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딘가로 도망치고, 숨고 싶은 날
삶은 불안함의 연속이다.
무엇인가를 거창하게 하고 싶은 것도 아니고,
그저 평범하게 살아가고 싶은 것뿐인데,
평범하게 살아간다는 것이 가장 어려운 일이라는 사실을 현실과 타협을 하며, 알게 되었다.
전문계 고등학교를 다녔던 나는 고등학교 3학년 처음으로 진로에 대한 고민을 하기 시작한다. 주변 친구들은 대학교를 가기 위해 부단히 도 애쓰며, 공부를 했지만,
나는 공부를 잘하지도, 좋아하지도 않았고, 하고 싶은 것도 없었다. 약간의 호기심으로 19년간 경험했던 것을 바탕으로 어떤 사람이 되어야지라는 것은 있었지만 그것마저도 내게는 현실과 타협해야 했다.
그러다 보니 그저 막연히 돈을 벌고 싶었는데, 주변 친구들이 대학을 가기 위해 애쓰며 준비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나는 왜 돈을 벌려고 하느냐에 대해 부모님은 이해하기 어려워하셨다. 물론 부모님께서도 내가 대학 가길 원하셨지만 나는 대학교라는 진로의 길과 취업의 길을 선택할 수 있는 2가지의 길이 있었다.
그 당시 부모님의 사업은 한 없이 기울기 시작했고, 부부 싸움은 점점 잦아졌다. 그때의 나는 가족의 한 구성원으로서 도움이 되고 싶은 마음이 가장 컸던 시기였다.
그 모든 주변 사람들의 대학 진학 강요와 진로 선택에 있어 사람들의 의견에 애써 도망치며, 불안함을 감수한 채 나만의 선택을 하기로 결정한다.
많은 방황과 고민 끝, 내가 선택한 것은 고졸 취업이었다. 고졸 취업을 선택하면서부터 내가 생각해본 적도 없는 지극히도 현실적인 일들이 삶을 만들어갔다. 그중에서 가장 힘들었던 기억은 어리다는 이유만으로, 나이가 적다는 이유만으로.
의견을 이야기하거나, 한마디를 말을 하려고 하면 반항한다는 오해를 받거나, 무시되거나 둘 중 한 가지였다.
그때의 나는 처음으로 내가 선택한 것에 책임을 지기 위해 흔들리는 마음을 잡고, 수없이 흐르는 눈물을 애써 참고 꾹꾹 누르며 버텨 나갔다.
수 백번의 퇴사를 결심했던 마음 , 울고 싶은데, 누군가에게 눈물을 보이기 싫어 애써 강한 척했었던 나는 눈물이 날 때, 화장실로 뛰어가 몰래 울기도 많이 울었다.
삶에서도, 회사에서도, 관계에서도 참 많이도 도망치고, 숨고 싶었던 것 같다. 그렇게 1년 2개월을 버티고 나서 일주일 후 바로 1년 늦은 대학 생활을 하게 된다.
대학생활을 하면서 1년 정도는 행복했다. 또래 친구들을 만나고, 선배님들을 통해서 이야기를 하고, 프로젝트라는 대학 과제로 많은 것을 배우고, 동아리 등 다양한 경험을 쌓고, 술도 엄청 마시고, 이때 처음으로 세상에 내가 바라보는 것이 전부가 아니구나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렇게 1년이 지나 스물한 살 겨울 방학이 될 무렵, 문득 인생에 회의감이 찾아온다.
막상 대학생활을 했지만 내가 원했던 대학생활이 아니었고, 미래를 향한 불안감은 점점 찾아왔기 때문이다. 4년 대학 생활 후의 나는 무슨 일을 하고 있을 것이며, 어떤 사람이 되어있을지 막연한 불안감과 아득한 미래가 그려지지 않다 보니 삶에 행복을 잃은 느낌이었다.
그래서 휴학을 결정을 하고, 사업을 하기로 마음을 먹는다. 고등학교 때 잠시 호기심이 발동했던 것을 다시 끄집어내어 일단 준비되지 않은 채 발로 뛰고, 부딪히며 사업을 시작했다.
처음으로 가슴 설레는 꿈을 꾸고, 할 수 있다는 마음가짐과 두려움을 반반 느끼며, 일단 도전해보았다.
이처럼 스무 살 초반의 나는 많이도 도망치고, 숨고, 부딪히고, 깨지고를 반복했다. 물론 지금도 도망치고, 숨고, 깨지고, 울기도 하지만 도망치고 싶을 땐 도망쳐도 된다는 말을 하고 싶다.
삶은 매일, 매 순간 불안함의 연속이다. 우리는 미래를 미리 알면 좋겠지만 미래는 아무도 모르고, 당장 오늘의 하루도 어떻게 될지 모르는 예기치 못한 일이 발생하기에 도망치고 싶을 땐 도망치되, 나를 포기하진 말자.
도망쳤다, 숨었다, 다시 돌아오면 그만이다.
그러니 가끔은 도망쳐도 된다.
인생에 항상 당당하게 부딪힐 수만은 없다.
가끔은 한발 물러서는 연습도 필요하고,
때론 도망치고 숨는 연습도 필요하다.
왜냐하면 그 모든 것에는 나를 지키기 위함도 있기 때문이다.
삶은 불안함의 연속이지만,
“나는 오늘 불안하구나”라며,
자신의 불안한 감정을 알아차리고, 그 알아차림을 통해 앞으로 어떻게 나를 채워갈 것인지를 아는 사람과 아닌 사람의 차이는 굉장히 클 것이다.
그러니 오늘의 불안함을 놓치지 말고, 자신의 불안함을 알아차려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