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베리아 횡단 열차 승무원 드미트리
열차를 타고 가는 내내 관심이 가는 사람이 한 명 있다. 바로 우리 객실 담당 승무원인 드미트리. 멋지게 기른 수염에 곱상한 얼굴, 금발의 곱슬머리를 자랑하는 그의 모습은 러시아인보다는 내가 상상하는 프랑스 사람의 이미지 같아 보였다. 뭔가 이름에 프랑수아 같은 게 들어가야 어울릴 것 같은 곱상한 느낌의 남자였다.
흔히들 유튜버들의 횡단 열차 후기로 인해 정말 열차를 타면 잘생기고 멋진 러시아 군인들을 만날 수 있나요?라는 질문을 한다. 그 말은... 누가 했는지 모르겠지만 정말 새빨간... 사실이다. 모스크바로 가는 동안 군인들이 계속 타고 내리며 도시 이동을 하는 장면을 볼 수 있다.(훈련 중 이동인지, 휴가인지, 전역 후 집에 가는 건지 자세한 상황은 다 모르나 아무튼 많다.)
여기서 +1!
객실마다 2교대로 2명의 승무원들이 배치되어 있는데, 멋진 정복을 입고 객실 승객들과 함께하는 승무원들과 친해지는 재미도 열차티켓에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
우리는 간이역에 내릴 때마다 드미트리에게 물었다.
"드미트리! 우리 이번에는 몇 분 동안 정차해?"
"응. 이번엔 20분이야. 화장실 가도 되고 마트에 다녀와도 충분해."
그는 비록 더듬더듬 영어이지만 질문을 하는 우리에게 매번 친절히 설명해 주었다. 비행을 하는 승무원은 대게 친절하다. 하지만 비행은 아무리 길어도 20시간 내외일 것이다. 사람이 기본적으로 체력이 바탕이 되고 피곤함이 없어야 다른 사람에게 친절을 베풀 수 있을 텐데 드미트리는 무려 7일간 늘 밝은 표정이었다. 퇴근도 없이 기차에서 같이 생활하고 밤이 되면 먼저 자던 야간 근무자와 교대하고 또 우리랑 같이 동행한다. 거의 함께 여행을 하는 사이라고 봐야 한다.
간이역에 도착하면 가장 먼저 문을 열고 내려서는 승객들의 짐을 받아주며 작별인사를 한다. 그리고 역에서 타는 새로운 사람들의 표와 여권을 점검한다. 그 후 그는 사람들이 내린 시간을 활용하여 비누거품이 묻은 걸레로 열차 안을 열심히 닦고, 화장실을 청소하고, 쓰레기를 모아서 버린다. 단순하고 반복적인 일이지만 그는 성실이 일했다.
우리 자리를 치우려고 왔을 때 쓰레기를 같이 담아주며 물었다.
"근데 드미트리 내가 보면 넌 항상 웃고, 일을 할 때 뭔가 할 때 진심을 다해서 하는 게 느껴지는데 이 일에 대한 특별한 사명이라도 있는 거야?"
"잇츠 마이 잡. 앤 아이 러브 마이 잡."
명쾌하고도 명쾌한 답변이었다.
청소하고 표 받는 일을 좋아하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 좋아하는 일을 잘하는 것과, 자기가 할 수 있는 일을 좋아하는 것 중에 많은 이들이 고민하지만 드미트리는 후자를 열심히 즐겨가는 사람인 것 같았다. 그에겐 수많은 승객을 편하게 목적지까지 데려다주고, 횡단 열차에서 좋은 추억을 가져갈 수 있도록 서비스 마인드로 일한다는 소명과 자부심이 함께하기 때문에 그럴 수 있는 게 아닐까?
몇몇 러시아 마트에 가면 외국인에게 매우 불친절한 사람들이 있다. 우리도 때론 불쾌함을 느끼기도 했다. 하지만 드미트리를 보면서 느낀 건 어느 나라를 가던 좋은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이 있고, 현실을 감사함으로 느끼고 즐겨가려는 자세를 가진 사람과 불평과 불만으로 늘 뭔가가 부족하다고 느끼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이다.
아내와 나는 드미트리와 함께 추억의 사진을 남겼다.
'드미트리 고마워요. 좋은 직업관으로 살아가 줘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