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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방 무화과 창업 일기 31

동네 책방 탐방 : 소리소문(제주 한경면)

by 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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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책방 사장님들께서 모두 입을 모아서 이 책방을 꼭 가보라고 추천해 주셨던 책방이 있다.

바로 제주 한경면의 소리소문이다.

죽기 전에 가봐야 할 책방 150곳에 선정된 것으로 유명하다.

입구에 소리소문이 소개된 잡지와 책이 놓여있다.


수화기를 들면 누군가의 사연을 무작위로 들려주는 전화기도 있다고 해서 이곳저곳 잘 살펴보고 와야지 방문 전부터 잔뜩 기대를 하고 갔건만..

돌아와서 정신 차리고 보니 달랑 사진이 4장뿐이다.

꽤 오랜 시간을 보낸 걸로 기억하고, 사장님과 대화도 나누었는데, 이 책장 저 책장 다니며 책 구경을 하다 보니 세상에 사진 찍는 걸 홀라당 까먹고 책만 실컷 구경하고 온 것이다.

대학생 때 학교 끝나고 동대문으로 가서 동기들과 함께 저녁 먹고 밤새서 쇼핑하던 기억이 났다.

당시 주머니도 넉넉 찮았는데 구경하느라 밤을 홀딱 새웠다.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이 옷 저 옷 이 가게 저 가게 둘러보다 보면 그렇게 시간이 잘 갔다.


소리소문에서 보낸 시간도 비슷했다.

앗 이 장르의 이런 책이! 하고 이 책 저책 들춰보다 이젠 정말 가야지하고 마음을 먹어도 바로 옆 책장에 꽂혀있는 또 다른 장르의 책들도 너무 궁금해서 발걸음이 쉽게 떨어지지 않았다.


책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남편마저도 나를 묵묵히 기다려주다가 한참 뒤에 와서는 '여기 좋은 책들이 많네.'라고 해서 깜짝 놀랐다.

책을 아주 좋아하는 사람도 조금 좋아하는 사람도 관심 없는 사람도 모두 만족하며 머무를 수 있는 책방이 아닌가 싶다.

소소하고 웃음 나는 에세이나 독립출판물부터 무거운 책들도 골고루 만나볼 수 있다.


소리소문만의 리커버 에디션은 정말 부러웠다!

출판사에서 허락해주지 않더라도 내가 직접 어설프게나마 책표지 디자인을 해 북커버를 씌워 전시하는 구역도 있으면 재미나겠다.

단, 모든 주인공들이 무화과인 걸로!


주차가 편한 너른 마당을 품은 책장으로 가득 찬 전원주택은 바깥의 소란스러움, 분주함을 잊게 해 주기에 충분하다.

화려하지도 않고, 초라하지도 않은 소리소문만의 그 존재 자체의 아름다움을 느끼고 올 수 있는 시간이었다.

차 속에서 잠이 들어준 아이들 덕분에 소리소문에서 비교적 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는데, 아이들이 좀 더 크면 고등학생이 되고 대학생이 되면 함께 또 제주도에 와서 소리소문에 들러 꽤 오랜 시간 책을 읽으며 머물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같은 장소를 다시 방문했을 때, 소중한 이들과 함께 재방문하고 싶은 책방이 있다는 사실은 얼마나 아름다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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