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윤석열 정부 조영태 인구TF위원장 인터뷰를 읽고
취임을 얼마 앞두지 않은 윤석열 정부,
인구정책에 부쩍 힘을 주고 있다.
심각한 저출산으로 인해 일하는 인구가 급감하고 있기에
특단의 인구정책으로 정년을 62-65세로
연장하겠다는 게 조영태 위원장 인터뷰의 핵심이다.
일하는 인구가 급감하여 우리 사회에 충격이 올 테니
지금 일하는 인구를 더 일하게 하여
노동시장발 충격을 완화하자라는 발상이다.
윤석열 정부를 향한 기대감이 바닥나는 순간이다.
윤석열 정부가 저출산과 생산가능 인구 급감 추세를
사회문제로 인식하고 있는지부터 궁금하다.
구직단념자의 증가, 긱 워커, 플랫폼 노동자의 증가로
저임금 저품질 일자리를 기피하는 풍조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요즘,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닌 일시적 밀봉책을
'특단의 정책'으로 들고 나온 코미디에 실소를 감출 수 없다.
대학로 편의점에서는 주말 야간 아르바이트 인력을
시급 만 원을 줘도 못 구한다고 아우성이다.
기본 야간수당만으로도 1.5배로 알고 있는데
휴일 야간에 시급 만 원 받고 누가 일하겠는가?
저임금 저품질 일자리는 그동안 노동 계층의 약자에게 횡포를 부려왔다.
주휴수당을 지급하지 않거나, 주휴수당 지급요건에
미달하게 개인별 노동시간을 조절하는 등
노동시장에서 상대적으로 약자일 수밖에 없는
노동자에게 부당한 대우와 부담을 떠넘겼다.
작금의 일자리 기피 현상은 그동안의
횡포에 대한 자연스러운 반응이며
배달, 쿠팡 등 대체 일자리의 등장으로 인해
사회적으로 표현된 것으로 이해해야 한다.
현재 노동 공급이 부족해지기 때문에 시급이 상승하고
주휴수당 등 노동자를 위한 정당한 대우가 지급되기 시작한다.
노동시장에서의 공급 충격은 이렇듯,
사회적으로 부당한 문화를 자연스럽게 바꾸는 힘이 있다.
이번 변화를 저임금 저품질 노동자에
국한된 문제라고 이해할 수 없다.
현재 노동시장의 일부이자, 총체적 노동시장의 축소판이며
향후 우리 노동시장의 미래를 보여주는 자연 실험과도 같다.
우리 사회 노동형태엔 인턴, 기간제 근로자 등 비정규직이 판친다.
대기업 인턴은 이제 되기도 어렵다해서 '금턴'이라는 신조어가 나온다.
아무것도 보장되지 않는 인턴을 청년들이
업무 경험을 쌓을 수 있기 때문에 지원하는 게 아니다.
인턴 경험, 계약직 경험이 없는 것만으로
취업시장에서 페널티로 작용하기 때문에 지원한다.
노동시장의 상향평준화라는 말로 애써 현실을 외면하고 있으나
기업은 계약직, 인턴을 필수화하며 인사관리에 대한
책임은 최소로, 요구는 최대로 하고 있다.
공공기관에서도 블라인드 채용 등 형평성을 강조하고 있지만
정작 면접 과정에서 무경력자들은 걸러내는 게 현실이다.
실제로 경기문화재단 면접에서는 경력 무관인 통합 채용에서도
면접자들에게 경력이 다 있다고 생각하고 경력 관련 질의를 한 바 있다.
기업의 횡포로 인해 청년들은 살아남기 위해 '금턴'으로 몰린다.
기업은 기업에게 유리한 인사관리 체계를 개편할 유인이 없다.
노동시장에서의 문제가 해결되기 위해선 외부의 충격이 필요하다.
인구 급감으로 인해 일할 수 있는 노동자들이
스스로의 선택권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는 수준이 된다면
기업도 더 나은 노동자를 확보하기 위한 노력을 할 텐데,
지금은 절대적 약자인 노동자들이 할 수 있는 게 없다.
윤석열 정부는 이러한 흐름을 전혀 이해하지 못할까?
아니면 저성장, 인플레이션의 위기에서 기업에게 힘을 더 실어줘
경제적 위기를 돌파하고 자신의 표심을 챙기려는 생각일까?
어느 쪽이던 우리 사회 문제가 더욱 곪아간다는 점에선 같다.
초당적 정책 운운하는 분이 내세우는 방향성은
잘 봐줘야 5년 표심 챙기기 정도에 그친다.
근시안적 정책으론 초당적 정책 합의에 이를 수 없다.
"정년 연장에 대한 청년들의 반발은 이해하면서도
2030년이 되면 00년대 인구가 유입되어 경쟁이 완화될 거고
그러면 청년층도 이해해줄 것이다"라는 발언을 한다.
당장의 반발은 일시적이며 청년 세대의 반발은 무시할 수 있고
자연스럽게 와해될 거라는 말로밖에 들리지 않는다.
조영태 위원장의 인터뷰에서 윤석열 정부의 올바른 방향성이나
현재 우리 사회 문제에 대한 깊은 고찰을 단 하나도 느끼지 못했다.
사회 문제에 대한 이해와 고민 부족, 정치적 잇속 챙기기 등의 이유로
기업친화적 정책을 펼칠 게 불 보듯 뻔한
윤석열 정부의 실패는 이미 예견된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