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작별 인사 / 김영하

인간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요약본

 이 책을 읽은 지는 좀 오래되었다. 출간 후에 거의 바로 봤으니 얼추 한 달은 되어가는 것 같다.

 그런데 다 읽고 나서 서평을 쓸까 말까 고민이 되었다. 사실 읽은 책 모두를 서평을 쓰지는 않는다. 예를 들어 어떤 직업에 대한 소개서처럼 정보를 목적으로 읽는 책들은 서평을 쓰지 않는다. 그 외에도 자기 개발서나 상담 모음집처럼 서평을 쓰기 애매한 책들에 대해선 서평을 쓰지 않는다. 딱히 떠오르는 생각이 없고, 정리해서 전달할 만큼 느낀 바가 없기 때문이다. 물론 그런 책들임에도 울림이 있거나, 하고 싶은 이야기가 생각나면 쓴다.

 이 소설이 그랬다. 유명 작가의 장편 소설임에도 왠지 쓸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이야기는 막힘이 없이 읽혔고 중반 이후에는 결말이 궁금해 손에서 놓지 못한 채 읽었음에도, 막상 책을 덮고 나서는 어째서 어떤 말도 떠오르지 않았을까? 도대체 왜? 스스로도 의문이었다.

 문득 소파에 드러누워 영화를 소개하는 유튜브를 보다 그 이유를 깨달았다. 이 소설은 마치 영화의 요약본 같았다. 영상과 대사를 통한 은유와 상징으로 가득한 영화조차 소설에 비하면 축약한 것처럼 느껴진다. 그런 영화조차 온전히 감상할 여유가 없어 가끔 영화를 요약해서 보여주는 유튜브를 보곤 하는데, 이야기의 곁가지를 빼고 핵심만 보여주니 그것만 봐도 영화 한 편을 다 본 것 같은 생각이 들곤 한다. 그런데 그런 유튜브는 절대 영화가 전달하는 공감대와 주제의식을 설득력 있게 전달해주지 못한다. 애초에 그럴 의도도 없지만 말이다.

 이 소설이 딱 그랬다. 인간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고찰과 인간의 자격 그리고 존엄성에 대해 고민하게 하는 사건들은 속도감 있게 흘러갔지만, 그 고민이 온전히 전달되지는 않았다. 작가의 고민이 잘 정리되어 설명은 되었지만, 공감대가 형성되지는 않았다. 마치 처음부터 개괄적으로 보여주고 생각은 독자가 알아서 하라는 듯이 말이다.

 반대로 독자 스스로가 지금 이 순간에 그렇게 철학적인 고민을 하지 못하고 있어서 일지도 모른다. 사실 바쁘다 바빠 현대사회 속에서 인간의 존재 의의, 존엄성, 본질에 대해 고민하며 이 책을 읽는 독자가 몇이나 되겠는가 말이다.

 어쩌면 시간이 흘러 정말 소설 속의 상황처럼 기계가 인간을 대체하기 시작하면 이 책은 재조명될지도 모른다. 미래를 예견한 책 또는 일종의 바이블처럼.

그때가 되면 뭔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아질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