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여름, 복직 후 첫여름휴가를 제주도에서 보냈다. 아무 기대 없이 신청한 하계휴양소에 떡 하니 당첨되어 제주 피닉스아일랜드에서 3박 4일을 묵었다. 터무니없이 비싼 비행기표를 감수하고 굳이 제주도를 신청했던 이유는, 여름 제주 바다와 오랜 벗 S 때문이었다. 그녀는 회사 안식월을 맞아 한 달 유급휴가를 제주에서 유유자적 보내고 있었다.
그녀가 굳이 숙소로 찾아온다길래 같이 리조트 내 조그만 워터파크에서 물놀이를 했고 아드님 삼시세끼 수발드느라 이것은 휴가인가 근무인가 헷갈리며 정신이 혼미했던 나는 물놀이 후 아들을 남편에게 맡기고 산책에 나섰다. 숙소에서 조금 걸어 나가니 광치기 해변이 있었다. 내 속도에 맞춰 걸어 다니는 자유로움이 얼마나 귀한 것인지 아기 키워보면 안다. 비로소 숨이 트이는 기분이었다.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파도 소리 들으며 해안을 거닐다 기분이 업된 나는 S가 시키는 대로 점프샷을 열몇 컷을 찍었고, 그렇게 놀고 나니 회사일이며 육아로 지치고 답답하고 복잡했던 마음이 시원하게 풀렸다. 내 사정을 다 아는 그녀는 굳이 이것저것 묻지 않고, 펑소의 나라면 절대 하지 않았을 점프를 시키고.. 사진이 잘못 나왔다며 제대로 높이 좀 뛰라고 구박? 하며 계속 뛰게 했다. 그 마음을 지금 헤아려보니 참으로 고맙다. 심지어 그날 저녁 자기 구역이라며 흑돼지구이까지 사줬다.
그 후 복직한 회사일도 자리를 잡고 아들내미도 학교 잘 적응하고 이사도 하고 등등 잊고 있다가 불현듯 세경이 그때 그 사진들을 얼마 전 다시 보냈다. 안식월 보낸 회사 직원들의 글과 사진을 모아 책을 낸단다. 나를 알아볼 이도 없을 테니 흔쾌히 수락했다. 초상권 사용료로는 거하게 을지로 삼수갑산의 순대 모둠-내가 먹어본 순대와 간 중 top 3안에 들어옴 ㅡ과 맥주 한 잔 얻어먹었다. 을지로 낡은 건물들 사이를 흘러 다니는 저녁 바람이 시원했다.
스노클링 하는 등짝 초상권 사용료를 같이 얻어먹은 J 언니까지 셋이 을지로 골목을 어슬렁거리며 여행을 온듯한 저녁시간을 보냈다. 나중에 오십 대 육십 대가 되어서도 어느 바닷가에서 거리낌 없이 점프샷을 찍고 있는 여인들이 되는 것이 우리가 보내온 기나긴 우정에 대한 예의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