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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하경 Feb 12. 2022

정원사의 기도

29살 봄, 기다리는 마음

당신이 좋아하는 그 꽃은 참 붉습니다

정원의 많고 많은 꽃 중에 유난히 붉습니다     


오늘은 당신이 오는 날이겠지요

아침이 오기 전 이슬이 촉촉한 시간

두 발 걸음걸음을 정원으로 재촉합니다


어스룩한 새벽녘에 나서는 까닭은

진정으로 붉은 꽃을 찾기 위함입니다   

  

달빛 아래서도 선명한 장미 한 송이

잎이 다칠세라 줄기를 쥐어 비틉니다   

  

손금 따라 피어나는 선홍의 면류관

이러한 참회가 그대에겐 필요 없음에

두 손을 모아 닳도록 기도를 드립니다     


장미 한 송이가 유난히 붉습니다

정오가 지나 더욱이 활짝 필 꽃송이  

   

죄 많은 손에 붉은 목장갑을 끼고

모자를 눌러쓰고 정원을 걷습니다

정오가 오기까지 돌고 또다시 맴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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