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닝셔츠 차림의 어르신은 수트차림의 신사보다 품위 있어 보였다."
한 10년쯤 전의 일이다.
당시 나는 북서울 꿈의 숲 근처에 살고 있었다. 공원 산책로가 워낙 훌륭하게 갖춰져 있어 아침, 밤으로 자주 산책을 하러 나가고는 했다.
하루는 아침 일찍 산책을 하다가 70세 남짓의 어르신과 좁은 길에서 마주치게 됐다. 그냥 지나치기가 머쓱하여 대충 인사를 건넸다.
"안녕하세요~"
갑자기 어르신께서 걸음을 멈추셨다. 그리고는 환하게 웃는 얼굴로 허리까지 숙이며 내게 소리 내 인사를 하셨다.
"아이고, 안녕하세요. 좋은 하루 보내셔요~"
나는 감동했다. 허리 숙여 인사를 하는 모습이 그렇게 멋있는지 처음 알았다. 러닝셔츠 차림의 할아버지가 양복을 빼 입은 신사보다 품위 있어 보였다.
그 뒤로 나는 인사에 매우 공을 들인다. 마주치면 반갑다고, 친절하면 감사하다 말한다. 생각해 보면 인사만큼 간단하고 강력한 커뮤니케이션 스킬도 없다.
비대면으로 인해 사람 얼굴 마주하는 것조차 꺼리는 요즘이다. 하지만 마스크 너머에는 서느런 병균이 아니라 따뜻한 피가 흐르는 사람이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안 그래도 잔뜩 날이 서 있는 이 시대의 사람들에게, 만나면 반갑다고, 오늘도 고생했다고 말이나 한마디 건네자. 그러면 매서운 이 겨울이 조금은 더 따뜻해질 것 같다.
ⓒparkseongun
커뮤니케이션 스킬 & 콘텐츠 비즈니스 전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