장애물과 민망함은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지금도 여전하다. 하지만 그 불편함 속에서도 꾸준히 글을 쓰며 조금씩 다른 나와 마주하게 되었고, 결국 그 경험은 전혀 예상치 못한 새로운 질문을 던지도록 만들었다. 이 글은 바로 그 별것 아닌 듯한 ‘글쓰기 여행’에서 내게 던진 새로운 질문과 이에 대한 나만의 이야기 그리고 이로 인한 앞으로의 희망에 대한 이야기다.
첫째, 쓰다 보니 더 많이 생각하게 되었다. 무엇이 내 인생에서 중요한지, 무엇을 기억하고 싶은지 곱씹는 시간 말이다. 아이가 자라면서 함께 나누는 경험은 달라지고, 그 과정에서 나 역시 또 다른 방식으로 성숙한다. 나는 그 과정에서 서로가 성장하는 순간들을 글로 남기고 싶다. 글은 그 변화를 담아내는 작은 그릇이다. 함께 웃던 순간, 서로의 취향을 존중하며 시간을 나누던 기억, 아빠로서의 성찰까지 모두 글 속에 살아 숨 쉰다. 언젠가 이 글들은 단순한 기록을 넘어, 우리가 함께 써 내려간 성장의 일기가 될 것이다.
둘째, 글은 갈등조차 새로운 의미로 남겨 주었다. 아직 어린 딸은 하루가 다르게 자라며, 그만큼 예기치 못한 갈등도 잦다. 사소한 말다툼이 큰 파도처럼 번지고, 감정의 소용돌이가 집 안을 집어삼키기도 한다. 순간의 분노로 쏟아낸 말들이 마음에 오래 남을 때도 있었다. 그러나 글을 쓰며 나는 그 장면들을 다시 마주했고, 그 속에서 부모로서의 성장을 조금씩 배워갔다. 만약 지금의 내가 어제보다 조금이라도 나아졌다면, 그것은 바로 이 기록과 성찰의 반복 덕분일 것이다.
셋째, 나는 이 기록들을 언젠가 책으로 엮고 싶다. 딸이 스무 살이 되는 날, 조심스레 그 책을 내밀며 말하고 싶다. “이건 우리가 함께 걸어온 시간이고, 네가 자라는 동안 내가 느낀 이야기야.” 그 장면을 떠올리면, 글을 멈출 수 없다. 그날의 선물을 위해 나는 오늘도 한 문장, 한 문장을 쌓아 올린다.
결국 글쓰기는 단순한 취미나 기록을 넘어 내 삶의 리듬을 붙잡아 주는 원동력이자, 사랑하는 사람과 관계를 깊게 하는 매개체다. 언젠가 권태와 두려움이 찾아오더라도, 그것조차 글의 일부로 끌어안으며 나는 계속 써 내려갈 것이다. 글을 통해 나는 나를 확인하고, 소중한 이들과 함께한 시간을 남기며, 또 함께할 미래를 준비한다. 이것이 내가 글쓰기를 즐기고 멈추지 않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