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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그런데 우리 팀은 올해 무엇을 해야 하지?

우리의 정체성을 찾아서......

by 들른이

고난의 인사평가 이후 마음을 다잡고 팀장으로서 최선을 다하겠다는 열의에 불타는 수남 씨!!

단단한 각오와 함께 누구보다 일찍 출근길에 오른 수남 씨는 막상 컴퓨터를 켜고 텅 빈 수남 씨의 일과표를 보고 나니 당혹스러움을 감출 수 없었다. 수남 씨 머릿속엔 한 가지 생각만 맴돌았다.


'그런데 이제부터 뭘 해야 하지?'


물론 수남 씨 팀의 업무분장은 명확하다. 그리고 그와 관련된 처리해야 할 과제는 산더미같이 쌓여 팀원들은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게 일하고 있다. 다른 사람들이 수남 씨의 팀원들이 업무 시간 틈틈이 수다를 떨거나, 커피 한 잔의 여유를 가지기는커녕 화장실 갈 틈도 없이 일하는 모습을 보면, 각종 드라마나 콩트에서 묘사되는 여유로운 회사생활이 얼마나 우리 같은 직장인들을 기만하는 것인지 억울함이 목젖을 때릴 것이다.

하지만 막상 올해 팀의 목표가 무엇이냐고 물으신다면, 수남 씨는 대답할 말을 찾을 수가 없었다. 회사 내에서 팀의 역할은 분명했고, 매일 해야 할 일은 명확했지만, 한 해 동안 팀을 어떻게 이끌어 나갈 것인지에 대한 방향성은 뚜렷하지 않았다. 팀원들은 매일같이 반복되는 업무 속에 파묻혀 있건만, 그 업무들이 모여 올 한 해 어떤 목표에 다다를지 그 끝을 보지 못했다. 왜? 팀장이 목표를 제시한 적이 없으니까.


수남 씨는 팀장으로서 자신의 역할이 단순히 업무를 배분하고 결과를 관리하는 것 이상이라고 느꼈다. 그러나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몰랐다. 과거에는 자신도 팀원으로서 주어진 역할에 충실했을 뿐, 큰 그림을 그리는 일은 주로 다른 리더들의 몫이었다. 이제 자신이 그 위치에 서게 되자, 그는 팀이 회사에서 어떤 가치를 창출해야 하는지, 팀원들의 잠재력을 어떻게 이끌어내야 할지에 대해 끊임없이 자문했다. 불과 몇 개월 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이 모든 고민은 오롯이 수남 씨의 몫이었다. 고민의 안갯 속을 헤맬수록 수남 씨의 등 뒤로 위기감이 싸늘하게 올라왔다. 급격히 외로워지는 수남 씨 앞에는 차게 식은 아메리카노만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특히, 수남 씨를 괴롭혔던 것은 자신이 충분히 준비되지 않았다는 생각이었다. 이런 생각은 점차 수남 씨를 좀 먹고 초조함과 불안감을 더욱 가중시켰다. 주변 동료들은 모두 자신감 있게 보였고, 수남 씨는 그들에 비해 자신이 부족하다는 느낌을 떨칠 수 없었다. 그리고 이러한 자신의 약점이 결국 팀 전체에 악영향을 미칠까 두려웠다. 더 나아가, 팀원들이 그의 리더십에 의문을 품거나, 팀이 조직 내에서 뒤처질 가능성을 염려했다. 이러한 불안감은 그의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고, 그는 어떻게든 이를 해결해야 한다는 압박감에 괴로웠다.


답 없는 괴로움이 이어지던 어느 날, 이쯤 되면 수남 씨는 드라마처럼 해결방안을 찾고 팀 전체가 단합하여 어려움을 헤쳐나갈 줄 알았다. 적어도 뭔가 고민에서 벗어나 단번에 답을 찾진 못하더라도 어떤 계기들이 모여 단계별로 답을 찾아갈 줄 알았다.

그런데 왠 걸? 역시 드라마는 드라마고, 현실은 언제나 한층 더 고된 법이다. 고민은 해결되지도 않았고 해결될 기미 따위는 없었다. 그로부터 몇 개월이 지났지만 여전히 수남 씨는 본인의 팀이 어디를 향해 갈지 자신 있게 말하지 못했고 여전히 갈팡질팡 밀려오는 현업사이에서 헤매고 있을 뿐이었다. 시도 때도 없는 한숨과 자격지심에 잔뜩 움츠린 어깨를 하고 말이다.


수남 씨는 결국 답을 찾지 못했다. 답을 갈구했으나 찾지 못한 수남 씨의 선택은 누구보다 많은 일을 '직접' 처리하는 거였다. 아직은 실무자와 팀장 양 쪽에 발을 걸치고 있었기에 본인의 실무능력을 120% 발휘해 쌓여가는 과제들을 쳐냈다. 특히나 본인이 기획하고 본인이 결재를 하면 되다 보니 일의 능률은 더욱 올랐고, 팀 내 누구보다 많은 일을 하는 팀장이 되었다.

그러다 보니 여전히 실무자에서 벗어나지 못해 임원으로부터 한 소리는 듣긴 했지만, 업무 결과물의 퀄리티와 기한엄수는 단연 압권이었다. 팀원들 역시 팀 내에서 팀장이 가장 많은 일을 처리하다 보니, 힘들다거나 어렵다거나 하는 불만 제기가 없었다. 수남 씨는 그렇게 부족한 팀장의 능력을 실무 능력으로 때우며 부족한 자신에 위안받고 있었다.


대신 한 가지 수남 씨가 집중한 것이 있다면 회사 그리고 사업부의 목표에 최대한 팀의 업무 방향을 맞추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었다. 팀장 스스로 팀의 방향성과 색깔을 정하지 못한다면 적어도 회사 그리고 사업부의 방향성에선 벗어나지 않기라도 해야 팀원들이 평가에서 불이익을 받진 않을 것 같았다. 그런 생각으로 회사의 비전과 목표를 재확인하고, 회사가 올해 이루고자 하는 목표들을 리스트업 했다. 그리고 그 안에서 수남 씨 팀 업무와 관련된 부분을 찾아내고 해당 부분에 대한 업무를 최우선으로 두고 직접 챙겼다. 적어도 연말에 사업부 목표 달성에 우리 팀이 일정 부분 기여했음을 인정받기를 원하며.


마지막으로 그는 선배 팀장들의 이야기를 많이 듣는 시간을 만들었다. 선배 팀장들에 현재의 상황과 고민을 이야기하고 선배들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방식을 사용했는지, 그 과정에서의 성공과 실패는 무엇이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자 했다. 어땠을 것 같은가?

수남 씨가 수 차례의 선배들과의 상담 후에 내린 결론은 결국 현실은 실전이라는 것이었다. 일단 선배들의 조언은 하나도 도움이 되지 않았다. 많은 시간이 흐른 지금은 그 당시 선배들의 말이 틀리지 않았고, 의미 있고 도움이 되는 말이었다는 것을 이해한다. 하지만 초보 팀장 수남 씨에게는 선배들의 여러 말들은 이해도 되지 않고 납득이 되지 않을 뿐이었다. 많은 조언과 설명이 있었지만 당장 눈앞에 닥친 수남 씨의 어려움을 해결해주지는 못했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조언 또는 잔소리도 듣고 이해할 줄 알만한 사람한테 해야 의미가 있는 법이다. 당시 선배들의 말은 수남 씨에게는 현실감 없는 뻔한 이야기였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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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수남 씨의 고민을 해결한 것은 '시간'과 '경험'이었다. 바쁘고 또 바쁜 하루하루 속에서 부딪히는 수많은 사건 사고 속에서 수남 씨는 점차 팀장의 역할과 팀의 정체성을 이해해 갔다. 우리가 무엇을 잘하고 무엇을 잘못하는지가 하나씩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그러고 나니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고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하는지 고민이 되기 시작했다. 그렇게 일 년 정도 고민이 쌓이고 나니 우리 팀에서 바꾸고 싶은 게 생기고, 하고 싶은 게 생겼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면서 수남 씨는 점차 자신감을 회복했다. 그는 올 한 해 실수도 많고 어리버리 어리숙한 팀장이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었지만, 적어도 내년에는 똑같은 실수는 하지 않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계속 수남 씨를 짓누르던 막막함과 막연함은 이런 시간과 경험들을 통해 자연스레 가벼워져갔다.


적어도 내년에는 팀원들과의 논의를 통해 목표를 구체화하고, 각자의 역할을 명확히 할 것이다. 동시에 작은 성과를 꾸준히 축적하며 팀원들의 사기를 북돋고, 팀원들이 자신들의 성과를 직접 공유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할 것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 지금의 콩가루 같은 팀을 단합하고 신뢰받는 팀장이 될 것이다. 그것이 초보 팀장 수남 씨가 올 한 해 고민하며 내린 결론이다. 적어도 내년엔 드라마처럼 위기를 벗어나는 팀이 되기를 다시 한번 바래보는 수남 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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