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사태를 선포하는 도시가 늘어난다.
미국에서 5번째로 큰 도시인 휴스턴이 오늘 이 곳 시간으로, 3월 11일 낮에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지금까지 휴스턴 내에서 보고된 11명은 모두 이집트 여행과 관련된 확진자였는데, 어제 나온 12번째 확진자가 -아직 추적조사 중이긴 하지만- 지역감염의 첫 번째 사례일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그가 지난 2월 28일, 로데오 사전 이벤트 중 하나인 'World Championship Bar-B-Que Contest'에 참가했고 그 날, 금요일만 73,000여 명의 참가자가 무방비로 그 장소에 있었다는 것이다. 확진자와 같은 지역에 살며 가까이 접촉한 사람은 2주간의 자가격리를, 그 외 지역에 살지만 가까이 접촉한 사람은 그 지역 담당자에게 알리라는 공식적인 보도가 있었다. 그렇게 휴스턴 시장은 재난사태를 선포했고 휴스턴의 로데오는 취소되었다. 로데오뿐만이 아니라 3월에 있을 모든 공식적인 모임은 취소되거나 연기되었다. 재난사태는 7일간 유지가 되고 그 사이 시의회에서 회의를 거쳐 재난 사태를 유지할지 여부를 다시 결정한다.
원래 로데오는 3월 3일부터 18일간 진행될 계획이었으나 그 시간을 다 채우지 못하고 오늘 철수해야만 했다. 무려 250여만 명이 방문하는 휴스턴의 시그니처 이벤트인 로데오가 이렇게 문을 닫으니 이 곳에 참여한 상인들은 울분을 성토했다. 로데오에 참여한 지 30년이 된 한 상인은 로데오에서 번 돈으로 1년을 먹고 산다며 아이들 학자금이며 직원들 월급은 이제 어떻게 하냐며 도대체 이 말도 안 되는 결정을 내린 사람이 누구냐고 포효 하 듯 인터뷰를 했다.
특히 휴스턴의 다운타운이 포함된 그리고 내가 사는 지역인 해리스 카운티는 재난사태를 선포했다. 2주간 폐쇄하는 학교도 눈에 띄기 시작했다. 불과 10분 전까지도 아무렇지 않던 내 마음이 마구 동요하기 시작했다. 첫째 아이가 다니는 프리 스쿨을 당장 내일부터 다니지 말고 쉬어야 하는 건 아닐지, 프리 스쿨 후에 가는 태권도도 당분간 그만둬야 하는 건 아닌지 불안감이 엄습해왔다. 프리 스쿨이 문을 닫아 첫째 아이가 집에 있으면 분명히 힘들 것이 뻔한데도, 이런 상황에 프리 스쿨을 닫지 않는 다니 미국 사람들 너무 안일한 것은 아닌지 괜히 불안했다. 그렇다 괜히.. 모든 것이 괜히 불안했다. 휴스턴 내의 한 병원에서 하루 26명을 검사할 수 있다는 보도에 괜히는 괜히가 아닌 것 같기도 했다.
휴스턴이 재난사태를 선언한 오늘 저녁엔 트럼프 대통령의 코로나 19 바이러스 관련 대국민 연설도 있었다. 미국 의회에서는 한국은 이미 사용 중인 Drive-Thru Testing과 같은 시스템이 왜 미국엔 없는지, 한국은 하루에 만 명씩도 검사하는데 왜 미국은 그 수준을 따라가지 못하는지 연신 미국 정부를 때리고 있다. 적어도 코로나 19 바이러스에 관해서 대한민국은 선구자다. 뉴스에서도 'Pioneer'라는 표현을 아끼지 않는다.
휴스턴을 비롯해 확진자가 많은 동부나 서부의 경우는 재택근무하는 회사가 늘어나고 대학교 역시 인터넷 강의로 전환하여 캠퍼스 내에서 학생들 간 접촉을 최대한 경계하고 있다. 그 와중에 시애틀에 Drive-Thru Testing이 시작되었다는 뉴스도 접했다. 중국과 한국, 일본 등이 코로나 19 바이러스로 애를 쓰고 있을 때 전혀 경각심 없던 미국이 이제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미국 정부의 늑장 대처에 피해 보는 사람들은 누가 될지 보지 않아도 뻔하다. 확진자와 비례해서 사재기는 늘어나고 있다. 확진자가 겨우 1000여 명이라니 믿을 수가 없다. 이미 만 명은 넘었을 거라는 추측들에 더 무게감이 실린다.
아마도 불필요한 외출은 삼가는 봄이 될 것 같다. 아직 어떤 한 달이 펼쳐질지 감이 오지 않지만 평화로운 일상을 보내도록 노력할 테다. 미국의 코로나 19 바이러스는 다음 달이 최고조가 될 거라니 따신 봄은 집이나 탁 트인 넓은 공원에서 맞이해야겠다.