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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의 숲 Oct 22. 2023

뉴멕시코에서 만난 라벤더와 소피아피야

모두 그런 경험이 있는지 궁금하다. 딱히 그 장소에 대해 들어본 적도 많은 없는데 저 멀리서 나를 끌어드리는 것 같은 그런 곳.


뉴멕시코가 나에겐 그랬다.


뉴멕시코에서 처음으로 가장 눈에 띄었던 것은 라벤더였다. 사막지대라 모든 것이 온 사방이 황토색이고 붉은 석양이 도드라지는 곳에 보랏빛을 띠며 조용히 만개하는 라벤더들은 묘했다. 라벤더는 사막에서 자라기 가장 적합한 식물 중 하나라는데 풀이 없는 곳에 혼자 있어 그런지 자기가 꽃인지도 모르고 피어있는 것 같은 그런 조용한 아름다움이었다.

출처: Floyd Muad'Dib

위 사진처럼 뉴멕시코는 진흙으로 건축된 어도비 건축 양식이 유명한데 그런 집들이 마치 다른 나라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우리는 흙에서 와서 흙으로 돌아간다는 말이 있는데 이렇게 살면서도 흙과 함께 하는 사람들은 무엇이든 빨리 회복할 것 같은 느낌이었다.

이 사진은 오키프 투어를 갔을 때 찍은 것인데 지붕이 유독 눈에 들어왔다. 알게 된 것은 이렇게 진흙으로 지은 집들은 지붕을 더 힘 있게 바치기 위해 이런 나무들을 댄다고 한다.

혹시 앨버커키를 출장 가거나 들르는 사람들이 있다면 꼭 Los Poblanos라는 곳을 가보길 바란다. 라벤더 농장인데 그 안에 호텔도 있고 음식점도 있다. 또 자신들이 수확한 라벤더들로 라벤더 비누, 시럽, 스크럽, 각종 상품들을 만드는데 시중에서 파는 라벤더 제품들보다 훨씬 향이 은은하고 마음이 편해진다. 가면 반드시 마셔야 하는 것은 라벤더 라테이다. 더운 사막에서 쭉 빨아들이는 아이스 라벤더 라테의 향긋함은 아주 오래 기억할 것 같다.


라테를 들고 우리는 농장 안을 걸어 다녔는데 뉴멕시코의 나파밸리 같은 곳이었다. 앨버커키에 사는 세련되고 어딘가 여유로워 보이는 사람들이 모이는 곳 같았다. 사실은 우리같이 사계절이 뚜렷한 나라에서 산 사람들은 사막지대에 며칠만 있으면 그 붉은빛이 주는 더 이상 감당할 수 없을 것 같은 강렬한 에너지가 있는데 그 에너지에서 잠깐 쉬어 나올 수 있는 곳이 이곳이었다.

대략 이런 러스틱 한 느낌이 나는 곳이다.


마지막으로 뉴멕시코에서 꼭 먹어야 하는 것을 소개하려고 하는데 그것은 바로 어떤 다른 음식도 아닌 소파이피야 라는 빵이다. 사실 멕시코음식은 많이 먹어서 뉴멕시코에서 먹는 음식이라고 해도 아주 큰 감흥은 없었는데 이 식전 빵처럼 주는 소파이피야 라는 빵인데 참 별 볼 일 없지 않은가? 

저 빵 속에 숨어있는 것이 꿀이다. 식전에 저 따뜻한 빵을 꿀에 찍어먹으면 한 시간 줄 서서 기다렸던 힘듦과 지침이 모두 보상되는 행복함이다. 


물론 샌프란시스코에 돌아와서 저렇게 맛있는 소피아피야는 찾지 못하였다. 그렇지만 여행이 끝난 아쉬운 마음에 꽃집에 가서 라벤더를 한 다발 사 왔다. 라벤더는 사실 꽤나 접하기 쉬운 꽃이고 사실 우리가 옛날부터 알고 있던 향이라 별다른 애정이 없었는데 오히려 꽃밭에 있을 때보다 사막에 편안히 자리 잡으며 보랏빛을 냈던 라벤더를 만나고 나니 어딘가 마음이 편안해졌다. 


아름다운 꽃이라고 해서 꼭 꽃밭에만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또 화려해야지만 아름다운 것도 아니다. 그저 제 빛을 내며 사막의 햇빛을 이겨내는 꽃도 내 눈엔 충분히 아름다웠다. 저 별 볼 일 없던 빵이 여행 중 먹었던 그 어떤 비싼 음식보다 맛있었던 것처럼. 그 어떤 고층빌딩보다도 매력적이었던 어도비 흙집과 나무천장처럼. 


별 볼 일 없는 것들이 오히려 빛났던 뉴멕시코, 그래서 오히려 마음이 참 편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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