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썬맨 Sep 03. 2022

결혼이란 그런 거 아닌가

결혼 10년 차에 정리해보는 생각


마지막 여행을 떠난지도 벌써 3년이 지났다.


주변을 보면 다들 바쁘게 뭔가를 향해 달려가는 모습에 나 또한 그래야만 잘 사는 거 아닌가 하는 불안함이 가득하던 시절도 있었는데 둘이서 세계를 수년간 떠돌며 자기 가치관과 환경에 따라 누군가는 하루에 만 원으로도 충분하게, 누군가는 100만 원으로도 부족하게 살아가는 것을 보았다. 그러면서 우리는 어떠한가... 어느 정도면 적당하고 충분히 행복하다고 말할 수 있는 건가 하는 기준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다.(부부가 생각이 맞아 이런 이야기를 함께 나눌 수 있다는 건 큰 축복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자라면서 이런 부분에 대해서 생각해보거나 배워본 경험이 많이 없었기에 뒤늦게 찾아온 경험이 우리에겐 정말 신선했다. 20킬로 배낭이면 충분하던 시절에 비해 돌아온 뒤 우리의 살림살이는 원래 있던 건데도 너무나도 풍족하고 불필요한 것들도 많아 보였다. 또한 불필요한 지출과 생각 없이 반복적으로 새어나가는 부분도 보였다. 불필요한 부분을 과감히 줄이고 집중해야 할 곳에 투자하는 습관을 가지고 살아야겠다 생각했다. 누구나 가치소비를 할 수 있는 것처럼 우리의 가치는 무엇인가 생각하게 되었다. 덕분에 아내의 당근 온도는 한때 80도 가까이 오르게 되었다. 


그런 마음을 한국 사회에서 유지하기 위해서는 남의 시선을 덜 신경 쓰는 배짱도 필요하지만, 좋은 만남과 자극도 필요했다. So 우리는 1년에 1달 이상은 해외에서 사는 프로젝트를 시작했고 코로나가 시작되는 2020년 전까지는 일이든 프로젝트든 어떤 방법으로든 새로운 경험과 자극을 위해 나다녔다. 


하지만 코로나로 최근 몇 년은 그러지 못했다. 그러다 보니 때때로 현실적인 생각이 머리를 채우기도, 느슨하지만 탄탄했던 우리만의 가치가 흔들리거나 희미해져 버린 건 아닌가 느껴질 때도 있었다. 그 사이 일어난 개인적 문제로 인해 둘 다 우울증과 공황장애 진단을 받았기 때문도 크지만 그래도 약을 먹고 병원을 다니며 열심히 일상 회복을 하려고 애쓰는 지금이다. 약을 먹으면 거짓말같이 통증이 사라지고 마음의 안정감도 유지가 돼서 충분한 일상생활이 가능하다.


'빙빙 돌아가는 회전목마처럼'

인생은 회전목마.


오를 때가 있으면 내릴 때가 있고 빙빙 돌면서 반복되는 루틴 속에서 무료함이 일상을 지배하지 않도록 자기만의 의미를 찾아가는 것. 나이 들어가도 꼭 돈 되는 일 말고도 의미를 두었으면 좋겠고, 원래 그렇다는 관행 속에 사소한 양심도 팔지 않았으면 좋겠다. 가능한 정직하게 적당히 벌어도 그걸 가지고도 자알 운영하며 살아가고 싶다. 얼마를 버는지보다 무엇을 위해 어떻게 벌었는지 생각하고 통장 속 숫자만 부러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많지 않아도 조금은 나눌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런 마음을 다~ 지키기엔 이젠 꽤 아저씨가 되었고, 이익 앞에서 내적 갈등이 생길 때도 있긴 하지만 그래도 아내와 함께 나눈 의미를 지켜나가고 싶다. 


 엉뚱새라는 사업자를 내고 일을 시작하며 벌어들이는 수입의 일부를 그간 따로 통장을 만들어 저금했다. 나는 까먹고 신경 못쓸 때가 많았지만 아내는 나랑 다르게 꼼꼼한 성격이라 차곡차곡 모아 왔다. 그렇게 수년 동안 우리 입장에선 꽤 큰돈이 모였다. 개인이 할 수 있는 작은 일이 더리도 우리가 모은 소중한 금액으로 약한 자나 도움이 필요한 누군가를 위해, 또 다른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그 일과 의미를 위해서 쓰고 싶다. (요즘 생각으론 우리처럼 가정에 상처를 가진 사람들 또는 그런 제3세계의 아이들을 위해서 그들의 기회가 되어주자 라는 생각을 많이 하고 있다.) 언제 어떻게 일지는 아직 모르지만 그렇게 하고 싶은 마음으로 모으고 있다.


주변에선 너희가 아직 아가 없어서 그렇다. 부모가 함 돼봐라 배부른 그런 소리가 나오나. 한 푼이 아쉽지.라고 하시지만 인생의 계획도 스타일도 의미도 남이 정해주는 게 아니라 우리가 정하는 거다. 언제까지 살지도 모르는 거고. 사실 우리는 아직 자녀 계획이 없다. 사실 한국에 오자마자 엄마 아빠가 되길 꿈꿨던 우리지만… 예상치 못한 일들로 큰 상처를 받고 나보다 먼저부터 우울증에 걸려 힘들어하는 아내에게 너 나이가 됐으니 내 아는 언제 낳아줄 건데?라는 생각은 해서도 안되고 할 수도 없다. 지금은 다 떠나서 아내가 조금이라도 건강한 마음으로, 가족 중에서 나만은 한결같이 같은 편으로 옆에 있다는 믿음으로 안정감을 회복했으면 하는 게 첫 번째다. 


그러다 보면 때를 지날 수도, 아님 포기할 수도 있지만 

우리 둘 만 괜찮다면 괜찮은 거 아닌가.




결혼이란 그런 거 아닌가.

한 팀이 되는 거잖아.


같은 편.






























매거진의 이전글 우리는 0으로 가는 여행 중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