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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문읽는구십년생 Nov 09. 2020

지나친 관심은 금물

일상의 발견

얼마 전 생일선물로 '스파트필름'을 선물 받았다. 친구는 제일 키우기 쉬운 식물 중 하나라며 잎이 쳐졌을 때 물만 주면 다시 살아난다고 했다. 하지만 선물을 받으면서도 걱정이 앞섰다. 똥손 주인을 잘못 만나 무고하게 생명을 다할 식물이 벌써부터 가여워지는 것이었다. 한 때 난 퇴근 길에 가끔 꽃집에 들르곤 했다. 하지만 생기가 넘치는 식물을 집에 들여 미소 짓는 것도 잠시, 한 달 이상 함께한 기억이 없었다. 아무리 표정도 말도 없는 식물이라지만 기분전환용으로 키우는 건 너무 무책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뒤로 식물을 잘 들이지 않았는데 친구의 선의는 거절할 수가 없었다.


그런데 그 키우기 쉽다는 스파트필름조차 얼마 못 가 시들해지기 시작했다. 겁이 덜컥 났다. '역시나'라고 생각하면서도 '이번엔' 잘 키워보자는 생각에 조심스럽게 물을 쪼르르 화분에 따랐다. 그래도 다시 일어설 기미가 안보였다. 햇볕을 과하게 쬐는 건가 싶어 화분을 창가로부터 멀찍히 떨어 트려 놓았다. 선물과 함께 온 영양제도 화분에 꽂았다. 설명서는 키운 지 한 달 뒤에 영양제를 주라고 했지만 한 달 뒤면 이미 상태가 회복불가일 것 같았다. '스파트필름'은 이내 고개를 드는가 싶었다. 하지만 영 힘이 없었다. 결국 식물을 선물한 친구에게 SOS를 쳤다.


"물을 줘도 계속 고개를 숙여ㅠㅠ"


친구는 마치 내가 말을 걸길 기다렸다는 것처럼 구체적인 해법을 제시했다.


고개 숙일 때 한 번에 물 많이 주고 치워야 돼. 조금씩 자주 주면 식물은 금방 죽어. 한번 줄 때 화분 구멍으로 물 나올 때까지 흠뻑.


거실 베란다를 정원처럼 가꾸는 엄마에게 식물에도 말을 걸어줘야 된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식물도 예쁘다, 예쁘다 해주면 더 잘 커. 가끔 쓰다듬어 주기도 하고.


식물도 사랑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난 그저 물을 주고 햇볕을 쬐이고 쓰담쓰담 해주면 될 줄 알았다. 그리고 그걸 많이 하면 할수록 좋을 줄 알았다. 그 동안 그 수많은 식물들이 내 곁을 떠난 것은 충분한 사랑을 주지 못해서라고 생각했다.


한번 흠뻑 사랑을 주고 나면 그 다음엔 '무관심'이 필요하다는 건 미처 생각치 못했다. 식물 '사랑법'을 잘 몰랐던 것이다. 어쩌면 사랑이 오고가는 모든 관계가 비슷한 데 말이다. '사랑' 이랍시고 계속 주는 관심은 집착이 되고 의심을 낳는다. 머리 속에서 만들어진 상상에 빠져 상대를 있는 그대로 보지 못하는 지경까지 가게된다. 서로 다른 곳을 바라보는 소통은 이내 가로막히고 관계는 점점 멀어지게 된다. 식물에게도 거리가 필요할 줄이야. 한 생명체의 예상치못한 까탈스러움에 피식 웃음이 나왔다. 집에 들어설 때마다 걱정을 담아 보내던 시선을 이제 그만 거두고, 푸욱 고개를 숙였을 때쯤 물이나 듬뿍 뿌려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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