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는 나를 기다리는가
28살 늦봄, 우산을 잃으면 비가 온다
구름 아래에 들렸던 잠시
하필이면 우산을 잃었다
오늘은 우천
한참을 부풀던 구름이
하늘에 뭉갠 뱃때기를 꿀렁인다
하필이면 지금,
첫 방울이 쭈욱 늘어지다 톡 하고 끊어진다
두 방울 세 방울 우수수 쏟아낸다
지붕 끝에서 한 쉼을 쉬었다가
나 그곳을 지날 땔 기다린 양
지나는 내게 매섭게 추락한다
정수리를 파고든 굵직한 한 방울
소스라치며 한껏 털어 보지만
더 깊게 목덜미를 파고든다
필사로 뒷목을 접어 보지만 소용이 없다
양 어깨만 추켜올렸을 뿐이다
한 방울방울 한 가득
땅을 디딘 뱃때기도 꿀렁인다
더 채울 곳 없이 꿀렁거린다
잃어버린 우산이 밉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