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살 봄, 기다리는 마음
당신이 좋아하는 그 꽃은 참 붉습니다
정원의 많고 많은 꽃 중에 유난히 붉습니다
오늘은 당신이 오는 날이겠지요
아침이 오기 전 이슬이 촉촉한 시간
두 발 걸음걸음을 정원으로 재촉합니다
어스룩한 새벽녘에 나서는 까닭은
진정으로 붉은 꽃을 찾기 위함입니다
달빛 아래서도 선명한 장미 한 송이
잎이 다칠세라 줄기를 쥐어 비틉니다
손금 따라 피어나는 선홍의 면류관
이러한 참회가 그대에겐 필요 없음에
두 손을 모아 닳도록 기도를 드립니다
장미 한 송이가 유난히 붉습니다
정오가 지나 더욱이 활짝 필 꽃송이
죄 많은 손에 붉은 목장갑을 끼고
모자를 눌러쓰고 정원을 걷습니다
정오가 오기까지 돌고 또다시 맴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